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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이 말해도 당신보다 낫겠다 - 오해를 만들지 않고 내편으로 만드는 대화법
추스잉 지음, 허유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8월
평점 :
저자는 대만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강연자다. 책에서도 소개되지만 실로 저자는 쉽게 하기 힘든 다양한 경험들을 했다. 여행 칼럼니스트이기도 하고, 취재기자, 성우, 라디오 진행자, TV 프로그램 진행자로 일하기도 하고, NGO 네 곳에서 경영 컨설턴트로도 일하며 10개국어를 구사하기도 한단다. 그 경험에서 얻은 저자만의 스킬은 바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다. 각 직업에서 배운 말하기의 스킬, 상황에 따라, 여건과 상대방에 따라 말하는 방법을 터득한 이 말하기의 달인이 전하는 '말하기의 비법'이 궁금했다.
왜 책제목에서 펭귄을 언급했을까? 바로 펭귄도 모든 펭귄마다 개성이 있다고 한다. 한 마리의 펭귄에도 개성이 있는데 내가 나의 개성, 나만의 장점을 모르거나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는 발상에서 나온 제목이란다.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인 저자가 그만의 말하기에 담긴 '철학'을 알려주는 책이다. 어떠한 구조를 갖추고, 어떤 짜임새로 몇분을 어떤 순서로 말해야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스킬에 대한 책이 아니라 말하기의 본질을 알려준다고해야할까. 말하기에 대한 저자의 태도와 철학이 담겨있는 책이다.
저자의 커뮤니케이션의 철학은 분명하다. 바로 "개성"과 "진정성"이다. 나만의 목소리를 찾아서 말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제로갭' 소통이 저자만의 말하기 노하우이자 철학이고 그가 하는 커뮤니케이션에 담은 본질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칭찬은 나라는 사람이 내가 쓴 글이나 내가 한 얘기와 똑같다는 말이다. 자기가 쓴 글이 바로 자신이고, 자기가 한 말이 곧 자신이어야 한다. 나는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남들 앞에서든 혼자있을 때든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디서든 자기 자신으로 살면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편하고 유쾌한 일인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것이다" / 30-31쪽
그가 책에서 알려주는 말 잘하는 방법은 10가지다.
1장 말하기 전에 듣는 법부터 배운다
2장 타인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3장 자기 목소리를 찾는다
4장 아름다운 사람보다 매력 있는 사람이 된다
5장 자기 생각을 정확히 표현한다
6장 다양한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배운다
7장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
8장 가까운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배운다
9장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운다
10장 말하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아나운서나 성우 선배들을 처음 만났을 때 마이크 앞에서와 사적으로 대화할 대가 너무 다른 걸 보고 내가 느꼈던 혼란한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다. 이 원칙을 글쓰기에도 의식적으로 적용했다. 내 글을 읽은 독자들과 내 방송을 들은 청취자들, 공적 자리에서 나를 직접 만난 사람들이 모두 나를 익숙하게 느끼기를 바랐다. 한마디로, 말과 글, 마음이 일치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렇게 노력한 이유는 그렇게 해야 내가 가장 자연스럽기 때문이었다. 사적으로 말하든, 글을 쓰든, 마이크 앞에서 말하든, 머리로 생각하든 모든 것이 똑같다면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실수할 일이 없으니 말이다. / 97-98쪽
저자의 이러한 철학이 멋진 것 같다. 내가 쓴 글을 읽고, 내가 한 발언을 듣고 나를 직접 만난 사람들이 모두 나를 익숙하게 느낀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바로 내가 하는 말이 나 자신이고, 내가 쓴 글이 나 자신 있는 그대로일때 가능하다. 이렇게 언행일치인 삶은 그가 유명인이건 아니건을 떠나서 멋진 삶의 철학이기도 하다.
많은 공인들이 허세를 부리고 가식적인 모습으로 대중 앞에 독자들 앞에 서는 것을 보게된다. 그래서 사실을 과장하기도 하고, 또 대중들에게 자신의 실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산다고 알고있다. 남들보다 대단해보이고 싶은 열망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러한 언행 불일치로 인해 거짓말이 들통나거나 민낯을 들켰을 때 대중에게 그 괴리감을 안겨주는 모습은 씁쓸하고 실망스럽다.
