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렬서생 노상추의 눈물나는 과거합격기 3 - 급제를 쏘다 맹렬서생 노상추의 눈물나는 과거합격기 3
김도희 지음 / 제이에스앤디(JS&D)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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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역사속에 있는 실존인물인 노상추가 무려 68년이나 기록한 <노상추 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조선 영조와 정조시대의 한 인물의 여생을 여실히 보여주며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바라본다. 노상추의 인생의 변곡점은 정말 나의 삶처럼 급변하다. 문과시험에 거듭 낙방하며 가문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죄책감 한 집안은 책임져야한다는 그런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그로써 최선의 선택은 활을 잡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종목을 변경하는 것이 아닌 당시 조선 사회에서의 문반과 무반의 차별을 고려했을때에 명문가의 집안의 노상추의 선택은 인생의 큰 격변을 시사한다.

현실은 수차례 과거 낙방에 앞길이 캄캄한 만년 수험생일 뿐이다. 김도희 작가의 글을 통해 본 노상추의 삶은 참 지지리도 복도 없다 싶다. 낙방의 고배를 마시는 것도 모자라, 그 귀한 아내 김씨마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보냈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위로 있던 형들마저 줄줄이 요절했다.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니 상중(喪中)의 곡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집안에서는 새로운 처를 들이라고 등을 떠민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게 노상추 혼자만의 불운이 아니다. 집안 사람들 대부분이 배우자가 없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고독의 전이라고 해야 할까. 대물림되는 외로움이 가문을 휘감고 있는 느낌이다. 사실 나 역시 평탄한 삶을 살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 노상추가 처한 이 막막한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다가왔다. 문과에 가망이 없다면 어떻게든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 할 것 아닌가. 결국 그는 붓을 던져버리고 활을 잡는다. 선비의 길을 포기하고 무과로 전향하는 그 결단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인생은 장장 68년이라는 세월 동안 기록되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이 되었다.

처음에는 일기라는 게 그저 개인의 사생활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왕의 기록을 남기는 실록처럼 집안의 대소사를 적고 자신의 소회를 글로 남기는 행위는 정말 좋은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내 마음을 때린 대목은 일기를 빼먹었을 때의 태도였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기록이 중단되었을 때, 그는 포기하는 대신 지나간 날들의 간지를 확인하며 일기를 바로잡았다.
이 부분이 참 묘한 울림을 주었다. 보통 나 같은 사람은 무언가를 꾸준히 하다가 한번 중단되면 아예 손을 놓아버리곤 한다. 나 역시 공들여 하던 필사가 어떤 일 때문에 멈추게 되면 다시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포기했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노상추는 끊어진 지점에서 다시 선을 이었다. 완벽하게 이어가지 못하더라도, 멈췄던 시간을 인정하고 다시 펜을 잡는 그 집요함. 거기서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선물 받은 기분이다. 삶이 비록 노상추처럼 지지리 복도 없고 고독이 전이되는 것 같은 정체기에 머물러 있을지라도, 멈췄던 필사를 다시 시작하듯 내 삶의 간지도 하나씩 바로잡아 봐야겠다. 멈추는 게 실패가 아니라, 멈춘 채로 두는 게 진짜 끝이라는 사실을 노상추의 끈질긴 일기장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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