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모를 버렸습니다
정희승 지음 / 작가의집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부모를버렸습니다_정희승 #작가의집

소설이길 바랬지만 소설이 아닌 지극히 사실인 트라우마 생존자의 에세이이다.
누구보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읽어내렸다. 읽기전에 악마는 누구를 이야기하는건지 표지의 저 여자아이는 어떤 말을 하고싶은 것인가 궁금했다.

아쉽게도 가정내 친족 성폭력의 가족은 피해자를 감싸주거나 보호해주지 않는다. 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특히 친족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는 전체 상담사건의 55.4%이상이 10년 이상 사건이 지난 후에 접수한다고 한다.(https://naver.me/xrcCFc6J출처)  ‘부의 위치에 있는 자’에 의한 성폭력이 70.7%를 차지하며 부모의 이혼, 친모 사망 등으로 친모의 보살핌과 보호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최소 58.2%에 달한다.(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7227)
내가 17살때에도 내 짝꿍이 친아버지의 성폭력으로 나에게 털어놓았는데 졸업할 날만, 그러니까 성인이 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가족내 성폭력 피해자인 여인의 이야기이다. 자신에게 닥친 자신을 보호해줘도 모자랄 악마는 오히려 공포와 불안으로 극한의 고통으로 밀어넣었다. 울타리가 되어야 할 집이 그녀에게는 고통이었다. 그 지난하고 긴 세월을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또 가족에게 함구하며 견뎌내었다. 자신의 어린시절 아픔을 정말 진솔하고 단단히 꾹꾹 눌러쓴 그녀의 삶이 숨이 막히고 암담했다. 이 긴터널을 어떻게 견뎌내며 시간을 지나왔을지는 그녀만이 알터이다.

P.153 인간관계에서 나르시시스트를 구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드러나지 않게 교묘하게 움직이는 나르시시스트를 알아보는 건 어려운 일이다.(중략) 타인의 심리를 이용해 영혼을 움직이려는 행동은 연민이나 매력적인 사교성으로 자신을 믿게 만든다.

P.157 진흙더미가 빠져나오려는 내 발을 붙잡아도 헤쳐 나갈 생각만 했고 어떤 시련이 다가와도 피하지 않았다. 정면으로 싸우며 나를 여전사라고 생각했다.

저자가 칭하는 악마는 아빠였고 나르시시스트였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가 강하며 자기식대로 해석한다. 나르시시스트에게 호되게 가스라이팅을 당한 이후로 사람에 대해 더욱 조심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피해자는 가족이 감싸주지 않고 그냥 넘어가주기만 원하고 덮어두기만을 원한다. 마음이 아프지만 엄마와 형제들은 과감히 인연의 끈을 끊어야 한다. 왜냐하면 실망의 실망을 하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마음이 찡했던 건 결혼식 장면이었다. 그 긴시간을 견뎌내고 가족내에 어느 누구도 내 편이 아니었는데 연애끝에 결혼식을 치뤘는데 누구보다 행복한 결혼식이라고 느낀건 사슬을 끊고 해방하는 그 해방감의 기분은 읽는 내내 나도 기분이 좋았다. 나도 시집갈때에 결혼식장에서의 작가가 느끼는 기분을 느끼며 결혼했기에 읽으며 나도 감회가 새로웠다. 나는 다른 어려움으로 결혼이 해방이라고 느끼며 결혼했다. 정신적 트라우마는 절대 지워지지 않고 옅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입을 모아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목소리를 내는 강인한 여성으로서 멋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