내 옷이 아닌 옷을 입으면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 말을 할 때도, 글을 쓸 때도, 온전히 '나'의 모습이 드러나야한다. 나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가식과 과장이 없는 꾸밈없는 나의 생각을 담을 때, 나의 허세나 과장이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저자도 나 혼자일 때나, 남들 앞에서든 솔직하게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라고 한다.
저자는 또 강연에 대해서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하면서 PPT를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만약 강연자라면 아주 잘 알고 있는 분야여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정말로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증거가 바로 PPT없이 얘기하는 것이고 오로지 자기 얘기만으로 모든 청중의 머릿속에 확실한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다.
만약 잘 모르는 내용이라면 그건 당신이 얘기할 주제가 아니다. 자신이 얘기하는 주제에 대해 폭넓고 깊이 있게 알아야만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우러나올 수 있고 그래야만 언변이 유창하지 않더라도 듣는 사람이 그의 진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 136쪽
강연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명쾌하다. 잘 모르는 내용이라면 하지 말라. 강연은 자신이 할 말이 분명하고 잘 아는 분야여야만 자신감이 나오고 듣는 사람도 진심과 열정을 전달받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저자의 철학은 "나다움"이다. 즉 개성과 진정성이 말하기에서 가장 중요하다. 일단 저자 앞에서 알량한 스피치 스킬들은 안 먹힌다. 멋진 강연을 하고 싶다면 멋진 사람, 멋진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꾸밈이 없는 내 이야기를 해야 한다. 발표를 잘 하고 싶은가? 그러면 준비를 많이 해서 내용에 통달하라. 강연알 잘 하고 싶은가? 그러면 당신이 먼저 그 분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인지를 생각해보라. 먼저 그 자리에 서기 합당한 사람이 되라고 한다.
말을 잘 하려면 내 철학이 분명하고 할 말이 명확해야 한다. 일부러 멋지게 보이려고 애쓸 필요 없다. 내가 멋진 생각을 하는 멋진 사람이면 된다. 어찌보면 그의 커뮤니케이션의 노하우는 근본적인 접근이다. 그래서 어렵다. 내 생각이 아닌 것을 내 생각인 양 꾸밀 수도 없는 것이고, 내 경험이 아닌 것을 마치 경험한 듯 거짓말을 할 수도 없다. 그냥 내가 말하고 쓰는 글이 바로 나여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말을 잘하고 소통을 잘 하려면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하고, 경험을 많이 하라.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책은 깨작깨작 알량한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들을 엮은 것이 아니라 저자의 여러 커뮤니케이션 경험들을 관통하는 단순하고도 강력한 철학을 말해주고 있다.
잘 들을 줄 알고,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잘 하고, 상대로부터 신뢰를 얻고, 할하기 전에 자신의 입장을 결정하고, 목적을 확실히 하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고, 스스로 매력있는 사람이 되고, 겸손하며, 언행일치를 이루어야 한다. 어찌보면 보편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실제 그런 삶을 살고 있고, 그러한 태도로 수 많은 커뮤니케이션의 경험들을 통해 말하기의 달인이 되었기에 그의 메시지는 진정성이 있고 강력하다.
커뮤니케이션이나 스피치 교육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아닌, 여러 방송활동과 NGO활동으로 그만의 전문성을 가지고 여러 무대에서 말하고 소통하는 사람의 책이라는 점에서, 다른 이의 사례 분석이 아닌 오롯이 저자만의 경험과 감상이 담긴 책이라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어떤 스킬을 터득하라'고 말하기 보다 '어떤 사람이 되라'고 말하기에 저자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저자도 어릴 적 남들 앞에 서는 것이 부끄러운, 내성적인 사람이었다고 하지 않던가. 저자가 수 많은 성공과 실패의 상황을 하나하나 자양분으로 삼았듯, 나도 하나의 경험이 내 자산이 됨을 기억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 목소리를 내고, 내 생각을 솔직히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