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 살아있는 시체들의 나라
한차현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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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웬 샤워장에 여섯 명의 남녀가 감금되어 있었다. 이들에게 한 남성이 비틀거리며 다가와 물어뜯으려는 공격을 한다. 그렇다. 좀비였다. 다행히 일행 중 하나가 총으로 놈을 제거하고 다 같이 샤워장을 빠져나간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보지만 탈출구는 안 보이고 건물안에 숨어있던 좀비들이 몰려와 이들을 공격한다. 좀비를 피했더니 의문의 단체가 일행을 납치한다. 산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생체실험을 진행하려는 이들은 대체 누구인가. 


샤워장 사람들 말고도 챕터마다 다른 에피소드가 나와서 무슨 단편집인 줄 알았다. 국내 대기업의 윗사람 6명이 모여서 알지 못할 모임의 장면도 나오고, 어떤 삼인조가 신분을 위장하고 알몸 파티에 참여하기도 하고, 병치레하고 있는 딸을 둔 병원장의 내용도 있고. 뭐가 뭔지 하나도 파악이 안된다. 좀비에게 쫓기던 사람들의 샤워장 이전 내용이나 실험 단체의 소개도 없어서 무슨 내용인지 도통 모르겠더란 말이다. 무시하고 읽다 보니 뭔가 이어지긴 하다만 각각의 내용들이 전혀 연관 없어 보이고 뭔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대체. 역시 한차현 작가는 ‘약 빤 작가‘답다.


120년 전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조선인의 딸이 죽을 병에 걸렸고, 사람의 뇌수액을 딸에게 먹여 생명을 연장하였다. 자신도 먹어서 늙지 않는 몸이 되었고, 수십 년이 지나 한국의 어느 병원장으로 살고 있다. 과거 딸에게 했던 그 요법으로 산 사람을 좀비처럼 만드는 생체실험을 이제껏 해왔다는 나름 괴기한 설정이다. 솔직히 좀비물은 거기서 거기인지라 스토리가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죽지도 않고 떼거지로 몰려드는 그 공포만큼은 제대로 보장하지만 전개가 대부분 뻔하지 않나? 미국의 ‘워킹데드‘든, 한국의 ‘부산행‘이든 좀비들에게 쫓겨 다니고 막다른 길에서 좌절도 하고 동료가 하나둘씩 희생되는 뻔한 전개는 이제 지겹기까지 하다. 좀비물은 절대 해피엔딩이 될 수 없고, 여기서 끝까지 살아남았어도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덜댈 거면서 왜 읽었냐 하시면 할 말이 없다. 나는 순전히 작가 이름과 책 제목만 보고 골랐단 말이다. 


좀비물로 대한민국을 거느리는 수많은 인간 좀비들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넣은듯한데 그저 ‘언급‘ 정도에 불과할 뿐, 전혀 임팩트도 없고 뭐 어쩌란 거냐 싶은 마음만 든다. 내용 생략도 많고, 시점 교차도 많고, 흐름 순서도 뒤죽박죽이고, 심지어 사람들이 납치되던 장면은 거의 끝자락에서야 나온다. 이건 대체 무슨 구성 방식일까? 결국 작가는 길을 잃고 막장으로 끝내버렸다. 게다가 좀비 사태도 해결되지 않고 종료되었다. 이번에도 똥 싸다 만 결말이야? 아이고, 아까운 내 시간아. 한차현 작가를 좋아하지만 이 작품은 절대 추천하지 않겠다. 그리고 이제 좀비물은 다시는 안 읽어. 핵짜증남. 아, 그런데 표지에 찍힌 저 하관은 아무리 봐도 베네딕트 컴버배치 같은데 말이지. 공감하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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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19-02-18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컴버배치,공감합니다 . ㅎㅎ 오늘 친구가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킹덤 얘기하면서 한국사람 성격급해서 조선 좀비들도 ‘열라‘빠르다고 해서 빵터졌네요.

물감 2019-02-18 21:20   좋아요 1 | URL
ㅋㅋㅋ아 그러고보니 한국 좀비는 뛰어다니네요ㅋㅋ꼭 그런것만 한국인 티를 내는듯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