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고 시절을 거쳐 대학교 때까지 '전집 모으기'라는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즉... 내용이 괜찮다 싶으면 앞, 뒤 시리즈를 무조건 모으는...
음반, 책 가리지 않았다.
회사에 들어가고 돈을 벌자 이번엔 업그레이드병에 걸렸다.
시시때때로 공동구매 페이지를 들락거렸고 점 찍어둔 물건은
꼭 사야만 직성이 풀리고 마는... 1년 새 돈 많이 썼다... 흐.... -_-
그 때 카드빚이 아직도 남아서 나를 괴롭힌다. (리볼빙...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거이거... 별로다... )
쌩쌩한 핸드폰을 스카이로, 엠피쓰리 플레이어만 벌써 네번째다.
사실 PDA와 노트북도 노리고 있다. --+
오늘 이렇게 글을 쓰게된 계기가 바로 오늘 배달된 엠피쓰리 플레이어다.
어제까지만 해도 현원 꺼 T-MATE FM을 사용했다.
이거... 모양도 이쁘고 쓸만하다. 단지 액정이 무지 작고 자주 사용하면
하루에 한번 밧데리를 갈아줘야 하는거... 그리고 어학용으로 쓰기엔 좀 불편한거
빼고는 진짜 괜찮다.
하지만 몇달 전부터 내 눈에 박힌 새로운 물건이 있었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아이리버 iFP-595다.
이 놈... 진짜 물건이다.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기술을 가장 안정적으로
구현한 물건 중의 물건이다. 한 번 박힌 물건은 내 눈에서 절대 빠지질 않았다.
그래서 결국... 결국!!! 카드 할부로 구입을 하고 말았다. ㅠ.ㅜ
오늘 받았는데 정말 좋긴 좋다. 근데...
참 간사한게 이것 저것 요것 갖가지 필요성을 나열하며 스스로를
충동질 하고 분수에 맞지 않은 소비를 합리화시켜 결국 욕망을 충족시켰다.
그리고 필요성 역시 적절하게 채워졌으며 불만은 없었다.
그런데도 웬지 허전하고 그냥 예전거 불편한대로 써도 괜찮았을걸...
하는 생각이 은근히 치밀어 오르면 애써 무시하는 이 태도란... -_-;;;
얼마 전에 데이비드 게일이라는 영화를 봤다.
거기서 주인공이 대학 교수로 나오는데 강의 중에 이런 얘기를 했다.
환상(fantasy)는 원래 없는 것이라고... 우리가 얻고자 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환상적이라고... 결국에 가서 얻을 수 있는 거라면 그것은 환상이 아니라고...
참 인상 깊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사형 제도의 폐지라는 '환상'을 얻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지만 만약 그가 생전에 자신의 소망을 이루어냈다면
그게 그렇게 좋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소망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채 조금만 더 손을 뻗치면 닿을 것 같은
긴장의 연속... 이것이 fantasy 아닐까?
어쩌면 모든 인간은 계속해서 새로운 fantasy를 현실화하기 위해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허허... 가당찮은 소비로 인한 푸념을 이리도 거창하게 하다니.
그래도 나에겐 장점이 있다. 나에게 주어진 사람이든 물건이든
최대한 활용하고자 노력하는 것.
아이리버야... 넌 나의 음악감상, 어학, 녹음, 기타 등등의 갖가지
목적을 위해 최대한 봉사하게 될거란다. 니가 가진 모든 잠재력을
다 사용해 줄테니 기다리렴.... 우후후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