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식가의 메뉴판 - 한 장의 메뉴에 담긴 시대의 취향, 계층, 문화 이야기
나탈리 쿡 지음, 정영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12월
평점 :
#미식가의메뉴판_나탈리쿡 #정영은옮김 #교보문고 #한장의메뉴에담긴시대의취향계층문화이야기
수세기에 걸쳐 축적된 메뉴판 속에 담긴 시대의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18세기 말, 레스토랑의 등장과 함께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메뉴판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무심코 넘겨보던 한 장의 종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품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메뉴판을 자주 접하는 일상 속에서, 저자는 독자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메뉴판의 ‘낯선 세계’로 자연스럽게 초대한다. 이 책은 메뉴판을 단순히 음식 사진과 가격을 나열한 도구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메뉴판은 그 시대의 취향과 유행,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하나의 트렌드였음을 차분히 설득한다. 흥미롭게도 저자의 이름조차 음식과 메뉴판을 떠올리게 할 만큼 이 주제와 잘 어울린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영문학과 식문화를 연구해온 학자인 그는, 메뉴판을 통해 당대의 삶을 읽어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메뉴판은 더이상 사소한 인쇄물이 아니다. 어떤 음식을 선택했는지, 어떤 언어로 설명했는지,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을 생략했는지를 통해 당시 사회의 가치관과 문화적 코드, 나아가 경제적 조건까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메뉴판을 ‘읽는’ 새로운 방식의 즐거움을 알려주며, 일상의 가장 평범한 물건이 어떻게 시대를 증언하는 기록이 되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메뉴판은 단순한 정보전달을 넘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이 책을 보기전까지는 그저 음식을 먹기 전에 고르는 메뉴판에 불과했는데 책속에 소개된 메뉴판을 보고 있으면 그것을 식탁에 두는 것이 아닌 벽에 걸어두고 싶은 작품이었다. 섬세한 구성 예술가들이 참여한 메뉴판이 잔상에 남는다. 메뉴판에 담긴 음식의 표현방식은 그 사회가 무엇을 중하게 여겼는가를 드러내는 신호처럼 읽히기도 한다. 아주 사소해 보이던 한 장의 목록이, 한 시대의 감각과 욕망을 고스란히 품은 조용한 기록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