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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세종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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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는 세종대왕의 지혜와 철학을 오늘의 삶에 비춰보게 한다. 단순히 위대한 업적을 나열하는데에만 그치지 않고, 그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는지를 따라가게 만든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는 무엇을 놓치고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목차를 보니, 유독 눈에 들어오는 챕터들이 있었다. 그것은 지금의 나에게 부족한 태도이자, 의식적으로 붙들어야 할 삶의 기준처럼 느껴졌다. 세종대왕은 흔히 훈민정음 창제로 기억되지만, 이 책을 통해 드러나는 그의 본질은 백성을 중심에 둔 사고에 있다. 국가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백성이 삶을 영위하는 터전이라는 인식이 분명했다. 문자 창제 또한 지식의 독점을 깨고, 누구나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실천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철학은 더욱 또렷해진다.
비교의 지점에서 떠오르는 인물은 정조다. 정조 역시 학문적 깊이와 개혁 의지를 갖춘 군주였으며, 실용적인 정책을 통해 백성의 삶을 개선하려 했다. 그러나 이 책이 강조하는 세종의 결은 조금 다르다. 제도와 정책을 넘어, 백성의 고통에 직접 공감하고 스스로를 낮추는 태도에서 그의 리더십은 완성된다. 가뭄이 들었을 때 끼니를 줄이며 백성과 고통을 나누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고민했던 모습은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으로서의 왕을 보여준다.
책 속 문장 가운데 “겉으로는 공손하나 간사한 자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는 대목은 특히 오래 남는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 상황과 대상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사람에 대한 경계는 지금의 인간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나 역시 솔직하고 진솔한 사람을 선호한다고 생각해왔지만, 동시에 나 자신은 얼마나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타인을 판단하는 기준이 곧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는 점에서 이 문장은 불편하지만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
또한 한 번의 경험은 수백 번 전해 들은 것보다 낫다는 말은, 쉽게 말하고 쉽게 판단하는 태도를 경계하게 만든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는 습관, 경험 없이 쌓아 올린 생각의 허상을 짚어낸다. 결국 삶의 깊이는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직접 부딪히고 겪었느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세종은 나라의 근본을 사람에게서 찾았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단순히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주체였다. 그렇다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중심에 두고 있는가. 효율과 성과, 비교와 평가 속에서 정작 사람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결국 이 책은 위대한 성군을 찬양하는 기록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점검하게 하는 거울에 가깝다. 본이 되는 사람, 근본이 바로 선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거창한 목표보다 먼저 태도를 바꿔야 한다. 말보다 경험을, 겉모습보다 진심을, 나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기준. 세종이 남긴 것은 업적이 아니라 방향이었다. 그리고 그 방향을 따라갈 것인지는 지금을 사는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