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늘 푸른사상 소설선 72
이수현 지음 / 푸른사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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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푸른사상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비늘>


작품 소개

- 제목 : 비늘

- 작가 : 이수현

- 출판 연도 : 2025년 9월

- 출판사 : 푸른사상

- 장르 : 한국소설

- 쪽수 : 206쪽



<작가 소개>



<개인적인 생각>


<비늘>은 상처와 치유,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인간 간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비늘은 상처가 아니라 살아냈다는 증거야.'라는 문장은 이 소설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였다. 나는 이 문장에서 고통을 숨기기 보다 당당히 드러내고, 그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인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주인공 강도희는 가정폭력의 그림자 아래에서 감정 무표정증을 앓으며 살아간다. 그녀가 이혼 전문 변호사로서 폭력과 배신, 상실을 겪은 이들과 마주하는 과정은 곧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과거의 상처와 화해하는 여정이 되어 주었다. 도희의 이러한 내적 갈등과 성장은 사회의 어두운 면과 대면하면서도 희망을 찾아 나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녀의 직업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고통받는 타인을 통해 자기 치유의 실마리를 찾는다.

<비늘>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현실적인 서사에 신화적 상징과 환상적인 장치를 절묘하게 겹쳐 놓은 부분이었다. 특히, '황금빛 인면어'의 등장은 소설의 핵심적인 요소로 다가왔다. 물속에서 유영하는 인간 얼굴의 인면어, 그 비늘에 손끝이 닿는 순간 온몸을 관통하는 서늘한 전류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오랜 억압 속에 잠자고 있던 도희의 감정이 재생되는 순간을 의미한다. 이처럼 <비늘>은 상처와 생존 사이의 물질적인 증거인 동시에 자신을 보호하는 단단한 껍질이자 세계와 소통하는 감각기관으로 변모한다.

작가는 가정폭력, 양육비 미지급 등 도희가 맡은 현실적인 사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그늘진 단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 어두운 강을 건너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누구도 완전히 혼자가 아니다'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꼭 나같아서 좋았다. 내 이야기이기도 한 소재라서 좋았다. 어찌 그리 잘 표현했는가. 감탄하며 읽게 만들었다. "당신의 비늘은 어떤 모양인가요?"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각자 삶이 남긴 흔적들을 되돌아 보게 된다.

"당신의 비늘은 어떤 모양인가요?"

<비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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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50만 부 기념 전면 개정판)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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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크럼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


작품 소개

- 제목 :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개정판)

- 작가 : 정영욱

- 출판 연도 : 2025년 9월

- 출판사 : 부크럼

- 장르 : 에세이

- 쪽수 : 292쪽


<작가 소개>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개인적인 생각>


문을 닫는 순간, 온몸의 힘이 빠져 나가는 날이 있다. 말없이 무너지고 싶은 날, 누군가 대신 마음을 다독여 주길 바라는 날. 정영욱 작가의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는 바로 그런 날들에 놓인 우리에게 건네는 조용한 손길이었다. 작가는 거창한 위로 대신, 아주 작은 문장들로 우리의 어깨에 얹힌 무게를 덜어준다. 그것은 꾸밈없고, 과장되지 않으며 그래서 더 진실하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는 '괜찮다, 다 괜찮다'라는 간단한 주문을 반복하지 않는다. 대신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치 차분하게 끓여낸 차 한 잔처럼 오래도록 남는다. 오늘이 아무리 흐렸더라도 언젠가 맑아질 것이라는 말은 결코 허망한 위안이 아니고,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해 온 내면의 힘을 확인시키는 따뜻한 증언이다. 작가의 문장은 포근하지만 단단하다. 나를 스스로 바로보게 하고, 스스로를 응원하게끔 만드는 힘이 있다.

전면 개정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듬어진 문장과 미공개 원고는 기존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감동을 준다. 익숙한 위로에 새로움을 더해, 마치 오래된 노래를 다시 들었을 때 다른 부분이 들려오는 경험처럼 읽는 이에게 신선한 울림을 준다. 작가가 건네는 응원의 목소리는 세대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닿을 것 같다.

독보적인 에세이스트 정영욱이 건네는 이 책은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위대한 통찰도, 극적인 반전도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여기, 당신의 지금이 잘 견뎌지고 있다'는 부드러운 확인을 계속해서 건넨다. 그 확인이야말로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을 붙드는 최소한의 끈이다. 이 책이 절망을 몰아내는 폭풍이라기 보다 잔잔히 그러나 꾸준히 등불을 밝혀주는 친구에 가깝다.

