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 서울대 교수진이 추천하는 통합 논술 휴이넘 교과서 한국문학
이청준 지음, 정태균 그림, 방민호 논술, 조남현 감수 / 휴이넘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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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단편소설이다. 화자인 나와 아내, 어머니인 노인이 등장한다.

 

'나'는 어머니에 대한 빚이 없다. 화자인 '나'는 술벽에 빠진 형이 논과 밭을 다 팔아먹고 선산과 아버지 집까지 팔아넘겨 그후로 고등학교와 대학교, 군생활까지 자립의 생활고를 겪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형의 죽음 후에 형수와 남겨진 조카 셋이 어머니와 단칸 초가 오두막에 살고 있다. 그 집은 마치 묵은 빚이 툭 불거져 나올 것 같은 초라한 형색이다.

 

어느 여름날 아내와 '나'는 어머니의 단칸방 집에서 하룻밤을 자며 농어촌 지붕 개량 사업에 관한 얘기를 듣는다. 정부 보조금 5만원이 지원되는 사업이지만 궁상스러운 집을 개조하는 것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내는 어머니와 이런저런 옛이야기를 하며 어머니의 속내를 물어본다. 노인은 죽음에 대한 걱정과 마지막 준비로 동네 사람들에게 궁색하지 않은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소망이다.

 

노인은 20여 년 전 크고 넓은 다섯칸 겹집에 살던 얘기를 며느리에게 들려주며, 아들에게 그 집에서 마지막 밥상을 차려주던 시절을 얘기한다.

 

이불 한 채와 옷궤 하나 남은 옛집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둘이서 나선 새벽 눈길, 아들을 버스에 태워 보내고 어 둠 속의 눈길을 다시 되돌아 가는 노인은 눈 길 위에 새겨진 아들의 발자국에 눈물을 뿌리며 되돌아온다.

노인은 뒷산 바위 위에 앉아 시린 눈으로 마을과 자기가 살던 옛집을 둘러본다. 방금 아들이 다녀간 이젠 남의 집이 된 노인의 집 지붕 위엔 햇살이 가득하다.

 

이청준의 단편소설 눈길(눈낄)을 읽다보면 눈길(눈:낄)이 연상된다. 눈 쌓인 산길을 아들과 둘이 걷다, 네 개의 발자국을 따라  홀로 되돌아가는 어머니의 마음이 눈길과 눈길 위에 자꾸만 시리게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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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 길고양이와 함께한 1년 반의 기록 안녕 고양이 시리즈 1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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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길고양이와 함께한 1년 반의 기록

 

최근 동물보호단체인 ‘케어’의 대표가 구조해 온 동물들을 수년간 임의로 안락사 처리했다는 뉴스는 많은 이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이슈로 내세웠던 동물보호단체에서 생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사건은 보호소 안팎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 파장이 크다.

 

이 세상에는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무관심한 사람들이 함께 숨을 쉬며 살아간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저자가 길고양이와 함께한 1년 반의 시간동안 아기 고양이가 성묘가 되는 희로애락의 과정과 그들의 삶, 가족사와 수난기에 관해 관찰한 이야기다.

고양이와 사람, 나아가 사람과 동물 사이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저자의 다정한 시선이 골목과 거리마다 가득하다.

고양이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도 사진을 보며 가볍게 읽을 수 있고,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고양이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더주고 싶었던 사랑을 이끌어 내는 책이다.

 

국내와 해외의 오지를 다니며 길 위의 시인으로 살아온 저자 이용한은 어느 추운 겨울밤 거리를 걷다 우연히 12개의 눈동자를 만난다. 달빛 아래 버려진 은갈색 소파 위에 앉아 있는 어미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 다섯 마리의 눈빛과 마주친 순간, 인기척에 놀란 고양이들은 어두운 골목 저편으로 사라졌지만 그날부터 시인의 길고양이를 향한 사랑이 시작된다.

 

며칠이 지난 후 시인은 다시 만난 고양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먹이를 건네고 녀석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찰나의 사진을 찍으며 아기고양이들의 무늬와 개성에 맞는 이름을 지어준다.

퉁퉁이, 점박이, 추냥이, 깜냥이, 희봉이!

이름이 생긴 고양이들은 이제 시인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손들고 벌 서는 고양이 희봉이, 벽돌을 베개 삼아 자는 깜냥이, 치킨 배달전문 모냥이의 매력에 빠져 점차 동네 길고양이들을 더 세심하게 살피며 돌본다.

 

고양이는 영역을 지키며 사는 동물이다. 길 위에서 무수한 위험을 동반하며 사는 안락하지도 평화롭지도 않은 길고양이의 운명은 매순간이 고비이며 시련이다. 떠돌이 개들의 습격, 로드킬 그리고 사람들의 위협이 더해져 이 모든 것들을 감수하며 하루를 사는 길 위의 삶이 위태롭다. 길고양이를 돌봐주는 캣맘이 늘어나는 만큼 그에 대한 이웃들의 감시와 반감도 심해진다.

 

이 책은 단지 길고양이만의 문제를 다룬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기쁨과 절망, 고통을 똑같이 느끼는, 생명이 또 다른 생명에게 주는 소통과 나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어느 날 밤거리를 거닐다 우연히 달빛을 닮은 눈빛의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 길 위의 고군분투기가 떠올라 그들의 인사인 눈키스로 조용한 응원을 보내주거나 시인처럼 사랑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겨울철 포장마차의 온기 같은, 생명이 생명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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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의 행복사회
신승철 지음 / 삼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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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해도 살아남는 것조차 힘든 시대, 이익을 남기기보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게 다행인 시대, 기회나 일자리를 만들기가 좀처럼 힘든 시대는 저성장

시대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작가는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행복으로 가는 작은 팁 몇

가지를 알려준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나긴 여정의 시작

으로 상대를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사람으로 보는 교감과 공감력을 제시한다.

