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휴일 3
나가하라 마리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연애휴일 1625일째. 그러니까 남친과 헤어진 지 자그마치 4년하고도 184일(이후 남자친구 없었음). 작가가 된 후 처음으로 의뢰받아 6개월째 집필 중이던 순정소설은 출판사의 느닷없는 기획 취소로 한순간에 물거품. 알바라도 찾아볼까 하고 뒤져본 알바정보지는 또 왜 이렇게 얇은 거지?(한때는 모서리로 때리면 사람도 죽일 수 있겠다 싶을 만큼 두꺼웠다구.) 게다가, 게다가… 아직 서른도 안 된 나이에(낼모레면 서른) 얼굴에 생겨버린 아줌마 기미! 나… 나 혹시 ‘어려 보이려고 발악하는 아줌마’가 돼버린 거야?

 

 그 때가 되면, 일도 사랑도 경제적인 위치도 어느정도 ‘완성’되어 있으리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나이, 서른. 그러나 사회의 벽은 높고도 높고, 소통의 강은 넓고도 넓어서 막상 도달하고 보니 이루어 놓은 것이라고는 서른이라는 나이 뿐.

 

 제목과 표지그림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로는 ‘이국적인 여행지에서 보내는 사소하고 평화로운 일상’의 이야기일 것만 같은 『소소한 휴일』. 그러나 『소소한 휴일』이 그리고 있는 세계는 그런 ‘환상’ 같은 이야기와는 동떨어진 냉엄한 현실의 이야기이다. 연애휴일 2105일 째, 오늘의 예금잔고 35만 6233엔. 친근하고 공감 가는 이야기에 킬킬대며 웃던 독자들은 예금잔고처럼 제시되는 주인공의 현실 앞에서 문득 자기 자신의 현실을 떠올리게 돼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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