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이후 한국 교회 어디로 가나?

한국교회, 어디로 가나? - 12.3 계엄 이후
권수경 외 지음 / 야다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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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역사적 검증의 장안에 놓여있는 한국 기독교는 <한국 교회 어디로 가나?>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국 개신교가 단순한 신앙공동체가 아닌 역사적 행위자라는 점을 짚어준다. 이 책의 여섯 필자들은 각각 다른 분야로 한국 교회의 정치적인 성향, 구조적 문제, 젠더 권력이나 신학적 왜곡등을 진단한다. 한국 교회 내부의 문제는 역사적인 축적의 결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지금의 기독교의 위기는 단순히 대형교회나 일부 비상식적인 목회자 그러니까 목회자도 아닌 타이틀만 가지고 있는 지도자의 일탈로 설명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기독교의 기득권층의 자리에 있는 공동체 전체가 오랜시간 축적된 복합적인 구조로 쌓여 만들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교회가 지금과 같은 문제적 모습을 하게된 것은 단순히 어느 한 세대나 특정 지도자의 일탈에서 비롯된 현상이 아니다. 부패한 목회자나 지도자를 지지하는 권력에 집착하는 지도층이나 비윤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특정인물을 문제 삼지만 실상 이 모든 형상은 교회 공동체 전체가 만들어낸 집단적인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구성원 모두가 그 구조속에서 의식적으로든 아니든 기여해 온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교회의 자기 정화능력이나 신자들의 자아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을 내려놓는 것보다 '기득권 유지'가 우선시 되는 풍토로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하는 마음, 조금이라도 안전한 위치에서 있고자하는 개인주의적인 욕망이 교회안에 깊숙히 자리 잡았다. 특히 거저먹고자 하는 태도, 책임은 지지 않고 이익만을 쫓는 태도는 공동체를 병들게 한다.

예배는 소비되고 은혜는 상품화된다. 쓰면서도 너무 슬펐다. 신앙은 마치 삶의 불안감을 해소하고자하는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드는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SNS에서도 봐온 풍토인데 무조건 칭찬하거나 무조건 비난하는 이중적인 이분법적인 태도, 그리고 조금의 권한이 주어질때에 누군가를 판단하고 가르치려는 마음, 잘못한 것이 있을때에 판단을 못하고 그것을 뭉뚱그레 지나치려하는 마음은 모두 교회를 건강치 못하게 실패한 행동들이라고 할 수 있다. 선과 악의 분리가 시급한 기독교이지만 무엇보다도 실제로는 참으로 모호하다. 책임을 회피하며 자기식으로 해석한다. 제일 큰 문제 내가 느낀 교회의 문제는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회개가 없는 신앙이다.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남을 비판하고 구조를 돌아보기보다는 문제를 타자로 돌리려는 습성이다. 그런 태도가 교회내부의 쇠퇴를 더욱 가속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P. 271
영성을 상실한 보수는 가치를 지키기보다 기득권을 지키고, 자기반성의 영성을 잃은 진보는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 타인을 가르치려 하다가 대중의 반감과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그리스도인이 민주공화국에 영성의 자양분을 공급하려면, 우리의 영성이 이념과 체제를 초월해야 가능하다. 영성과 체제가 밀착하면 맹목적 에너지로 전락하여 스스로를 파괴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기독교는 보수, 심지어 극우와 결탁함으로써, 참된 영성을 잃고 기독교 종족주의(tribalism)로 퇴화했다. ‘십자군’의 방식으로 ‘신의 나라’를 세우려는 망상에 사로잡혀, 교회 밖에 가짜 적을 설정하고 권력과 폭력을 동원한다.

교회의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도덕적 일탈을 넘어서 신학적 왜곡과 사회문화적인 구조가 동시에 작용한 다각적인 현상이다. 성경이 요구하는 진리의 분별은 어디갔나싶고 공동체적 책임윤리는 어디로 갔나싶다. 그저 기도만이 살길이라고 말하며 현실적인 판단오류와 책임회피를 종교적인 언어로 포장해버린다. 그런태도는 신앙의 본질을 흐린다. 또한 자신의 판단을 예수님의 판단마냥 동일시 하는 영적 오만과 교만은 자신을 우상화시키는 신앙의 표본이다. 결국 애매모호한 태도와 영적 우월감, 기도만이 강조하는 도피적인 신앙은 단순한 개인의 특성이 아니다. 교회의 쇠퇴를 막기 위해선 명확한 분별과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신학적 깊이를 회복하여야 하고, 신앙을 개인의 욕망화 시키지 않는다. 약한자를 우선으로 하는 복음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