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세상보이지않는하나님보이지않는세상보이는하나님_양진철 #선율
읽으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공동체’라는 단어였다. 신앙은 혼자만의 결심이나 개인의 의지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붙들어 주는 관계 안에서 더욱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공동체안에서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일으키고, 삶을 견디게 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간증집이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는 기록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 쉽게 사람을 판단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나 말, 행동만으로 타인을 규정해버릴 때가 많다. 그러나 책은 누군가의 삶을 판단하기 전에 왜 그런 모습으로 살아왔는지 이해하려는 태도가 먼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감 없는 신앙은 쉽게 차가워지고, 사랑 없는 정의는 결국 사람을 상처 입힌다. 그래서 공동체는 완벽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안아주는 자리여야 함을 느꼈다. 읽으며 가장 마음이 쓰였던 부분은 실제 그들이 살아내는 하루의 무게와 외로움은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책은 그런 현실을 감상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조용하지만 진지하게 보여준다.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속에 무심함과 편견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했다. 그 무심함이 상처가 되곤 한다. 결국 존중은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상대의 삶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능장애인교회의 찬양대 이야기도 오래 남았다. 시각장애인 성도들의 찬양단으로써 찬양대에 서기까지 지휘자가 자신의 시간을 나누고 수고를 보탠 장면은, 공동체가 무엇으로 유지되는지를 보여주는 모습 같았다. 누군가는 자신의 재능을 내어주고, 누군가는 시간을 내어 함께하며, 또 누군가는 묵묵히 기도한다. 그렇게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나는 교회의 본래 모습을 떠올렸다. 세상은 경쟁과 비교 속에서 살아가라고 말하지만, 신앙 공동체는 반대로 서로를 세워주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더욱 따뜻했다.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의 삶도 돌아보게 되었다. 삶에는 예상하지 못한 거센 파도와 태풍우가 찾아온다. 아무리 계획해도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지치고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시간 속에서도 결국 내가 붙드는 것은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눈앞의 현실은 막막해 보여도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여전히 삶을 이끌고 계신다는 믿음이 있기에 버틸 수 있다. 기도는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마법 같은 행위가 아니라,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하나님께로 향하게 하는 과정임도 느꼈다. 돌아보면 내 인생도 내 뜻대로 된 것은 거의 없지않나 싶다. 계획은 자주 어긋났고 예상하지 못한 길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결국 가장 필요한 자리로 인도받아 왔다. 그래서 지금의 삶도 감사하게 된다. 완벽해서 감사한 것이 아니라, 부족하고 흔들리는 순간에도 하나님이 놓지 않으셨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 책은 화려한 신앙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의 삶을 붙들어 주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로 기도하는 사람들, 그리고 연약함 속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더 진실하게 다가왔다. 보이는 현실은 때때로 차갑고 버겁지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은 여전히 사람을 통해 사랑을 드러내고 계신다는 사실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