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는 정신이 누른다
김남호 지음 / 슬로우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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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는정신이누른다 #김남호지음 #슬로우북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가 무얼까 생각해본다. 지나가는 시간을 사진으로 붙잡기 위해서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서 찍었다. 아무래도 사진을 남겨놓으면 그 당시의 시간으로 내가 다시 기억하고 추억하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순히 추억하기 위한 사진을 찍었었다. 그리고 나의 지나간 시간을 붙잡기 위해 한껏 꾸미고 찍은 셀카이외에는 예술적이거나 철학적인 사진은 찍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사진작품을 보면 나의 기억 너머에 있는 감성이 깨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같은 공간이라도 네모난 프레임에 담겨있는 시선은 다르다. 그래서 낯선 느낌을 주어 시를 읽는 듯해서 내가 알고 있지 않은 다른 세계로의 여행이라고 하겠다.

다른 세계로의 탐닉은 흥미진진하다. 전문 철학자이자 사진가인 작가의 세계는 정말 새롭다. 사진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지고 내가 책을 읽는 행위처럼(책을 읽으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사진찍는 행위도 사유하고 깊어지면 더없이 좋은 것이 아닌가라는 마음과 함께.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그 누구에 나도 포함하여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내 안의 것을 끄집어 내라고 말한다.

P.31 우연적인 사물들속에 미적 질서를 부여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미적 질서를 통찰하는 심미안을 통해 우연의 세상에 의미를 부여한다.

끊임없이 작가는 자신에게 묻고 또 묻는다. 하나의 사물이 왜 거기에 있고 그 모습이 진짜 모습인가를 묻고 또 묻는다. 작가는 어떠한 사물이 거기에 있기때문에 마주치지 않을 상황이지만 마주쳤기에 그것또한 특별하다고 했다. 내가 생각했던 어떠한 지점에서 작가의 시점과 맞닿았을 때의 그 느낌은 정말 유레카이다. 다이아몬드를 바라보는 시선. 그저 탄소들의 특정배열과 분자들의 집합일 뿐인데 결혼식에서 신랑에게 받는 신부의 감동과 사랑은 세레머니와 결혼이라는 의미의 획득이다. 한창 불꽃놀이와 음악분수, 그리고 다르지만 꽃의 아름다움이 무언지 몰랐을때의 느낌과 같다고 해야할까. 불꽃놀이는 그저 고체에서 기체로 변하며 폭발효과가 발생하는 효과일 뿐이지만 불꽃놀이의 순간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지속적이지 않은 순간의 찰나가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 분수는 물리법칙을 거스르며 물의 흐름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실재 그 자체는 없지만 의미를 부여하며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다르다.

P.73 그 음악이 내 마음에 들어오면서, 외부 세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체험해보라. 내가 적극적으로 존재에 맥락을 부여한다는 건 그런 것이다. 세계 그 자체는 없다. 피츠제럴드의 음악을 듣는 내 마음이 존재와 맺는 관계 맺음만이 있다.

작가가 인도하는 외부세계의 체험은 바닥만 쳐다보며 걷지 않는 한 음악과 함께 외부세계로의 여행은 가능하다. 문득 어떤 기억에 사로잡히게 되었는데 사진의 프레임처럼 각인되어 있다. 20대때에 버스 뒷자석에 타서 MP3에 즐겨듣던 김광민의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유키 구라모토의 "Romance"나 막심 므라비차의 "Croatian Rhapsody" 등등 그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 들었을법한 피아노연주곡을 들으며 일끝난 뒤 바깥풍경을 보며 집에가던 길이 생각이 난다. 그때의 그 감정 그 느낌이 다시 떠오르니 신기할 뿐이다. 작가는 현재의 상황에서 와닿는 음악을 들으면 나의 내면의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해 설명하는데 나는 그 짧은 찰나에 현재보다는 20대때의 공간속으로 빨려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순간의 찰나와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것과의 우연한 만남이 갖는 것을 담아보는거다. 그 찰나를 담기위해 한 인격체를 담아내기 위하여 어떻게 작업하는가도 알 수 있었다. 타인을 찍으려 할때에는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내가 그저 봐온 것을 다른 시선을 지향하여 지속적인 철학의 사유와 미적활동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뒷면의 작가의 흑백의 사진이 은은하면서도 강렬했다. 철학과 사진을 통하여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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