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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사랑아 - 인생 끝자락에 부르는 너와 나의 연가
김유심 지음 / 사자와어린양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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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년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까. 이런 모습도 참 멋지겠다 싶었다. 신실한 마음으로 시를 기도처럼 엮어내는 그녀의 시가 내 안으로 빛을 비추어 그림자를 만들어내었다. 하늘에서 빛을 비춰주어 바다에 윤슬이 보이는 것처럼. 전남 해남의 땅끝에서 태어난 한 소녀는 이제 노년이 되어 하늘 끝에 계신 하나님께 자신의 마음을 힘껏 던져본다.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그녀는 여전히 날카롭게 질문한다. 신앙과 사회의 모순을 그리고 삶과 죽음 너머의 세계를.
구순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은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불구하고는 무언가 단정짓는 단어같아서 쓰다가도 흠칫 멈추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내어놓는 사람이 있다. 김유심 작가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나이가 무색할 만큼 멈추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냈고, 글을 읽다 보면 그의 감각적인 표현에 절로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하나님과 자신의 삶에 대해 담담히 써 내려간 글들이었지만, 그 안에는 재치와 해학이 녹아 있었다. 나이가 드신 분만이 가질 수 있는 삶의 깊은 유머랄까. 하지만 어떻게 보면 나이드신 분의 글이 아닌 것 같기도 하여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기도 했다. 그런 글을 읽으며 나는 자연스레 ‘나는 어떤 노년을 꿈꿔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또한, 하나님을 믿는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나의 믿음과 신앙을 지켜가야 할지, 어떻게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떠올랐다. 이 책은 단순한 글이 아니라, 신앙과 삶에 관한 깊은 성찰을 선물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더욱
널 만드신 거 보면 분명 하나님 솜씨 대단하신데
날 만드신 거 보면 별로야 그지?
그러게!
어쩌자고 기왕이면 이리 어설피 만드셨을꼬!
장구한 세세년년 너무 많이 만드시느라
피곤하셨을까.
하나님은 내가 당신을 졸졸 따라다니는 게
예쁘신가 봐
내가 워낙 부족하니 그럴 수 밖에.
옳거니! 아마 그러라고 부러 그리 만드셨을라
과연 무소부지 하나님이셨네.
그래도 난 댕큐!
적재적소
굼벵이도 뒹구는 재주 있거든
그래서 더욱 댕, 댕큐!
이 시를 보면서 그래 하나님은 나에게도 뒹구는 재주 하나쯤은 주셨으니까. 현재 주어진 것에 열심을 하면서 살자고 느꼈다. 하나님께서 조금 피곤하셔서, 어쩌면 무심코 실수하셨겠지만 그 안에 나를 쓰임받게 하려는 뜻이 담겨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을 만나기전의 나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앞으로는 하나님과의 대화를 이어가며, 기도로 하나님의 말씀에 귀기울이며 더 짜임새있게 더 의미있게 내 삶을 살아가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재치있게 썼지만 한편의 에세이 같았다. 또 다른 시는 담담하게 써내려가서 시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함께 기도하게 되었다. 이 책과 그 속의 글들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삶과 믿음에 대한 하나님과의 깊은 대화이며 진솔한 기도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