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법
발타사르 그라시안 지음, 하와이 대저택 편역 / 논픽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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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하와이 대저택 편역 #논픽션

요즘 철학책은 기독교서적만큼이나 옆에 끼고 산다. 비율로 보자면 철학 30, 기독교서적 30, 일반책 40 정도 되려나. 철학책은 나의 중심을 잡아주고, 기독교서적은 나의 정체성이고, 일반책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고 해야 할까.

나는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가까워질수록 선을 넘어 상대를 마음대로 대하려는 사람이 있다. 나 역시 예전에는 마음을 많이 쏟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이 무례한 말과 태도, 그리고 끝없는 양보를 당연하게 여기는 서운함이라면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모두에게 나를 다 내어주지 않는다.

특히 경계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나를 끌어들이는 사람이다. 친할 수는 있지만 정도가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무료한 시간을 채워주는 역할까지 내가 맡을 필요는 없다.

목차에서 ‘호구가 되지 않고 우아하게 거절하는 법’과 ‘불안을 잠재우고 나만의 속도로 사는 법’이 눈에 들어왔다. 그라시안은 모든 것을 드러내기보다 감추고 침묵할 줄 아는 태도, 사소한 논쟁에 자신을 소모하지 않는 지혜를 이야기한다. 결국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내 반응부터 다스려야 한다는 말처럼 읽혔다.

난 누가 휘둘르지 않는 손잡이가 없는 인간이 될 테야.

생각해보면 나는 속이 너무 잘 보이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강아지처럼 배를 까고 뒤집어 보여준다. 이제는 조금 덜 보여줘도 될 것 같다. 모든 사람에게 나를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까.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나를 평가할 때도 예전만큼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아직 나를 다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마치 나를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그냥 흘려보낸다. 그 사람이 본 것은 내 일부일 뿐이고, 나 역시 아직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예민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거슬리고 결국 내가 피곤해진다. 모든 말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모든 논쟁에 끼어들 필요도 없다. 반박해야 할 때는 하되 사사건건 토를 다는 습관은 버리고 싶다. 침묵이 때로는 무관심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법일 수도 있으니까.

시간이 갈수록 내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지,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지가 중요해진다. 옆에 있는 사람을 보면 어느 순간 내 모습도 보인다. 한때는 나도 모르게 친구를 감정 쓰레기통처럼 대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만나서 서로의 감정을 쏟아내는 것보다 좋은 이야기, 도움 되는 이야기,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대화를 하고 싶다. 관계의 양보다 대화의 질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가는 중이다.

결국 나를 지킨다는 것은 사람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중심을 내어주지 않는 것 같다. 다 보여주지 않고, 다 받아주지 않고, 다 반응하지 않는 것. 그러면서도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 무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은 어쩌면 타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분명히 아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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