하루가 버겁게 느껴질 때, 자기 전에 한 챕터만 천천히 읽어보자. 누군가에게 위로의 편지를 쓰고 싶지만 말문이 막혔을 때, 이 책의 문장들이 대신해 줄 것이다. 자신을 다독여야 할 때도 조용하지만 확실한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잘 버텨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덮은 뒤 잠시 눈을 감고 자신에게 "잘했다"라고 속삭여 보면 그 말 하나가 때로는 아주 강한 힘이 될 것이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기념 전면 개정판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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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유결점
서동주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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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유결점>


작품 소개

- 제목 : 완벽한 유결점

- 작가 : 서동주

- 출판 연도 : 2025년 9월

- 출판사 : 필름

- 장르 : 에세이

- 쪽수 : 240쪽


<작가 소개>



<개인적인 생각>

긴 연휴가 끝났다. 책을 펴봐야 하는데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강렬한 자홍색 바탕 위에 커다란 꽃장식을 한 여자의 뒷모습이 매력적인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서동주. 그녀를 티비에서만 봐서인지 이력은 잘 알지 못했다. MIT, 와튼스쿨, 캘리포니아 변호사, 방송인,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 그녀의 이력은 화려했다. 이러한 이력이 있음에도 그녀의 화려함보다는 수많은 좌절과 불안, 흔들림 속에서 발견한 힘을 기록했다.

제일 마음에 와 닿은 문장이 하나 있었다. '진짜 완벽은 결점과 함께 자라는 것.' 그 한 줄이 이 책의 결을 거의 다 말해주는 듯 했다. 흠 없는 표면을 꿈꾸던 마음이 고개를 떨구는 순간, <완벽한 유결점>은 고개 숙인 자리를 조용히 쓰다듬어 주었다. 반짝임은 매끈함에서 오지 않는다고, 살아낸 흔적이 빛을 만든다고.

제목이 참 좋았다. '유결점'. 결점이 있지만 완벽하다가 아니라, 결점 그 자체를 결로 수용하는 태도, 도자기 금이 금박으로 이어지는 킨츠키 같은 화해가 떠올랐다. 깨짐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문양이 시작이라는 믿음. 삶의 균열은 무너짐이 아니라 빛이 스며드는 틈이 된다고, 그래서 위로가 관념으로 맴돌지 않고 촉감이 되었다. 손끝에 감기는 질감, 살며시 덮어 보는 담요 같은 문장들이 많아 읽는 내내 따뜻했다.

우리는 종종 '완벽함'을 흠결 없는 매끄러운 표면으로 상상한다. 세상이 말하는 완벽의 조건은 항상 결점이 없는 상태를 요구했고, 우리는 그 기준을 따라가기 위해 자신 안의 균열을 필사적으로 숨겨왔다. 하지만 그녀는 이 책에서 그 통념에 우아하게 반기를 들며 '완벽한데 유결점인 삶'이라는 역설을 통해 진짜 완벽은 치열한 삶을 견뎌낸 흔적 속에서 비로소 자라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완벽한 유결점>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더 살아갈 수 있다는 진실을 증명하는 책이다. 삶의 무게 앞에서 지치고 흔들린 이들에게, 서동주의 '유결점' 기록은 불안전함 속에서 자기만의 빛을 만들어 가려는 모든 이들의 가장 눈부신 거울이 되어줄 것이다.

흔들림 속에서 발견하는 나만의 궤도

<완벽한 유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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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 - 제2회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하유지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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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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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



작품 소개

- 제목 : 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

- 작가 : 하유지

- 출판 연도 : 2025년 9월

- 출판사 : 현대문학

- 장르 : 청소년 문학

- 쪽수 : 220쪽



<작가 소개>



<개인적인 생각>

나에게도 아미쿠를 보내줘!!! 그거 어디가서 살 수 있는데?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존재인 것을. 집안일 로봇 아미쿠도 필요하지만 글쓰기를 봐주는 로봇이라니. 절규에 가까운 외침을 뱉으며 아미쿠를 찾아 보지만 허상의 존재일 뿐. 소설 속 중학생 미리내가 부러워 보긴 처음이다.

소설가 지망생인 미리내에게 소설은 유일한 세계이자 전부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서툰 미리내는 외로움을 소설로 채워 나간다. 외로운 세계에 불쑥 침입한 존재, 아미쿠. 집안일 로봇이다. 처음에는 하는 일마다 사고를 쳐서 정말 못마땅하지만, 미리내가 몰래 연재하는 소설 '도로시'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둘 사이엔 특별한 우정이 싹튼다. 아미쿠의 조언대로 소설을 고쳐쓰니 댓글과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잠시, 인공지능이 소설을 대신 써줬다는 의혹과 비난이 쏟아지자 미리내는 당혹감과 배신감에 아미쿠를 교환신청하고 만다.

<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는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온전히 이해하고, 성장해 나가는 두 존재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담아낸 소설이다. '인공지능이 쓴 글은 과연 창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에게도 마음이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창작과 윤리, 인간성과 상상력이라는 깊이 있는 주제를 다뤄 요즘 시대에 딱 알맞다.

