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 청년세대의 정치무관심, 그리고 기성세대의 정치과잉
안성민 지음 / 디벨롭어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먼저 연락 주신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정치/사회 분야는 평소 잘 안 읽는 편이지만 궁금해서 신청했다. 근래에 내가 빨간 표지와 맞지 않다고 글 쓴 적 있었는데 떡하니 빨간 책이 와서 당혹스러웠다. 혹시나 이번에도 꽝일까 싶어서. 다행히 꽝은 아니지만 비문학들은 문학보다 실패 확률이 적지 않나? 암튼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꽤 만족스럽게 읽었다. 저자는 오늘날 청년층이 겪고 있는 수많은 사회문제들을 보기 쉽게 정리 및 분석하였고, 국민들의 혐오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한국 정치가들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 아주 잘 돌아가는 국내 정치판에서 청년들의 입지는 얼마나 열악한가를 알아보자.


청년을 지칭하는 나이는 다 다르나 통상 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초반쯤 된다. 이 연령층이 나라를 움직이고 유지하는 주역이라지만 여전히 다 해 먹는 건 기성세대들이다. 그들은 물러나지 않고 건건이 사회에 개입하여 청년들을 자기 발밑에 두려 한다. 이미 수없이 거론된 부동산 경제, 비결혼, 일자리, 저출산과 같은 문제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증명해 보였건만, 청년들의 외침을 근성 부족으로 치부해버린 기득권과 정권 아니었던가. 지금 청년들은 나라에 욕하는 것도 지쳐서 돈 없고 빽 없는 스스로를 신세한탄하고 있다. 이번 생은 망했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20대 초반의 친구들에게서 이런 말이 나온다면 말 다한 거 아닌가.


헬조선의 한국 청년들은 온갖 나쁜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다 들어맞는 세대가 되었다. 성실하기만 해도 잘 살던 옛날과 달리 지금은 모든 게 풍족하고 발전했음에도 미래는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의 앞길을 기성세대가 전부 막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말이야,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지는 못할망정, 이놈의 헬조선은 ‘니도 당해봐라‘ 식의 보상심리가 학교와 군대에서부터 시작된다. 신입들이 들어오면 경력자들이 도와주긴커녕 지 밥그릇 뺏길까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말이다. 방송인 유병재가 이런 말을 했지. 다 경력자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 가서 경력을 쌓냐고. 딱 이것처럼 억울한 일 투성이인 게 지금의 청년들이다. 직장을 못 구해도 힘들지만 취업을 해도 상황은 여전하다. 월급쟁이도 퇴직 걱정하고, 자영업자도 매출 걱정하고, 알바생도 무인 시스템에 밀릴까 봐 걱정한다. 이쯤 되면 청년들이 정치판에 개입하는 게 싫은 기성세대와 정치인들이 2030의 생존 문제들을 일부러 외면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결과만이 전부인 세상이다. 늘 그래왔지만 요즘 시대는 유독 심하다. 그래서 성과나 평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일들은 자연히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인간관계? 도와줄 사람도 없으니 끊어도 문제없다. 워라밸? 옆집 개 사료처럼 나와 상관없는 단어다. 도전정신?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해서 자폭할 필요 있나. 이런 마인드의 친구들이 사회로 나와서 꼰대 마인드 기성세대와 부딪히니 회사가 잘 돌아갈 수가 없다. 잘못을 밑에서만 찾으려는 꼰대들은 후배들이 사회 적응 못하는 이기적인 놈으로만 보일 뿐이다. 시대는 날로 급변하는데 아직도 7080년도의 사고방식으로 해결하려 하는 기성세대는 그게 지금도 먹힌다고 믿는다. 이에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청년들은 침묵을 택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개인주의가 된다. 국가는 청년들이 왜 이러는지 원인 파악도 안 하고, 눈앞에 불만 끄려고 말 같지도 않는 대책만 꺼냈다가 몰매 맞기를 반복 중이다. 아무도 청년들 마음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없고 공감하려 들지도 않는다. 굳이 말 안 해도 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지금 젊은 것들은 노오력이 부족하단 말이 한때 나돌았다. 고것 참 희대의 뻘소리다. 당장 내 주변에는 풀야근에 주말 근무하는 분들이 널렸는데 이 워크홀릭들이 노오력 부족이라? 근무시간은 지금도 한국이 세계 탑 순위권 아니던가? 그렇게 버닝하면서도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가야만 하는 심정을 기성세대가 모르는 게 아니다. 그저 내 일이 아니므로 관심 없는 것 뿐. 문 대통령은 취임 시에 평등, 공정, 정의를 강조했지만 과연 그렇게 되고 있는지 저자는 묻는다. 위에서는 청년들이 도통 정치에 관심 없다고 생각들 하는데, 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평생직장이 사라지면서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청년들에게 정치까지 관심 가지 길 바라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정치에 참여 안 하면 무관심하다고 뭐라 하고, 관심을 가지면 어린 게 뭘 아냐고 하고. 대체 어쩌라는 걸까?


