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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멀 - 인간과 함께 사는 동물들의 인간적인 이야기
박순구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이라크 파병 논쟁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던 어느 날, 네티즌들은 <어느 흰쥐의 이야기>라는 짧은 만화 한 편을 부지런히 ‘펌질’하기 시작했다.

 만화 속의 의인화된 흰쥐는 사람보다 더 사람같이 표현되어 있었고, 캐릭터들의 풍부한 표정과 부드러운 색감, 잔잔한 독백으로 진행되는 자연스런 연출과 가슴을 뒤흔드는 반전은 모니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클릭하다가 무심코 이 만화를 보게 된 수많은 이들을 한순간 경직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만화의 지은이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휴머니멀>이란 제목으로 동물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휴머니멀>은 흰쥐, 오랑우탄, 비둘기, 두더지, 팬다, 수달 등 의인화된 동물캐릭터의 이야기를 빌어 이라크 파병, 외국인 노동자, 노인 치매, 교육 제도, 빈부의 양극화 등 우리 사회의 아픈 문제들을 드러내 보여준다. 짐승 취급을 당하는 소외된 이들을 동물캐릭터를 통해 표현하면서도 그들을 ‘인간’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다는 점은 무척 아이러니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감상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특히 '가족주의'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작가는 모든 작품을 통해서 '가족'이야말로 모든 이들이 회복해야할 지고지순의 가치인 듯 묘사하고 있다.

 이같은 '가족주의'는 미래보다는 과거지향적이며, 작품의 주제 범위를 인류보편적인 범위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범위로 축소시켜버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남발을 피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들은 독백과 눈물(생각과 감정을 직접 드러내는) 없이 연출된 <휴머니멀>을 보고 싶다는 기대로 곧바로 이어진다.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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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7-10-2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베로님, 올만이어요~~~
 
소소한 휴일 3
나가하라 마리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연애휴일 1625일째. 그러니까 남친과 헤어진 지 자그마치 4년하고도 184일(이후 남자친구 없었음). 작가가 된 후 처음으로 의뢰받아 6개월째 집필 중이던 순정소설은 출판사의 느닷없는 기획 취소로 한순간에 물거품. 알바라도 찾아볼까 하고 뒤져본 알바정보지는 또 왜 이렇게 얇은 거지?(한때는 모서리로 때리면 사람도 죽일 수 있겠다 싶을 만큼 두꺼웠다구.) 게다가, 게다가… 아직 서른도 안 된 나이에(낼모레면 서른) 얼굴에 생겨버린 아줌마 기미! 나… 나 혹시 ‘어려 보이려고 발악하는 아줌마’가 돼버린 거야?

 

 그 때가 되면, 일도 사랑도 경제적인 위치도 어느정도 ‘완성’되어 있으리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나이, 서른. 그러나 사회의 벽은 높고도 높고, 소통의 강은 넓고도 넓어서 막상 도달하고 보니 이루어 놓은 것이라고는 서른이라는 나이 뿐.

 

 제목과 표지그림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로는 ‘이국적인 여행지에서 보내는 사소하고 평화로운 일상’의 이야기일 것만 같은 『소소한 휴일』. 그러나 『소소한 휴일』이 그리고 있는 세계는 그런 ‘환상’ 같은 이야기와는 동떨어진 냉엄한 현실의 이야기이다. 연애휴일 2105일 째, 오늘의 예금잔고 35만 6233엔. 친근하고 공감 가는 이야기에 킬킬대며 웃던 독자들은 예금잔고처럼 제시되는 주인공의 현실 앞에서 문득 자기 자신의 현실을 떠올리게 돼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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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소묘 -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만화애니메이션총서 31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만화애니메이션총서 31
김인 지음 / 새만화책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읽고 있는 대개의 상업만화는 펜과 먹과 톤을 이용해 종이 위에 그려지고 있다. 그것은 작가들이 다양한 재료의 사용법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 안에 작품을 완성해 종이 위에 대량으로 찍어내야 하는 상업만화와 인쇄 시스템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출판환경의 변화와 인쇄기술의 발달은 작가들에게 보다 다양한 재료와 작법을 사용하고 실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으며, 그렇게 창작된 다양하고 개성 있는 만화들은 만화 독자들에게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그림자 소묘>는 콘테와 붓으로 그려졌다. 만화로서는 드문 이 재료들은 그림을 그림으로써 세상과 소통하는 주인공 주희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리고 잃어버린 자아(존재감-그림자)를 찾아가는 소녀의 모습을 보다 효과적으로 묘사하는 데 더없이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림자 소묘>의 장점은 단지 드문 재료를 사용했다는 실험성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담담하게 이어지다가 문득문득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독특한 구도와 연출은 만화를 읽는 재미가 어디에 있는 것인가를 새삼스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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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좋아한 적 없어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체스터 브라운 지음, 김영준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체스터 브라운은 1980년대의 캐나다에서 일어난 얼터너티브 코믹북(기존 상업만화에 대한 대안으로 일어난 만화 운동)의 르네상스를 이끈 대표적인 만화가이다. 또한 체스터 브라운은 <너 좋아한 적 없어>의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자신의 소년 시절을 그린 이 자전적 만화에서 체스터 브라운은 1970년대 캐나다 몬트리올 교외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소심한 소년 체스터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 보여주고 있다. 마음의 교감은커녕 일상적인 소통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가족, 장난이나 저질스런 농담만이 전부인 동급생들과의 교류, 실체가 의심스럽거나 서로 어긋나기만 하는 여자아이들에 대한 감정 등이 소소하고 구체적인 정황들을 통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솔직하게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의 감정의 근원조차 파악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작가이자 주인공인) 체스터 브라운의 이 솔직함을 과연 솔직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아무도 없는 부엌에 홀로 앉아, 어디에도 시선을 고정시키지 않은 채로 묵묵히 비스킷을 씹고 있던 소년 체스터의 눈은 과연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아아 소년들이여, 그대들의 순정은 왜 그리도 무뚝뚝하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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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7-10-23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 제 취향은 전혀 아닌 책인 듯 싶은데, 이 서평이 마음을 흔드는군요.

딸기 2007-10-23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갸갸 지금 보니 2005년 리뷰... -_-

loverror 2008-09-08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갸갸 2007년의 댓글을 지금에서야... -_-;;
 
앤젤 미트 파이 Angel Meat Pie
D[di:] 지음, 정유리 외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소설과 만화의 형식을 결합한 퓨전장르인 노블코믹(Novel Comic). 지난해 국내 작가에 의해 노블코믹이란 이름으로 발간된 <아이 먹는 여자>가 장르의 혼합이라기보다는 ‘만화가 삽화로 들어간 산문’의 느낌이었다면, 노블코믹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디(di:)의 <엔젤미트파이>는 장르의 퓨전이 어떤 것인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가 직접 만들어 부른 노래가 들어있는 부록 CD를 듣다보면 이런 인상은 더욱 강해진다.

 표제작 ‘엔젤미트파이’의 주인공 에나는 일곱 살 생일에 천사의 고기로 만들어진 파이를 먹고 난 이후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종이봉투로 보이게 됨으로써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는 종이상자를 뒤집어씀으로써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켜버리는 ‘혼자놀기’의 주인공 스노우캣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그로테스크한 상황설정과 캐릭터들의 모습에서는 팀 버튼의 캐릭터들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팀 버튼의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이 간결한 우화의 형식을 빌고 있다면 <엔젤미트파이>는 소설의 형식을 빌어 보다 구체적인 정황과 복잡한 심리까지를 묘사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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