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의꾸물거림에대하여_정은진_서유지외2인 #리얼러닝 #부모를위한양육가이드북 #책이처음나왔을때에실무자책을읽은것이아니라이책을읽었어요
아이가 꾸물거리고 머뭇거리면 왜 이리 말을 안들을까, 빠릿빠릿하게 하지 않는 이유만 찾았던 것 같다.
아이가 밥을 먹다 말고 딴짓을 하거나, 아침마다 일어나는 걸 힘들어하고, 숙제를 하면서 질질 끄는 모습을 보며 부모는 답답함과 한숨이 나온다. <초등학생의 꾸물거림에 대하여>는 아이 고유의 기질과 성장 단계에서의 자연스러운 반응으로의 이해를 돕는 실용적인 부모 가이드북이다.
한 뱃속에서 나온 아이들이지만 어쩜 이리도 다를수가 있는지 아이의 기질을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정확한 기질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아이를 키우면 이제 좀 나아지려나 했지만 정말 엄청난 착각이었다. 다른집 아이들은 순한 것 같은데 나의 양육은 마라맛이었다. 부모에 관한책을 꽤 많이 읽었다. 그리고 아이를 어떻게 양육해야 할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민했다. 아주 좋았던 것은 주의력, 지속성, 활동성, 분출성, 민감성 등 다섯가지 기질에 따라 꾸물거림의 패턴이 달라진다. 기질에 따른 지도방법으로 아이에게 적용해보았다. 다행히도 내가 현재 아이들에 따라서 하는 패턴과 맞춰서 좋았다. 내가 하는 방식에서 조금더 추가하거나 보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어려운 건, 화내지 않고 다그치지 않는 일이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현실에선 잘 안 된다. 《초등학생의 꾸물거림에 대하여》를 읽으며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지만, 실제로는 한 아이 안에서도 다양한 기질적 행동이 섞여 나와 헷갈릴 때도 많았다. 그래서 하나의 기준으로 단정짓기보다, 상황마다 참고하며 유연하게 접근하는 태도가 더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결국 중요한 건 ‘유대감’이다. 마음이 연결돼야 아이도 움직이고, 부모도 덜 지친다. 유대감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건 몸을 함께 움직이는 놀이였다. 어린이집 시절부터 아이들이 좋아했던 놀이 중 하나는 이불 썰매. 큰 이불 위에 아이를 태우고 방바닥을 밀며 썰매처럼 놀아주는 건데, 생각보다 단순하지만 아이는 늘 깔깔 웃는다. 요즘 자주 하는 놀이는 ‘김밥 놀이’. 이불 속에 들어가 둘둘 말리고, 그 속을 아지트 삼아 뒹구는 걸 제일 좋아한다. 그 안에서 아이는 부모와의 스킨십, 웃음, 놀이가 한 번에 채워진다. 결국 아이를 변화시키는 건 지시나 훈육보다, 함께하는 시간과 신뢰다. 어렵지만, 그 방향이 맞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종종 나를 부수는 일과 같다. 이 책이 ‘부모의 상처’와 ‘자기돌봄’에 대해 다뤄줘서 정말 반가웠다. 양육 과정에서 오는 무력감, 무능력감은 때때로 파도처럼 몰려오고, 그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아이만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나 자신을 잃은 느낌. 가장 힘들었던 건 남편과의 양육 방식 차이였다. 나는 A를 이야기하는데, 남편은 늘 B를 말하고 있었다. 방향은 같지만 관점이 달랐고, 그 차이는 곧 갈등이 되었다.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려 애쓰면서 정작 부부 사이가 멀어지는 건 아닌가, 그런 불안이 자주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마음 깊이 품고만 있던 불안을 솔직하게 꺼내놓고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말로 꺼내니 덜 무서워졌고,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방식’에만 집중하지 않고,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 보려는 노력이 갈등을 줄이고 안정을 만들었다. 양육은 혼자서는 버겁고, 둘이서도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맞춰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길이 열리는 것 같다. 아이를 기르는 일은 결국, 나를 다시 자라는 일이라는 걸 조금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