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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변경선 ㅣ 문학동네 청소년 9
전삼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4월
평점 :
백일장 키드들의 공간 ‘날짜 변경선’을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봤다. 날짜 변경선이라는 카페가 존재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네이버 어디에도 백일장 키드들의 공간 ‘날짜 변경선’은 없었다. 이 모든 것이 허구였다. 허구라지만 실제로 있을 것만 같은 현수와 윤희 그리고 우진. 그들의 이야기들이 날짜 변경선을 검색하면 있을 것만 같았다.
<날짜 변경선>(전삼혜, 문학동네, 2011)은 백일장 키드들이 백일장을 다니며 서로 관계 맺는 법을 배워나가는 모습과 그들의 꿈과 진학에 대해 고민하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 속 인물 현수, 윤희, 우진의 아픔과 꿈이 절실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는 고백하듯 자신도 ‘백일장 키드’였다라고 말하고 있다.
현수는 백일장을 찾아다니는 백일장 키드다. 백일장에 가서 혼자 밥을 먹고 소득없이 집에 돌아오는 것에 익숙하다. 백일장 키드들이 모인 공간 ‘날짜 변경선’에 용기를 내어 같이 밥 먹어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린다. 얼마 뒤 동갑 여학생 ‘이한솔’에게 댓글을 받는다. 이한솔에 대한 현수의 설렘과 기대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드디어 K대 백일장에서 이한솔과의 첫 만남. 현수는 충격에 휩싸여 말문이 막힌다. 이한솔이 진짜 이한솔이 아닌 ‘김윤희’였기 때문에.
날짜변경선 카페에서 만난 현수의 유일한 말벗 우진. 현수는 우진과 윤희의 관계를 알기에, 두 사람 중 누구에게도 솔직해지지 못한다. 왕따의 아픔을 문학으로 치유하고 있는 윤희, 열등감과 우월감으로 문학을 움켜쥐고 있는 우진. 한때 우진은 자신의 열등감 때문에 윤희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현수, 우진, 윤희는 학교 시험과 백일장 일정으로 숨 돌릴 틈 없이 한 학기를 보낸다. 그리고 8월 14일 밤, 원주에서 있을 백일장 전날, 세 사람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의 한 공간에서 마주한다. 8월 15일이 되기 바로 전, 윤희의 생일에 우진의 사과는 간신히 윤희에게 전달된다. 우진의 ‘미안해’는 아주 긴 시간을 거쳐, 어쩌면 지구를 한 바퀴쯤 돌아, 일 년이 지나 윤희에게 도착한 것이다. 세 사람은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서로에게 천천히 다가서며, 글로만 나누었던 마음을 ‘말’을 통해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상처 없는 사람은 글을 쓰지 않는다’ p62
‘우리는 백지 위에서 어디로든 갈 수 있다.’ p215
이 두 문장이 나를 사로잡았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백일장을 찾아다니는 현수가 꼭 나인 것 같았다. 고교시절 책이 좋아 책만 읽던 바보였는데 이제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무작정 쓰고만 있는 내가 참 한심해 보이기도 했다. 목표도 없이 마냥 쓰기만 하는. 왜 더 빨리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 고등학교 다닐 적엔 ‘백일장 키드’라는 말은 없었다. 요즘 입시제도 때문에 생긴 말인 듯하다. 백일장 이야기와 문학소년, 소녀들의 애환이 녹아들어 다시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웠다. 난 윤희가 아닌 현수가 되었다. 윤희는 백일장에만 나갔다 하면 상을 받는 그런 아이였다. 그런 윤희를 동경하는 현수는 글 쓰는 것이 좋아 문학을 택했다. 현수를 가로막고 있던 어떤 벽 앞에서 처음으로 넘어가고 싶다는 마음을 간절하게 느끼고 정말로 글이 쓰고 싶다는 결론을 얻는다. 나도 현수처럼 벽 앞에서 갈등하지 않고 벽을 넘어 내 마음을 간절하게 느끼는 글이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