-
-
권수경의 룻기, 더불어 사는 공동체
권수경 지음 / 야다북스 / 2026년 9월
평점 :
《권수경의 룻기, 더불어 사는 공동체》 권수경 지음 #야다북스 #신간 #룻기
룻기를 읽을 때면 늘 룻과 나오미, 보아스 세 사람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룻의 헌신과 보아스의 사랑, 모든 것을 잃었던 나오미의 회복을 중심으로 읽다 보니 한 가족의 이야기로만 읽혀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익숙했던 룻기를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당시 공동체의 모습과 그 안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나오미의 가족이 모압으로 떠나게 된 배경과 그들의 선택을 하나씩 살펴보는 과정이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성경 이야기인데도 저자가 던지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를 읽는 듯했다. 익숙한 본문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인물들의 행동과 당시의 상황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니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었다. 오히려 다음 내용이 궁금해 책을 아껴 읽고 싶을 정도였다.
룻기의 배경은 사사시대다. 흉년을 피해 모압으로 떠났던 엘리멜렉의 가족은 남편과 두 아들을 잃는 비극을 겪고, 나오미는 룻과 함께 베들레헴으로 돌아온다. 한 가정의 불행과 귀환으로만 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공동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 굶주린 사람과 이방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내가 가진 것을 나만을 위해 사용할 것인지, 다른 사람과 나누며 함께 살아갈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보아스의 행동은 단순한 친절이 아니었다. 항상 읽을때 나를 대입해본다. 나라면? 그는 룻이 자신의 밭에서 안전하게 이삭을 줍도록 배려하고 필요한 것을 충분히 얻도록 돕는다. 율법에 담긴 나눔의 정신을 말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실천한 것이다. 룻 또한 보호받는 사람에 머물지 않고 나오미를 책임지며 새로운 삶을 만들어간다. 서로의 처지를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몫을 나누는 작은 행동들이 한 가정을 회복시키고 공동체의 기쁨으로 이어진다. 공동체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돌보는 구체적인 행동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책 16페이지의 "다시 읽는 것은 읽음의 반복이지만, 그 반복은 언제나 새로움이다"라는 문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같은 성경을 읽어도 내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발견하는 것이 달라진다. 예전에는 룻의 헌신과 보아스의 사랑이 먼저 보였다면 이번에는 그들을 둘러싼 공동체와 시대, 그리고 그 너머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이 보였다. 성경을 깊이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말씀을 다시 읽으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발견하는 일인 것 같다.
흉년이 끝나고 베들레헴에 다시 양식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나오미. 모든 것을 잃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그녀에게 하나님은 이미 새로운 길을 준비하고 계셨다. 메마른 땅에 비를 내려주시고 다시 생명을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하니 '하늘을 덮으시며 비 준비하시니'라는 찬양이 떠올랐다. 당장은 알 수 없었던 상실과 고통도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구속사의 한 부분이 되어 갔다. 나오미와 룻의 일상을 통해 다윗의 계보를 이어가신 하나님을 보며, 우리의 삶에도 하나님의 계획과 은혜가 이어지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룻기는 한 가족의 회복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혼란스러운 사사시대에도 하나님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공동체를 회복시키고 새로운 역사를 이어가셨다. 이번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말씀을 얼마나 얕게 읽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매번 읽으면서 항상 새롭다. 지나쳤던 성경을 다시 펼쳐 읽는 일. 그 안에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하나님의 섭리와 공동체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