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넷 열하나의 꿈을 Green 여행
바람칼 지음 / 부크크(bookk)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흔넷열하나의꿈을Green여행_바람칼 #부크크

2019년, 저자는 국토 종주 자전거 여행을 꿈꾸었다. 그 옆에서 초등 3학년 아들은 국내 놀이동산 종주를 상상했다. 전국을 돌며 자신이 좋아하는 곳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꿈. 그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문득 내가 꿈꾸는 ‘전국 도서관·박물관 투어’를 떠올렸다.

작가는 2020년,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끝나자마자 아들과 인천에서 춘천까지의 첫 자전거 여행을 나섰다. 그러나 자전거길이 물에 잠겨 여행은 1박 2일로 짧게 끝이 났다. 솔직히 나는 ‘자전거 여행이라니, 날씨가 언제 변해 비가 올지 모르고, 도로 사정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데… 어떻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구간도 많은데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실패(?)에서 오히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처음은 어렵지만, 한 번 해보면 두 번째부터는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생긴다. 두려움 대신 설렘이, 망설임 대신 발걸음이 앞서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2021년, 초등 4학년이 된 아들과 저자는 인천에서 부산까지 국토 종주를 완주했다. 와… 정말 자전거로? 상상만 해도 숨이 찰 것 같은 여정이다. 인천에서 부산까지의 직선 거리는 400km가 넘고,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간다면 690km 이상이다. 그런 길을 아이와 함께 달려 완주했다니, 그 자체로 놀랍고 감동스럽다. 그 길 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고, 예상치 못한 사건을 겪으며, 경이로운 풍경을 마주했을까. 자전거는 그들에게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용기와 모험심을 북돋워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을 것이다. 여행을 거듭할수록 아이와 함께 가고 싶은 곳이 늘어났고, 먹고 싶은 음식도 다양해졌다. 그리고 서로의 성장과 변화는 매년, 눈 위에서 구르는 눈사람처럼 커져갔다. 나역시 여행을 다니며 느끼는 것은 더욱 여행에 대한 갈급함이 생긴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부산까지의 여행을 꼭 가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시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면 작은 시작이 무한한 가능성을 연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깊은 대리만족을 느꼈다. 이유도 그럴것이 자전거도, 자동차도 운전하지 못하는 나다. 아이들과 함께 기차나 버스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하며 추억을 쌓았다. 서울 구석구석의 박물관, 미술관, 역사 유적지를 다니며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갈 곳이 한정적이었지만, 몇 번 다니다 보니 더 멀리, 더 낯선 곳으로 향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아이들도 장거리 여행을 다니다보니 적응하고 그것에 따른 예의도 갖추게 되었다. 아이들이 언제까지 나와함께 다녀줄지 모르지만, 이 책은 지금 이 순간을 더 값지고 특별하게 보내야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가리는 음식이 많고, 입도 짧다. 그래서 이게 제일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여행 속에서 새로운 음식을 마주하다 보면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작가의 모자가 자전거 여행을 통해 맛의 폭을 넓혀갔듯이, 우리 가족도 시간과 경험 속에서 변해갈 거라 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의 묘미는 여유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 주는 설렘도 좋지만, 3박 4일의 시간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깊이와 차분함이 있다. 이 책을 덮으며, 나도 언젠가 아이들과 또 다른 방식의 ‘우리만의 종주’를 떠나고 싶어졌다. 그게 국내든 해외든 말이다. 도전과 성장이 함께하는 그 길 위에서, 우리도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