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헤밍웨이의 단편 몇 가지와 중장편과 노벨상 연설문, 스콧 피츠제럴드와의 여행 에세이가 담겨있는 종합선물세트이다. 헤밍웨이의 팬들에게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가 없고, 헤밍웨이를 알고 싶은 책린이들에게도 입문용으로 알맞은 책이다. 여러 가지가 실려있지만 <노인과 바다>가 실려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별 다섯 개이다. 그 작품으로 수상하기도 했고, <노인과 바다>가 헤밍웨이라는 사람을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드보일드 문체의 원조인 그의 작품들은 장편도 단편처럼 빠르게 읽힌다. 이 책에는 그의 문체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일화도 담겨있으니 꼭 읽어보시라. 깨알재미가 쏠쏠하다.
헤밍웨이의 작품은 장편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는 단편소설의 대가라고 한다. 짧은 호흡을 싫어하는 나라서 헤밍웨이의 단편은 이 책으로 처음 읽게 되었는데 장편만큼이나 무게감이 있어서 놀랐다. 그런 무게감이 모든 글에 담기는 이유를 나는 작가의 관심사에서 힌트를 얻었다. 헤밍웨이의 관심사를 한 단어로 압축하면 ‘생명‘이다. 헤밍웨이는 인간의 생사화복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이 작품에 실린 소설들과 그 외의 작품들도 전부 생명, 즉 삶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쓴 톨스토이와는 결이 다르다. 톨스토이는 인간에게 깃들어있는 본질을 꼬집었고, 헤밍웨이가 다루는 것은 존엄에 훨씬 가깝다. <노인과 바다>를 예로 들어보자. 청새치와의 사투에서 노인은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 죽음과 맞닿아있는 상황에서도 노인은 자신이 어부임을, 그 위험한 낚시질로 자신의 살아있음을 확인하려 한다.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던 노인이 곧 작가이고 그의 평생 관심사가 아니었을까. 이걸 염두에 두면 헤밍웨이의 모든 작품이 대강은 이해가 될 것이니 참고하시길.
사람들이 고전문학을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작품에서 무슨 교훈이나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해서이다. 그런 부담감을 버리고 헤밍웨이의 책으로 고전에 입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절대 글을 어렵게 쓰지도 않을뿐더러 복잡한 내용을 다루지도 않는다. 솔직히 다른 고전 작가들에 비하면 헤밍웨이는 아주 양반이다. 그가 줄곧 얘기하는 인간의 존엄에 대해 귀를 기울이는 독자가 많아지길 바란다.
※ 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