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젤 미트 파이 Angel Meat Pie
D[di:] 지음, 정유리 외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소설과 만화의 형식을 결합한 퓨전장르인 노블코믹(Novel Comic). 지난해 국내 작가에 의해 노블코믹이란 이름으로 발간된 <아이 먹는 여자>가 장르의 혼합이라기보다는 ‘만화가 삽화로 들어간 산문’의 느낌이었다면, 노블코믹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디(di:)의 <엔젤미트파이>는 장르의 퓨전이 어떤 것인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가 직접 만들어 부른 노래가 들어있는 부록 CD를 듣다보면 이런 인상은 더욱 강해진다.

 표제작 ‘엔젤미트파이’의 주인공 에나는 일곱 살 생일에 천사의 고기로 만들어진 파이를 먹고 난 이후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종이봉투로 보이게 됨으로써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는 종이상자를 뒤집어씀으로써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켜버리는 ‘혼자놀기’의 주인공 스노우캣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그로테스크한 상황설정과 캐릭터들의 모습에서는 팀 버튼의 캐릭터들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팀 버튼의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이 간결한 우화의 형식을 빌고 있다면 <엔젤미트파이>는 소설의 형식을 빌어 보다 구체적인 정황과 복잡한 심리까지를 묘사해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 3
김민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터무니없이 진지하기만한 극화체 만화에 지친 독자들에게 요절복통할 웃음을 선사하며 ‘만화란 바로 이렇게 낄낄거리면서 보는 것이었다’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자각시켜줬던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가 아쉽게도 완결편을 내놓았다.

 몰락한 왕국의 철부지 왕자 반(로뎀하윈즈 차미도르 구뜨 르브바하프 릴리 루미안)과 ‘가녀린 괴력’의 시녀 코나, ‘노령의 꼬마’ 사상가 시안 등 세 주인공을 중심으로 엽기적인 개성을 지닌 조연급 캐릭터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며 아기자기 위태위태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바닥을 구르며 만화를 읽던 독자로 하여금 문득문득 이런 걱정 아닌 걱정을 하게 만들어버린다. ‘이러다가 왕국 재건은 어느 세월에 이루어질꼬….’

 그러나 제목에서 이미 노골적으로 왕국 재건을 암시하고 있듯이, 올바른 정치에 대한 고민을 통한 왕자의 (느린) 성장, 왕국 재건의 희망을 노래하던 음유시인의 희생, 백만 병력의 함성 소리(를 내는 구관조)와 함께 등장하는 장군 등 이야기의 흐름은 차분히 왕국의 재건을 향해 나아간다. 왕국의 재건은 어이없고 황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라는 독자의 기대는 과연 이루어질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국열차 1 - 탈주자
장 마르크 로셰트 외 지음, 김예숙 옮김 / 현실문화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것은 미래의 이야기.

 

전쟁이 터지고, 기후무기를 사용한 인류는 영하 85도에 이르는 혹한 앞에서 종말에 직면하게 된다.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백색의 세상에서, 1001량의 설국열차는 인류 최후의 생존자들을 싣고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 열차의 엔진이 멈추는 순간, 인류는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열차에 올라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일의 종말을 준비하며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여유는 보이지 않는다. 황금칸에서 꼬리칸까지, 엄격하게 나뉘어진 계급의 벽 앞에서 그들은 권력의 유지를 위해 혹은 코앞의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칠뿐이다. 호화로운 상류사회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황금칸 사람들과 돼지우리에서처럼 서로 뒤엉킨 채 단 한 시간만이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소망인 꼬리칸 사람들. 종착역의 이름은 결국 ‘멸망’일 수밖에 없는 설국열차. 정보의 독점과 조작, 학살과 폭력이 지배하는 이 열차 속 풍경은 어쩌면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올라타고 있는 ‘지구’라는 이름의 열차는 오늘도 우주 속의 무한궤도를 쉬지 않고 질주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미래의 이야기.

그러나 바로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azz It Up! 2 - 만화로 보는 재즈역사 100년
남무성 지음 / 고려원북스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멋있다, 난해하다, 낭만적이다, 자유스럽다... 우리가 재즈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런 선입관들은 이제 여지없이 무너지게 되었다. 유쾌하고 즐거우며, 심지어 ‘우끼기’까지 한 재즈입문서, <jazz it up!> 때문이다. ‘만화로 보는 재즈 역사 100년’이라는 부제가 다소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만화로 펼쳐지는 재즈 100년의 역사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1권에서는 재즈 스타일의 변천 과정이 루이 암스트롱, 듀크 엘링턴, 디지 길레스피, 찰리 파커, 마일스 데이비스 등의 연주자 중심으로 서술되고 2권에서는 즉흥 연주의 개념, 난해하기로 이름난 아방가르드 재즈의 이해 등 딱딱할 것 같은 이론들이 재미나게 설명된다.

지은이 남무성은 연주자들의 개성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매력적인 그림을 선보이는데, 낮은 채도의 색감은 재즈가 가진 이미지와도 잘 어우러진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재즈전문지의 발행인, 공연기획자, 재즈비평가 등의 이력이 책의 내용에 신뢰를 더해준다.

*주의 : 재즈의 골수 매니아라면 책을 펼치기 전에 청심환을 복용할 것. 자신이 숭배하는 음악과 연주자가 희화화되는 데에서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gray 2005-04-10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짓말의 대가로군요. 특히 별점을 보니... 그리고 오버에도 일가견이... 청심환 복용이라니 만화도 이해못할까바 오버를 하십니다.

loverror 2005-10-1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과장하긴 했지만 어디가 거짓말이란 걸까요? ^^a 아.. 그런데,
실제로 '만화도 이해 못하는' 분들 굉장히 많아요. 나이 드신 분들이 요즘 영화를 보고 "무슨 소린지 모르겠고 어지럽기만 하다"고 하시는 것과 비슷하달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