문체와 구성은 가볍게 읽히지만 질문의 밀도는 가볍지 않다. 일상적 서사 아래 창작과 윤리, 기술과 인간의 만남 속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것은 미세한 떨림으로 남는다. 특히, '첫 번째 독자'라는 위치의 따뜻함이 오래 남았다. 우리 모두에게 그런 독자가 필요하다. 서툰 초고를 미워하지 않고 한 문장에 담긴 떨림을 알아봐 주는 존재. 아미쿠가 필요하다. 나에게도 절실하게. 내 초고를 읽어봐 줄, 어딘가에 있을 법한 아미쿠.

나에게도 아미쿠를 허하라!!!

<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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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9 - 박경리 대하소설, 3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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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다산북스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품 소개

- 제목 : 토지 9 (3부 1권)

- 작가 : 박경리

- 출판 연도 : 2023년 6월

- 출판사 : 다산북스

- 장르 : 한국소설

- 쪽수 : 516쪽


<토지 9 (3부 1권)>



<작가 소개>



<개인적인 생각>


용이를 처음 보던 사람들이 "허우대 좋고 힘 좋은 사내"라 말했다면, 지금의 용이는 빛이 빠진 얼굴로 누워 있다. 시간은 근육보다 먼저 심지를 꺾는다. 관수는 그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외면하지만, 사실 그가 보는 것은 내일의 자기일지도 모르는 두려움이다. '옛동지'라는 말은 과거를 미화하는 용어가 아니라, 서로의 몰락을 비추는 거울의 다른 이름일 때가 있다. 그래서 관수의 눈시울은 뜨거워진다. 동정이 아니라, 닮음에 대한 공포로.

그럼에도 용이는 묘하게 평온하다. 분노하지도, 사랑하지도 않은 상태. 멀찍이 서서 삶을 '구경'하는 마음은, 한때 삶에 들이대던 칼날을 거두고 난 뒤의 허허로움 같다. 애증을 끝내 접는다는 건 감정의 성숙이라기보다, '생명의 불씨가 꺼져버렸다'는 자각에 더 가깝다. 모든 감정이 화해를 향해 흘러가다 말고, 어느 지점에서 그 자체로 침묵이 되는 순간, 그 침묵 앞에 관수는, 살아남는 법과 무너지지 않는 법이 서로 다른 기술임을 배운다.

조준구는 다른 방식의 침묵을 배운 사람이다. 그에게 윤리는 말보다 얇고, 계산은 숨보다 빠르다. "지체 낮은 집에서 지체 높은 집에 시집 보냈으니 이제 나도 사돈댁 것 좀 얻어 먹자." 그는 체면을 시장에 올려 흥정하는 법을 아는 사람, 혹은 체면 자체를 상품으로 바꾸는 시대를 앞서는 사람이다. 누군가는 이를 몰염치라 부르고, 누군가는 생존이라 부른다. 이름이 무엇이든, 그의 손은 늘 가슴팍 (돈의 부피가 닿아 있는 자리)로 간다. 불안은 죄의식에서 오지 않는다. 빼앗길까봐 오는 것.

흥미로운 건, 권위도 흥정을 배운다는 사실이다. "사는 쪽이 직접 만나 흥정하겠다." 이 한 문장은 오래된 집안이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는 장면처럼 읽힌다. 대리라는 장막을 걷고, 이름의 무게를 몸으로 끌고 나와, 값과 말을 맞대는 일. 품위가 현실을 피해 도망치지 않을 때, 권위는 되살아난다. 우스운 것은, 그 되살아남이 바로 거래의 문법 위에서 가능해 진다는 점. '토지' 속 여성들은 종종 그렇게, 유서 깊은 집안의 뼈를 현실의 장터로 끌고 나온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삼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속 시원함을 선물한다.

홍이는 한때 선망의 조각상이었다. '깨끗한 인상, 분명한 행동거지, 우수한 빛'. 그러나 말씨가 흐트러지고, 균형이 무너지고, 청렴하고 결백했던 선이 무너져 그는 자신이 지키려던 태도보다 빠른 속도로 변한다. 친구들은 그를 '갈팡질팡'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내가 아는 가장 정확한 몰락의 정의다. 자신이 한때 있었던 곳과 지금 서 있는 곳 사이에, 스스로 다리 놓기를 포기하는 일. 무너지는 홍이를 붙잡아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토지> 속 인물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고 있다. 체념하는 이, 흥정하는 이, 분노하는 이, 흔들리는 이. 그들의 발자국이 겹치는 지점에서 우리에게 질문을 남긴다. 당신은 무엇으로 버티는가, 사랑인가, 자존인가, 돈인가, 혹은 아무것도 아닌 침묵인가. 갈수록 흥미진진해 지는 토지. 벌써 중반부를 치닫고 있다. 다음 편이 기대된다.

반고흐 에디션

토지 9 (3부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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