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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다 죽으리
이수광 지음 / 창해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가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한다. 김려와 연화가 지금 이 세상에서 사랑을 했다면 해외토픽감이다. 3천리가 넘는 거리에서도 300일이 걸려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그리워 했다니. 요즘 같으면 해외에 떨어져 있어도 화상통화로 서로 얼굴 마주보며 대화 나눌텐데. 두 사람이 조선시대에 태어나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리워하다 죽으리(이수광, 창해, 2011)는 18세기 시인이자 유배객이었던 김려와 기생 연화의 사랑이야기이다. 팩션 역사서의 대가 이수광이 선보이는 시화소설이다. 이 소설은 실제 18세기 조선의 시인이었던 김려의 파란만장한 일생에서 부령 유배 시절 관기 연화와의 사랑에 대한 부분을 다루었다. 함경도 부령과 경상도 진해, 3천리 밖에서 그들은 300일 걸려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지켜냈다. 그들의 오랜 기다림과 지고지순한 사랑을 수십 편의 시와 편지로 느껴볼 수 있다.
이조참의 이광표의 소실로 한양에 왔다가 파혼 당한 연화는 시인 김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파혼 당한 관기 신분인 연화는 고향인 함경도 부령으로 돌아가야 하고, 김려는 경남 진해로 유배를 떠나게 되어 두 사람 사이에는 3천리의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함경도에서 경상남도까지 편지가 닿는 데에 300일. 그럼에도 그들은 평생을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오랜 세월 동안의 유배가 해제된 뒤 김려는 연화를 찾아 부령으로 무작정 길을 떠난다. 부령으로 가는 길, 한때 유배길이었던 그 길을 되짚어 가며 김려는 일생을 바쳐 사랑한 여인, 연화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홀로 연화를 찾아 간다.
꿈만 꾸면 연화가 나타나 김려와 닭살 애정행각을 하는 장면이 있다. 꿈도 많이 꾸거니와 이 소설에서는 비도 많이 내린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전설의 고향이 자꾸 떠오르는 건 왜인지. 이 소설에서는 김려의 연화에 대한 애틋한 시선과 연화의 김려에 대한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끔 가다 낯뜨거운 19금 빨간 동그라미 표시를 해야 하는 부분도 있으니 미성년자인 분들은 잠시 책을 내려 놔도 좋겠다. 굳이 읽겠다면 정신 연령은 이미 만19세를 넘었다 생각하고 읽으라. 이 소설은 인터넷에 연재되었다. 아침부터 독자들을 인터넷에 접속하여 읽게 했다고 하니 조선시대판 '사랑과 영혼'에 독자들이 열광했음을 증명하는 바이다.
'벼슬은 나중에라도 할 수 있으나 연화는 죽으면 다시 만나지 못한다'며 유배가 해제되자마자 부령으로 떠나는 김려의 모습에서 연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려와 연화의 사랑이야기는 사랑과 이별이 빠른 요즘 젊은이들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준다. 성균관에 들어간 김려와 친구들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연화의 조상길의 무예 대결은 압권이었다. 무예에도 뛰어난 기생 연화. 어찌 김려가 반하지 않을 쏘냐. 나라도 연화를 좋아했겠다.
며칠전 1대100 문제에 김려의 '우해이어보'에 대한 문제가 나왔었다. 아! 그 김려가 그 김려인가? 하면서 책을 집어 들었는데 사랑이야기인지라 책장이 빨리 넘어갔다. 김려가 쓴 시들을 음미해야 했었는데... 책을 펼쳐 시는 다시 한번 읽어봐야 할 듯 하다. '앵두가 빨개요? 내 입술이 빨개요?' 하며 교태를 떨던 연화가 떠오른다. 연화의 영혼이 떠나지 못하고 김려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김려가 연화를 품에 안자 편안하게 세상을 뜬 마지막 장면이 인상깊다. '연화야, 연화야, 그리운 너를 어찌하면 좋으냐' 김려의 연화에게 보내는 마지막 시구가 가슴팍에 꽂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