지금 정계는 6070이 다 해 먹고 있다 보니 새로운 복지나 정책도 그들 세대에 맞춰져있다. 청년세대에겐 특혜도 주지 않고 정치를 실패할 기회도 안준다. 누가 봐도 불평등, 불공정, 불의를 느끼는 청년들이 왜 가만있는 줄 아는가? 나서봤자 바뀌는 건 없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군대랑 똑같다. 군대는 온갖 부조리와 비합리적인 일과 융통성 없는 인간들의 소굴이다. 그런 곳에서 일개 병사가 기존의 시스템을 뒤엎고 개혁을 일으켜 보겠다? 강산이 수십 번 바뀌어도 그대로인 군대에 변화를 바라느니 그냥 버티다가 전역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군인들이 자기 부대에 관심도 없는 개인주의라고 비난받아야 할까? 어느 세대건 개구리는 올챙이를 이해 못한다. 개구리는 개구리의 세상이 더 중요하므로 올챙이까지 신경 쓸 이유가 없다. 게다가 올챙이 시절은 기억도 안 나거든. 본인은 처음부터 개구리였던 거야. 벽 타고 점프하고 사냥하는 스킬이 처음부터 타고났던 거야, 아주 그냥. 


정치인들이 자주 써먹는 수법이 프레임 씌우기이다. ‘어려서 뭘 몰라‘, ‘젊은 것들은 경험이 없어‘ 등등. 그래서 실패하면 ‘것 봐라, 내 말이 맞지?‘ 식으로 본인들의 입지를 다지고 밥그릇 하나라도 더 챙긴다. 청년들이 정치하려는 게 꼴사나워 대놓고 소외시키려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자신들의 힘을 잃는 건 죽어도 싫은 모양이다. 어떻게 지켜온 자리인데 새파란 것들이 진보를 외치며 적잖은 위협을 해대니 본 때를 보여줄 수밖에 없으시겠지. 그러나 저자는 청년들에게 물러서거나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우리는 정치인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심판하여 본분에 맞는 정신을 갖게 하고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정계는 군 복무도 안한 사람이 군대 문제를 거론하고, 회사를 가본 적 없는 사람이 직장 문제를 거론하고, 자녀도 없는 사람이 육아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건 마치 새가 물고기 걱정하는 꼴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서로 합심하여 시늉만 하는 국회와 정치인들을 놀지 않게 해줘야 한다.


제목 때문에 단순히 정치 분야의 내용인 줄 알았드만, 이 시대의 2030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꼬집는 내용이 더 많았다. 그 많은 걸 다 조사하고 신조어까지 공부하느라 엄청 수고한 게 느껴진다. 다만 챕터마다 분량이 너무 짧다고 생각되어 그 부분이 좀 아쉽다. 하긴 이 많은 문제점들을 작정하고 다루면 성경책보다 두꺼워질 듯. 나는 20대에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청년은 왜 이리도 할 게 많은 걸까. 학점 관리, 스펙 쌓기, 군 입대, 취업 준비, 연애 사업, 저축, 청약, 대출 갚기 등등... 진짜 너무하다 싶은데 이 불만을 어디에 토로할 수 있지? 청년이 이렇게 극한 직업인 줄 알았다면 안 했을 텐데, 나이 먹으면 저절로 되는 거라서 더 억울하다. 아무튼 저자만큼이나 나도 할 말이 많은데 글이 계속 길어져 이만 줄인다.​



※ 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19-08-16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 네개나 주시고... 이 책을 읽어 봐야겠네요.

물감 2019-08-16 13:47   좋아요 1 | URL
사실 어떤 분야든지 점수를 줄때 작가의 성의를 가장 먼저 보고 있습니다. 아무리 전문성이 대단하고 완성도가 높은 책이라도 작품에 대한 성의나, 독자에 대한 배려가 낮으면 제 능력 자랑하려고 쓴 것처럼 느껴지더라구요. 반대로 독자와 소통하려는 게 느껴지는 작가의 책은 얼마든지 점수높게 주려고 합니다. 이 책도 읽어볼만 하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