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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좋아한 적 없어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체스터 브라운 지음, 김영준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체스터 브라운은 1980년대의 캐나다에서 일어난 얼터너티브 코믹북(기존 상업만화에 대한 대안으로 일어난 만화 운동)의 르네상스를 이끈 대표적인 만화가이다. 또한 체스터 브라운은 <너 좋아한 적 없어>의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자신의 소년 시절을 그린 이 자전적 만화에서 체스터 브라운은 1970년대 캐나다 몬트리올 교외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소심한 소년 체스터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 보여주고 있다. 마음의 교감은커녕 일상적인 소통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가족, 장난이나 저질스런 농담만이 전부인 동급생들과의 교류, 실체가 의심스럽거나 서로 어긋나기만 하는 여자아이들에 대한 감정 등이 소소하고 구체적인 정황들을 통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솔직하게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의 감정의 근원조차 파악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작가이자 주인공인) 체스터 브라운의 이 솔직함을 과연 솔직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아무도 없는 부엌에 홀로 앉아, 어디에도 시선을 고정시키지 않은 채로 묵묵히 비스킷을 씹고 있던 소년 체스터의 눈은 과연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아아 소년들이여, 그대들의 순정은 왜 그리도 무뚝뚝하단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