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탄생 -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8인의 성공기
김정진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직장에서 신청하여 읽게 된 책이다. 사실 내 취향은 100% 문학 쪽이지만 그렇다고 소설을 회사에서 신청할 수는 없잖어? 그나마 제목에 끌려서 보게 된 책인데 생각 외로 재밌더라. 알다시피 덕후의 기원은 오타쿠라는 일본어였다. 방안에 틀어박혀 애니메이션만 보고, 2 D 캐릭터와 사랑에 빠지며, 애니메이션 말투를 일상에 쓰는 음산한 분위기의 소유자들이 우리가 흔히 알던 오타쿠였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들만의 장점을 대중이 알아주기 시작했다. 오타쿠들이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지녔다는 것이 커뮤니티 사이트마다 증명되었고, 음지에 있던 친구들이 하나둘 인정받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양지로 나오게 되었다. 그쯤부터 오덕후라는 한글로 명칭이 바뀌면서 편하게 덕후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이들의 큰 특징은 취미/업종/직업을 가리지 않았고,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므로 순수하게 즐기며 산다는 것이다. 세상 질타를 받던 자들이 어느새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자들로 자리를 잡아버렸다. 여기에 덕질로 돈까지 잘 버는 일명 ‘성공한 덕후‘들도 늘고 있다. 이제는 특이한 취향을 가졌어도 당당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모두 함께 숨겨왔던 덕력을 개방하여 잘 먹고 잘 사는 길을 찾아보자.


이 책은 순수한 덕질로 크게 성공한 8인의 사례를 다룬다. 하나하나 설명하는 건 귀찮으니, 그냥 자신이 잘하는 것이 아닌 좋아하는 것으로 살고 싶어 했다는 공통점을 참고하자. 자 그럼 덕후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그저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고 빠지면 될까? 예를 들어 똑같은 게이머라도 누구는 중독자 소리나 듣고, 누구는 고수 소리를 듣는다. 그 기준이 뭘까? 본인만 즐거우면 전자가 되고, 남들도 같이 즐겁다면 후자가 되는 것이다. 즉 내 경험과 지식이 남에게 도움이 되고 영향력을 가졌을 때라야 진정한 덕후로 탄생한다. 저자는 덕질로 돈 버는 사람들을 소개하였지만 덕후의 타이틀은 그렇게 거창한 단계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덕후들은 남들이 자신을 인정해주는 것만으로 기뻐하고 삶의 활력을 얻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살면서 무언가에 미친 듯이 빠져 지내본 적이 있는가? 시간 날 때만 하는 취미가 아닌 온정신이 팔려서 그것만 생각하고 살아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런 적이 있어서 저자의 마음을, 또 책에서 소개하는 덕후들의 마음을 너무 공감했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이십 대 중반까지 트롬본이라는 나팔을 연주했다. 전공은 아니고 취미지만 그걸로 군악대까지 다녀왔을 정도로 악기를 좋아했고 음악을 좋아했다. 취미였기 때문에 경쟁할 필요도 없었고 입시생들처럼 스트레스받지도 않았다. 하지만 전공생 급으로 연습했고, 온갖 경로를 다 뒤져서 연주곡 mp3 파일들을 수백 개 수집했으며, 소화도 못하는 악보들도 미친 듯이 모으고 그랬다. 사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그 당시의 나는 저자가 말하는 덕후의 기질이 있어서 가능했던 거다. 아무튼 뭔가에 마음을 뺏긴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물론 나도 나 혼자 즐기는 걸로 끝이 아니라 비전공자들을 아무 대가 없이 가르쳐주고 도와주면서 서로 즐거워하며 저자가 말하는 덕후의 레벨에 올라있었다. 어떤 대가 없이 내 정보를 알려주는 게 좋았고 같이 즐기는 게 좋았다. 그 시절이 나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던 것 같다.


이제 나는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생활을 가장 큰 즐거움으로 여기고 산다. 독서광이나 책 덕후의 레벨은 전혀 아니지만, 꾸준한 리뷰활동으로 블로그에 나만의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누가 읽고 칭찬해주는 것도 아니고, 인기를 얻어서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고, 즐거우니까 계속하게 된다. 직장에서 내가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술도 안 하고, 담배도 안 하고, 게임도 안 하면 넌 대체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사냐는 말. 그런데 말입니다. 난 그런 말하며 인싸인 척 하는 인간들보다 수십수백 배는 더 재미있게 살고 있답니다. 술 마시고 게임할 때만이 즐겁다면 오히려 그게 더 슬프고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올해는 작년에 많이 못한 리뷰 덕질에 좀 더 힘을 내 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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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0-01-24 1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책도 신청 받아주는 좋은 회사에 다니시는군요!!
제가 칭찬해 드리겠습니다!! (으잉?)ㅋㅋ 2020년 물감님의 리뷰 기대할게용~~

물감 2020-01-24 20:13   좋아요 0 | URL
칭찬 감사합니다ㅎㅎㅎ
붕붕툐툐님의 리뷰도 기대할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