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 손명희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이 책에서 우리와 모습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인류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제멋대로 살인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기만 하다.
오히려 더 멋진, 그들의 환상을 완벽하게 재연해줄만한 대상과 환경을 찾아 헤맨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세계에서 온 미지의 존재에 대해 외계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온 존재들은 우리와 같은 세계에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무어라 불러야 할지 난감해진다. 그래서 책에서 이 존재들은 괴물, 짐승이라고 불려진다.
그런데 그 용어조차 합당한가에 대해 의문스러워진다.
재미로 죽이고 먹기 위해 죽이는 측면에서는 짐승과 비슷하지만 그 행위가 성적 욕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만나는 '짐승들'의 행위는 본능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변태적 살인 욕구로 점점 키워져온 환상이 현실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점도 다르다.
즉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공상의 능력을 통해 짐승의 행위를 서슴없이 해내는 이들에겐 무언가 다른 이름이 주어져야 하겠다.
집단, 사회, 국가, 세계... 우리는 우리 서로가 동질적이라는 전제 하에 편리하게 묶어놓기를 좋아한다.
묶어놓는다는 것은 한편으로 소수의 이질적인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것이 필연적이다.
사회가 평등한 기회를 주었다는 점만 가지고 소수의 사회부적응자들이 가진 개별적인 문제들에 대해 무관심할 때 우리와 같지만 전혀 다른, 유영철과 같은 '짐승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요즘 들어 좀비 영화들이 많아졌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귀신, 괴물로는 사람들에게 겁은 줄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무서운 것은 조금 전까지 친하게 지냈지만 지금은 나를 물어뜯으려 하는 내 친구라는 존재인 것을 영화 제작자들이 눈치챈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