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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기, 소유되기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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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나는 무엇을 소유하며 살고 있고, 또 무엇에 의해 소유되고 있는가였다.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단순한 재테크나 돈의 기술을 말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소유의 개념을 뒤집어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것은 대략 가성비따지며 사는 것이었다. 요새는 뭔 바람인지 더욱 돈에 관한 책이 많이 나온다. 나는 그동안 철저히 가성비를 따지며 살아온 쪽에 가깝다. 같은 물건이라면 더 저렴하게, 같은 기능이라면 더 효율적으로 선택해왔다. 명품이나 브랜드를 알고있으니, 제값을 주기보다는 반품 상품이나 리퍼브샵을 더 선호한다. 한 번 돌아온 물건일 뿐 하자가 없는 것들이기에 나에게는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런 물건을 찾았을 때 느끼는 만족감은 단순히 싸게 샀다는 기쁨이 아니라, 내가 잘 선택했다는 확신에 가깝다.
이 책이 단순히 물질을 늘리는 삶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나 역시 그 지점에서 오래 머물렀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쓰고, 또 그 돈으로 시간을 사려고 한다. 돈이 없으면 그만큼의 시간을 버려야 하고, 돈이 있으면 시간을 더 짜임새있게, 효율적으로 쓰게 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결국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삶의 결이 달라진다.
책은 묻는다. 우리는 과연 ‘소유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소유당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집, 차,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내가 가진 것들이 나를 더 자유롭게 하는지, 아니면 오히려 나를 묶어두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소유가 늘어날수록 책임도 함께 늘어난다는 메시지였다. 돈이 많아지면 삶의 질이 올라가는 건 분명하다. 더 좋은 환경, 더 나은 교육, 더 넓은 선택지. 현실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육의 질 또한 결국 경제력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돈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기회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돈이 많아질수록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아진다. 타인의 시선, 유지해야 할 기준, 잃지 않기 위한 불안.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 오히려 누구에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가는 편안함 속에서 느끼는 만족이 있다. 반대로 돈이 있으면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지만, 그만큼 더 많은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표지 또한 의미심장하다. 단순한 디자인 같지만, 쥐고 있는 것과 쥐여 있는 것의 경계를 암시하는 듯하다. 내가 무언가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것에 의해 붙잡혀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시간을 쓰고 있는지, 무엇을 얻기 위해 나 자신을 소모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건 단순하다. ‘얼마를 가졌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 소유는 필요하지만, 그 소유에 나 자신을 맡겨버리는 순간 삶의 주도권은 사라진다. 읽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더 가져야 한다는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 지금 가진 것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