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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ㅣ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2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 2025년 7월
평점 :
#이방인_알베르카뮈 #코너스톤 #오리지널초판본
1942년 처음 발표된 <이방인>은 현대 프랑스 문단에 등장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지금까지도 프랑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무려 백한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읽혀지고 있다. 작품 속 주인공 뫼르소는 차분하면서도 진실된 태도로 삶을 마주하는 인물이다. 나는 알베르 카뮈의 작품뿐 아니라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도 좋아한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두 작가 모두 인간 존재가 지닌 부조리와 고독, 그리고 실존적 불안을 강렬하게 드러내기 때문인 듯하다. 그래서일까, 연애소설보다는 이렇게 다소 무겁고 어두운 서사가 나에게 더 깊이 다가온다.
역시 내 안에는 밝음보다는 어두움이 자리 잡고 있는 걸까? 그러나 인생이란 애초에 매일같이 행복만을 품고 흘러가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나이가 먹을수록 무거운 주제가 나에게 많은 물음을 던져준다. 오히려 사상가에 가까운 이들의 글을 통해 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은 왜 이어가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되고, 그 질문 속에서 삶을 더 깊이 사유하게 된다.
선박 중개인 사무실 직원으로 일하는 젊은 청년 뫼르소는 마랭고의 양로원에 있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고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다. 오랜 양로원 생활을 보아와서 그런가 어머니가 돌아가셨어도 오열은 커녕 눈물을 보이지 않은 뫼르소이다. 나는 가까운 가족이 죽었을때에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고 착한 사람은 왜 빨리 죽는가로 한참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왜 이렇게 빨리 죽음을 맞이해야할까. 매일매일이 같은데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죽음은 또다른 하루하루를 살게 한다.
하지만 뫼르소는 무감각한 존재라기보다,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관심이 없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 인물이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기란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회가 요구하는 슬퍼야 할 때 슬퍼야 하고, 후회해야 할 때 후회해야 한다는 감정의 규범을 거부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의 내면을 알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다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재단하고 평가했다. 뫼르소가 살인을 저지른 이유보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의 유죄를 더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개인보다 사회의 규범과 시선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나도 연예인이나 공인들을 볼때에 인상이나 말투에서 그 사람을 재단하고 평가한다. 그 사람의 행동과 태도와 말투에서 평소의 행실이 보여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122 검사는 배심원들에게 나의 영혼을 깊이 살펴봤으나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에게는 영혼도, 인간다운 면도, 인간의 마음을 지켜주는 도덕적 원리 같은 것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한 가지를 자문하게 된다. 타인의 내면을 다 알지도 못하면서, 마치 독심술을 하듯 지레짐작으로 판단했던 적은 없었는가? 사회는 타인을 저울질하며, 다수가 설정한 감정의 정상치에서 벗어난 이를 쉽게 배척한다. 뫼르소를 향한 그들의 시선과 나 자신의 태도는, 결국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 작품은 뫼르소라는 개인보다, 오히려 그를 규정하고 낙인찍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드러내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고전이어서 그런지 고전은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를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