 

자기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고 생산활동을 찾기 위해 '지금-여기-가까이'

에서 행복을 찾자는 화두를 던진다.

느림과 여백의 판짜기로 사람들 사이의 미세한 차이와 다양성을 사랑, 돌봄 등의

우리 안에 내재된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의 메세지를 전한다.

작가 자신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낸 더 풍부해지고 다양한 삶의 모습을

소개한다.

 

일상이 묻어나는 작가의 작업실에서 고양이와 아내와 함께 하는 소소한 나눔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행복이란 먼 곳에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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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마음
이토 히로미 지음, 나지윤 옮김 / 책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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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시인 이토 히로미가 쓴 <개의 마음>은 그녀와 십사 년을 함께 산 저먼 세퍼드 암컷 '다케'와의 일상과 이별과정을 담담하게 일기를 쓰듯 7부로 나누어 쓴 에세이다.

 

책에는 다케와 니코, 아버지의 죽음 후 키우게 된 루이까지 세 마리의 개가 등장한다.개 뿐만 아니라  앵무새, 고양이, 거북이, 코요테에 관한 이야기도 나와 작가가 동물들과 소소한 정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늙어가는 개에게서 노령의 아버지와 몇 가지 닮은 점을 발견한다. 웅크리며 힘없이 자거나 걷지 않아 점점 약해지는 근육과 노쇠해 병을 앓는 모습을 보며 쇠약해 지는 존재에 대한 연민을 느낀다.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던 다케를 위해 가족은 안락사를 고민하지만, 그동안 다케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던 저자의 남편이 그것에 반대하며 개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다케가 늙긴 했지만 고통을 느끼지도 않고 아이들도 다케를 잘 돌봐줍니다. 우리 가족은 오랫동안 다케와 함께  살아왔어요. 돌보기가 다소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다케를 죽일 수는 없습니다."

 

애견인구 천만 시대, 책에 삽입된 작자 미상의 '무지개 다리 이야기'는 애견인의 눈시울을 젖게 한다.  아픔이 없는 천국에서도 주인을 기다리는 것이 개의 마음인 것이다.

 

그러나 책의 내용 중 작가의 작업실을 엉망으로 만든 똥 얘기와 온 집안에 진동하는 세 마리 개의 소변냄새, 치료를 이한 병원비 과다 지출에 관한 이야기는 개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익숙하 일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에게 생경함과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

 

선천적 기질과 후천적 기질이 양립하는 개의 마음을 살펴 어떻게 좋은 친구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개의 마음과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것에 대한 답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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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가매 2018-09-1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17년을 함께 산 말티즈와 이별을 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공감이 갔다.
특히 책 표지에 실린 개의 뒷모습이 주인을 기다리는 녀석들의 한결같은 충직한 마음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아 귀엽고도 쓸쓸해 보였다.
 
문학은 노래다 - 북뮤지션 제갈인철의 문학과 인생 이야기
제갈인철 지음 / 북바이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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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노래다>

소설을 노래하는 한 남자의 어떤 고백

"문학은 힘이 세다!"

 

'책은 눈으로 읽어도 그 속에 침묵의 음악이 있다'라고 서문을 연 작가 제갈인철은

2007년부터 소설을 노래로 만드는 작업을 하여 150여 곡을 창작하고, 500회 이상의

현장 공연을 다니며 문학과 사람의 경계에 서서 쉼없이 삶의 노래를 부르는 북뮤지션

이다.

 

작가의 성장과정에 거울과도 같은 역할을 해준 문학 이야기와 여러 문학작품

속의 공감되는 문장을 소개하며 작품의 일독을 넌지시 권해주는 책이다.

 

작가는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나?', '왜 문학을 읽는가?' 등의 많은 질문을 독자

에게 던지며, 문학이란 우리가 왜 다른 인생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며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노래여야 한다고 얘기한다.

 

뒤척이기 위해 읽는 문학, 더 큰 메아리로 웃을 수 있게 해주는 문학, 슬픔과

웃음이 피워낸 꽃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 속에 가득하다.

문학으로 세상은 온기를 더해가고 바다는 더 푸르러 진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혼자 머물거나 따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바람이 가는 곳은 시간이 가는 곳이라고 전하며 아직 듣지 않은 멜로디를 상상

하게 하고 아직 만나지 못한 길을 꿈꾸며 걷게 한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오면 적든 많든 그 사람의 어떤 것이 내게 묻어온다. 그게 꽃가루 같은 거라면 내게 와서 삶에 빛깔을 주는 프리즘으로 적용할 수도 있다. 사람도 그렇지만 책도 그에 못지않다.

문학은 허락 없이 마구 넘나들 수 있는 누군가의 마음이다. 그리고 나를 닮은 누군가가 정제돈 기억을 저장해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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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가매 2018-09-09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볍게 생각하고 읽은 노란표지의 책, 서문에서부터 가슴을 울리는 문장들이 많다. 작가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마음에 와 닿는 좋은 문장들을 필사하고 작가가 권하는 책들을 읽을 목록에 추가한다. 그가 작곡한 노래의 멜로디가 궁금해져 유튜브를 검색해 보기도 했다.
읽는 내내 필기하랴 검색하랴 손과 눈이 바빠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