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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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구매했었는지 기억은 없는데 책장에 꽂혀있었다. 아마 제목만 보고 장르소설로 생각했나 본데 막상 읽어보니 장기 이식에 관한 의학 소설이었다. 프랑스 문학에 진심인 이웃님의 추천을 보고서, 마침 가지고 있는 책이라 냅다 도전했으나 결과는 대 실패였다. 몇 번 얘기했지만 나님은 이과 감성의 작품과 상성이 매우 나쁜 편이다. 그리고 서사보다 문장으로 승부하는 작품도 잘 못 견뎌하는데, 이번 작품은 그 두 가지가 전부 결합된 끝판왕 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꼼수 부려가며 요령껏 독파했다. 역시 프랑스 문학은 쉽지 않다.


분량에 비해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교통사고로 입원한 남학생의 뇌는 멈췄고 심장만 겨우 뛰는 중이다. 병원 측 권유로 부모는 소년의 장기기증을 승낙하고, 각종 의료진이 붙어 장기를 적출한다. 그리고 심근염에 걸린 한 여인에게 심장이식을 한다. 약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이 과정을 다룬 작품인데, 이걸 소설이라고 볼 수 있는지부터가 의문이었다. 부모의 절망, 난처한 의사들, 장기 이식 수술 등 당연하다 못해 뻔한 장면들로만 구성돼있어 마치 의학 월간지를 읽는듯했다. 아아, 정말 쉽지 않다.


일단 괄호 안의 글은 전부 스킵 했고, 그 밖에도 곁가지라 생각되는 구간들은 눈팅만 하고 점프했다. 꼼꼼히 읽지 않고 이런 말 해서 좀 그렇지만, 군더더기가 심하게도 많았던 작품이다. 분량을 절반이나 그 이하로 줄였어도 아무 문제 없어 보였는데, 그만큼 불필요한 묘사들과, 없어도 그만인 인물들의 개인사 내용이 많았다. 차라리 소년의 부모나 수술 담당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깊게 다루면 더 좋았을 텐데. 그들의 고통과 절망들이 내 눈에는 겉핥기 정도로 느껴져, 정말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성격의 작품이었다.


심장이 작동하는데 더는 살아날 수가 없다면 죽었다고 봐야 할까. 정말 그게 옳은 판단일까. 슬퍼할 새도 없이 장기 적출의 골든타임 때문에 압박을 받은 부모는 얼마나 괴로웠을지. 여튼 재미는 없었지만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는 있었다. 내가 만약 사고로 같은 상황이 온다면, 나도 그냥 장기 기증하는 쪽을 택하련다. 슬프겠지만 그래도 한 생명 살리는 게 어디냐. 시간 되면 가족들과 상의해 봐야겠다.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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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8-21 2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덥긴 더운가 봅니다. 마실을 통 안 다니시니.
언제쯤 저 의자에서 일어나 마실을 다니실런지요. ㅋㅋ
귀가 얇아 그런지 표지가 맘에 안 들어서 그런지 별로 땡기진 않네요.
저는 프랑스 영화는 좀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
그래도 이 책 빌 게이츠가 읽었네요. 신문이야 칭찬일색인 거 웬지 빤해 보이긴 하지만.

저는 오래 전에 장기기증 서약을 썼던 것 같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주민등록증에도 장기기증을 한다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구요. (맞나?ㅋ)

물감 2024-08-22 00:19   좋아요 2 | URL
오잉 지금 막 리뷰하나 올렸는데, 딱 댓글이 달렸군요 ㅋㅋㅋ
확실히 더워서 독서가 잘 안되긴 하네요.
게다가 글도 잘 써져요. 전두엽이 안 돌아가는 그런 느낌 아시죠?ㅋㅋㅋ
프랑스 작품은 스킵해도 될 장면에 너무 디테일을 쏟는다는 특징이 있죠.
제가 정말 못견디는 것 중 하나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혀

장기기증은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제 주변에서 긴시간을 심근경색으로 힘들어한 지인이 있는데, 겨우 기증자 생겨서 지금은 잘 살고 계시거든요.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