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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 교육 식판식 - 맛을 아는 아이가 똑똑하다
박보경 지음 / 다봄 / 2019년 8월
평점 :
이 책은 그냥 유아 요리책이 아니다. '미각 교육'을 통한 아이의 식습관 개선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된 식단은 평범한, 전형적인 식단은 아니다.
1장. 잘 먹지 않거나 과식하는 아이를 위한 레시피
2장. 편식하는 아이를 위한 레시피
3장. 특정 음식을 거부하는 아이를 위한 레시피
4장. 아이 증상별 레시피 해결책
으로 구성되어 있다.
온 가족이 아이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할 때 아이의 지능이나 사회성 부분에서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더 발달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유대인의 경우 온 가족이 함께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면서 식습관과 예절 교육이 이루어지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기 위한 토대가 형성된다고 한다. 그만큼 식탁 교육은 매우 중요하고, 아이가 어릴 때부터 시켜서 좋은 식습관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멘붕일 때가 많다. 편식은 당연지사고 먹다가 돌아다닌다. 반찬이 마음에 안 들면 입을 막아버리고 "안 먹어"라고 선포하고 도망간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예절교육, 밥상머리교육, 유대인의 대화가 가능하겠는가.
왜 우리 아이의 식습관이 이렇게 되었을까... 워킹맘인 내가 잘 못챙겨주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겠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인공적인 맛, 단 맛에 익숙해진 탓도 크다. 물론 그 원인제공자도 부모다. 아이는 잘못이 없다. 아이를 원망하거나 무조건 꾸짖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은 매일이 전쟁이다)
내가 과연 아이의 편식 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 생각해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아이는 낯선 식재료, 향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기 쉬운데 이를 완화하고 아이로 하여금 음식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도록 하는 것은 온전히 부모의 역할이기에 지금이라도 아이의 식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보고 싶었다.
이 책에는 식재료의 조합, 조리법, 알갱이 크기 등을 다양하게 하여 아이로 하여금 조금 더 먹기 편하게 만들고, 또 음식에 쓰인 재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이에게 음식에 대한 흥미와 친근감을 갖도록 구성되어 있다.
미각교육이라는 것은 아직 낯설다. 이 미각교육이라는 것은 아이들이 음식이 가진 본연의 맛을 느끼고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알아가며 궁극적으로 건강한 식습관을 갖도록 이끄는 것이 그 목표다. 어릴 때부터 음식의 기본적인 맛을 인지하는 교육과 감각을 활용하는 미각 교육을 하면 아이의 편식을 막고 주체적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미각교육을 위해서는 맛의 원리와 미각의 중요성을 먼저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맛과 그것을 인지하는 혀의 부위별 특징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이 다양한 식재료의 냄새를 맡아보고, 색깔을 관찰하고, 맛을 보게 하면서 낯선 음식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흥미를 가지고 맛보려는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 편식도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생후 4개월부터 만 4세까지가 미각 형성과 발달의 최적기라고 한다. 이 시기가 바로 미뢰가 형성되어 가장 활성화되는 시기이다. 만 8세까지는 입맛이 고착화되는 시기이기에 이 전까지의 미각 교육이 평생 건강한 식생활을 좌우하는 매우 critical한 시기라고 한다.
미각 교육을 통해 아이의 인지와 정서의 발달을 돕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되었다. 그래서 음식으로 여러가지 맛을 느껴보고 반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음식의 다양함을 통해 세계의 다양함, 타인의 다양함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하니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다양성' '포용력'에 대한 학습 기회가 될 것 같다.
어쩌면 아이가 편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된 것이 다 부모의 탓인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만 고집할 때 이를 수용하고 그 요구에 응해주기만 했던 것 같아 후회가 된다. 더 부지런해져서 여러 식재료를 사용하고, 아이에게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겠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레시피가 소개되고 있다. 단 것만 찾아서 일반 주먹밥을 안 먹으려고 하는 아이에게는 전형적인 주먹밥보다는 '고구마 주먹밥'으로 밥을 먹도록 유도할 수 있는 레시피도 소개된다. 또 고기만 찾는 아이에게는 불고기롤로 고기 안에 여러가지 야채를 넣어주어 고기와 야채를 함께 맛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레시피도 있다.
그 외에도 밥만 먹으려는 아이에게 비빔 두부밥을, 국만 먹으려는 아이에게 채소 삼계탕을 요리해 줄 수 있겠다. 사실 레시피가 독특하다. 부모가 평상시에 먹는 일반적인 조합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맛에 대한 감각을 길러주고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식단이라 편식하는 우리 아이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주말에 이 책에 나온 대로 아이에게 고구마주먹밥을 해주니 잘 먹어주었다. 너무 고맙고 놀라웠다. 엄마가 노력하지 않아서 그랬구나... 라는 사실이 깨달아지며 미안한 순간이었다. 퇴근하고나서 되도록 이 책의 레시피를 따라 한 가지씩이라도 시도해보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