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책 파는 조선 상인들 믿음의 글들 399
이원식 지음 / 홍성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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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책 파는 조선상인들을 읽으며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복음과 한글이 함께 퍼져나갔다는 사실이었다. 흔히 한국 기독교의 시작을 외국인 선교사들이 목숨을 걸고 들어와서 성경을 전파했을꺼라 여긴다. 조선의 사정을 살피고 성경을 어찌 전해야할까하는 외국인선교사의 기도와 헌신이 들어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선교사가 직접 복음을 전하기도 전에, 한글 성경을 읽고 세례를 받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복음은 거대한 제도나 권력으로 퍼진 것이 아니라, 먼저 읽힌 말씀과 사람의 마음 안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백홍준과 식자공 김청송 같은 인물들은 한글로 번역하여 한글성경을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으며 들여왔다. 발각되면 참수까지 당할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런데도 그들은 권서인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했다. 단순히 책을 운반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직접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복음의 통로를 만든 것이다. 특히 한글 성경의 의미는 단순히 성경 번역 이상의 힘을 가진다. 당시 조선은 여전히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이었고, 지식은 양반층 중심으로 독점되어 있었다. 그러나 성경이 한글로 번역되면서 평범한 사람들도 스스로 읽고 생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복음의 확산은 곧 한글의 보급과도 연결되었던 셈이다. 이 지점이 놀랍다. 한글의 쓰임이 성경을 읽으며 활발해졌다는 사실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선교의 역사만이 아니라, 한글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 역사처럼도 읽힌다. 사람들은 한글 성경을 읽기 위해 글을 배우고, 읽은 말씀을 다른 사람에게 전했다. 복음은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만 전달된 것이 아니라, 문자와 읽기의 힘을 통해 퍼져나갔다. 이것이야말로 성경 번역이 가진 위대함이 아닐까 싶다. 하나님께서 살아서 역사하시는 순간이었다. 언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사고와 삶을 바꾸기도 한다.

또한 책은 복음을 지나치게 감상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당시 사람들 역시 현실적인 가치와 생존을 중요하게 여겼을 것이다. 낯선 사상은 경계의 대상이었고,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성경 속 사랑과 평등의 메시지에 마음이 움직였다. 외국인 선교사보다 먼저 한글 성경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씨앗처럼 심겨 있었다는 사실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주었다. 복음은 억지로 밀어붙여진 것이 아니라, 읽히고 싶어 하는 마음과 갈망 속에서 자라났다.

P.228~229
‘과연 조선은 어떤 나라인 걸까? 아직 개신교 선교사가 정식으로 들어오지도 않은 이곳에 성경이 이미 이 나라의 문자인 한글로 번역되어 들어온 것도 놀라운데, 그 한글 성경을 읽고 세례를 받기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더 놀라운 일이 아닌가?’
언더우드는 큰 감동을 받으며, 자신을 찾아온 조선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온 맘을 다해 세례를 주었습니다. 그 수가 수십 명에 이르렀습니다. 언더우드는 말했습니다.
“나는 조선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러 왔는데, 열매를 거두기에 바쁘구나.” _(7. 한글 성경이 전해지다)

이름이 남겨진 권서인도 있지만 이름없는 권서인들의 발걸음과,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던 사람들의 손끝, 그리고 한글로 기록된 말씀을 읽고자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갈망 속에서 조용히 스며들었다. 누군가는 글을 배우며 성경을 읽었고, 누군가는 읽은 말씀을 다시 다른 이에게 전했다. 그렇게 복음은 한글과 함께 사람들의 삶 속으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모든 과정은 인간의 열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시고, 말씀을 갈망하게 하시며, 시대를 넘어 복음의 씨앗을 자라게 하신 것은 결국 성령님의 도우심이었다. 그래서 이 역사는 단순한 종교 전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한 민족 안에서 살아 역사하신 은혜의 기록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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