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마음시 시인선 17
이정하 지음 / 마음시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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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쿵!
시인 이정하님께서 친필로 사인해 주신 줄은 미처 몰랐다. 첫 장을 넘기다 사인을 발견한 순간, 괜히 마음이 들썩였다. 책을 좋아해 그동안 여러 작가의 사인을 받아왔지만, 이 시집은 유독 더 잘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시에는 관심이 없다고 여겨왔다. 그런데 이정하 시인의 시집을 다시 마주하며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걸 보면, 아예 시나 책을 멀리해 온 건 아니었나 보다. 가끔 예전 시대의 책을 펼치다 보면, 언뜻언뜻 이미 읽었던 기억이 스친다. 이 시집도 그런 책들 중 하나다.

P.21 그리우면 가리라, 그리우면 가리라,고 내내 되뇌다 마는 이 지긋지긋한 독백, 이 진절머리나는 상념이여.

되뇌다 마는 지긋지긋한 독백, 진절머리 나는 상념. 이정하 시인의 이런 직설적이고 솔직한 표현이 나는 좋다. 감정을 애써 정제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그 상태 그대로를 언어 위에 올려놓기 때문이다. 시 속의 말들은 아름답게 다듬어지기보다, 생각이 멈추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도는 마음의 움직임에 가깝다. 그래서 읽는 이는 시를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대조하게 된다.

이 시집을 읽으며 나는 왜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하지 못하는지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속에서 더 단단해진 채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이 시들은 조용히 드러낸다. 마음속 이야기를 그대로 내비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결국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된다. 이정하가 말하는 사랑은 특정한 대상이나 과거의 연인에 한정되지 않는다. 스쳐 지나간 인연, 문득 떠오르는 얼굴, 이유 없이 보고 싶은 마음까지 모두 포함한다. 사랑을 사건이 아니라 감정의 상태로 바라보는 시선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 속에 흩어져 있던 감정들을 다시 불러오게 만든다. 이 시집은 과거의 감정을 끌어올리되, 그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감정들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읽고 나면 특별한 위로를 받은 느낌이라기보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를 확인한 기분이 남는다. 냉정하지만 차갑지 않고, 담담하지만 분명하게 감정을 건드리는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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