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그화려한역설 #최인장편소설 #글여울 작가의 소설은 [도피와 회귀]에서 만났다. 그 때도 작가만의 색깔이 있다. 작가만의 장르가 있다고 느꼈다. 철학소설로 작가의 세계가 뚜렷하다. 도피와 회귀가 철학소설이라면 이번에 읽은 책은 작가가 더욱 심혈을 기울인 철학, 그리스신화 등등 풍부한 지식의 향연이다. 주인공 경찰인 모제부터 나오는 등장인물의 자유분방함과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이 써스펜스, 스펙타클, 긴장감이 있으며 자살인건지 어딘가에 칩거해있는지 모르는 유리를 찾기 위해 떠난 길을 함께 떠나는데 긴장감에 몰입도가 배가 된다. 이 책의 몇배의 이상의 재미라고 한다면 69개의 표지비밀을 풀어보는 비밀풀기프로젝트가 있는데 비밀을 풀게되면 5000만원의 상금도 주어진다. 나는 추리에 약한 편이라 다른사람에게 상금을 양보하겠다. 하하하. 온 도시를 샅샅이 뒤지며 유리를 찾으러 떠나는데 지하도시라고 해도 무관한 지하 나이트클럽으로 내려가서 집주의 안내를 받으며 그 무한하고 방대한 곳. 지상의 세계와 지하의 세계의 시간이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곳에서 집주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그 방마다의 의미와 유리가 있는지 찾아다니는 여정에서 집주의 나이와 그 지하세계가 건설되기까지의 얘기도 들어보고 40개나 되는 그리스신들의 방을 설명하며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나열되며 저절로 그리스신화를 배우게 되기도 한다.P.97이 복도도 마찬가집니다. 처음 가면 멀어 보입니다만, 그리 먼 거리가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중간에 주저앉거나 포기합니다. 눈앞에 목표가 보이는데도 말이에요.˝ 철학소설보다 더 심혈을 기울인 소설로 다가왔다. 철학자의 글들을 인용한 것도 인상적이었고, 삶에서 한번쯤은 되짚어 볼 수 있는 글로 어렵다고 생각한 단어에는 아래 각주를 달아서 읽는이에 이해를 돕기도 했다. 소설을 읽으며 뭔가 깨치는 재미는 누구보다 작가가 잘아는 듯 했다. 지상과 지하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며, 지하세계에서 탈출한 이카로스가 많은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데 주인공 모제와 이카로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말은 오픈하지 않고 읽는 이에게 남길 것이다. 뭔가 줄거리만 남는 소설이 아닌 지식과 고전의 향연이라해도 무관하다. 어느것하나 놓치지 않으려 작가가 갈고닦은 명작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은 시대를 앞서가기도 하지만 그 등장인물을 보면서 내가 되기도 한다. 내가 모제였다면 어땠을까? 유리를 찾아나서는 여정보다는 유리와 비슷한 사람을 찾으러 다녔겠지라는 생각도 하면서. 현 세태를 꼬집는 흐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