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뭐가 됐든 도쿄만 가면 다 잘 될 거라는 믿음 충만한 소년의 낡아빠진 청춘 물이다. 집 떠나 하숙도 해보고, 대학에 들어가 연애도 해보고, 직장에 들어가 프로정신도 배워보고. 비록 꿈꾸던 삶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이 살고 싶은대로 해가며 서른을 맞이하는 흔한 친구의 흔한 이야기이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지금 내가 어른 다운 어른인지 되돌아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30세쯤 되면 이러이러한 삶을 살아야지 했던 계획은 어디 가고 딱히 이뤄놓은 것도 없이 살고 있다. 젊음과 열정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님을 깨달은 매 순간마다 나는 과연 늦은 걸까, 아님 정상 속도로 가고 있는 걸까, 근심하면서도 그럴 틈도 없이 바쁘기만 한 나혼자 사는 주인공.


일본과 한국은 정서가 참 비슷하다. 도시에 상경해 패션 부심, 외모 부심을 발산하는 주인공이 마냥 귀여운건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단건가. 여튼 그런 자신감도 잠시, 도쿄의 화려한 도시와 사람들에게 기죽고 도심을 만만히 봤던 주인공은 고향이 벌써부터 그립다. 대학에 들어갔지만 집안사정으로 학교를 중퇴하고 광고사 카피라이터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고생담이 시작된다. 고된 이야기는 말해 뭐 하나. 누구나 다 겪는 내용이다. 그래서 평범한 이야기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평범할 뿐임을 느낀다. 작가를 비하하려는 게 아니고, 진짜 이 정도는 글 좀 쓴다 하는 사람이면 충분히 만들어낼 정도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 되면 대학 가고 직장 다니고, 가정 꾸리는 뻔한 이야기. 누구는 인생 자체가 드라마다, 영화다 하지만 사는 건 그냥 사는 거다. 삶에 한번 의미를 부여하면 계속 그렇게 살아줘야 하는데 그럴 의욕이 없는 나 같은 부류는 하루살이처럼 살면 된다. 욜로니 워라밸이니 딱히 와닿지도 않지만 말이다. 아무튼 점수를 낮게 준 건 너무 평범해서였다. 정말 중간만 하는 작품이라서 욕이고 칭찬이고 날릴 차례가 오지도 않았음. 그냥 하늘에 구름 흘러가는 거 구경하는 게 더 나을 듯.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패스파인더 2018-09-28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때 오쿠다 히데오 소설에 빠져서 마약처럼 읽었던 기억이 나내요. 유쾌하지만 삶의 어두운 면도놓치지 않는 그의 이야기. 소설은 조금 편차가 컸던거 같아요. 수작도 있고 범작도 많고...너무 다작하는 느낌. 저는 남쪽으로 튀어!란느 소설이 가장 재밌었습니다

물감 2018-09-28 22:25   좋아요 0 | URL
현재 총 3권째인데 전부 평범해서 계속 읽어야하나 고민입니다...ㅎㅎㅎ남쪽으로 튀어!는 후에 읽어보겠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