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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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오랜만이다. 초기에 나왔던 작품들은 비교적 꾸준히 읽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의 세계와 조금 멀어져 있었던 것 같다. 이번 <나는 그대의 책이다>를 펼치며 다시 그의 시간 속으로, 그가 구축해온 사유의 세계 속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그는 상상력과 철학을 결합하는 데 능숙했고, 인간과 우주를 하나의 서사 안에 묶어내는 작가였다.
한국을 사랑하는 작가, 그리고 한국이 사랑해온 작가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의 작품에는 늘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담겨 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가. 이번 책 역시 그 질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직접적으로, 더 노골적으로 독자를 향해 묻는다.
책을 읽으며 문득 어릴 적 보았던 만화 <캡틴 플래닛>이 떠올랐다. 공기, 물, 불, 흙의 힘을 모아 세상을 지키던 이야기. 단순한 환경 보호 메시지였지만, 그 안에는 자연과 인간이 분리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베르베르는 그 원초적 상징을 현대적 상상력으로 다시 끌어온다. 공기, 물, 불, 흙이라는 네 원소는 단순한 자연의 요소가 아니라, 인간 존재를 구성하는 근본 조건으로 제시된다. 그는 이를 통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주를 하나의 순환 구조 안에 배치한다.
책의 외형 또한 인상적이다. 표지에서부터 강렬하게 드러나는 색채, 각 장마다 달라지는 종이 색과 글씨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작품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장치처럼 보인다. 텍스트를 읽는 행위를 시각적 경험으로 확장시키려는 시도다. 다소 낯설고 때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낯섦 자체가 이 책이 의도한 체험의 일부일 것이다.

P. 13 그대는 나를 읽는 동안,
스스로를 어떤 다른 인물이 아니라
그대 자신으로밖에 여길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책이란 그대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거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이 파닥파닥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활자는 분명 종이위에 있는데 그 안의 세계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읽는동안 나는 문장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문장에 이끌려서 어디론가 떠다니고 있는 기분이다. 세계를 이해하는 마지막 터널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다. 누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나. 무엇이 정답인가. 어디에 맞춰야하나. 그런데 결국 통과해야 할 문은 외부에 있지 않다. 나를 통과하지 않고는 어떤 세계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책은 가만히 있지만, 그 안에서 나는 계속 움직이고 있다. 나라는 세계가 정화되는 느낌. 타인을 이해하기 전에 나를 이해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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