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젤 미트 파이 Angel Meat Pie
D[di:] 지음, 정유리 외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소설과 만화의 형식을 결합한 퓨전장르인 노블코믹(Novel Comic). 지난해 국내 작가에 의해 노블코믹이란 이름으로 발간된 <아이 먹는 여자>가 장르의 혼합이라기보다는 ‘만화가 삽화로 들어간 산문’의 느낌이었다면, 노블코믹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디(di:)의 <엔젤미트파이>는 장르의 퓨전이 어떤 것인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가 직접 만들어 부른 노래가 들어있는 부록 CD를 듣다보면 이런 인상은 더욱 강해진다.

 표제작 ‘엔젤미트파이’의 주인공 에나는 일곱 살 생일에 천사의 고기로 만들어진 파이를 먹고 난 이후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종이봉투로 보이게 됨으로써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는 종이상자를 뒤집어씀으로써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켜버리는 ‘혼자놀기’의 주인공 스노우캣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그로테스크한 상황설정과 캐릭터들의 모습에서는 팀 버튼의 캐릭터들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팀 버튼의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이 간결한 우화의 형식을 빌고 있다면 <엔젤미트파이>는 소설의 형식을 빌어 보다 구체적인 정황과 복잡한 심리까지를 묘사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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