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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읽다, 쓰다 - 세계문학 읽기 길잡이
김연경 지음 / 민음사 / 2019년 9월
평점 :

우리는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쏟아지는 자기계발서, 재테크서적, 심리학책, 육아서적으로 트렌디하고 실용적인 정보와 지식들도 업데이트하느라 바쁜데 굳이 읽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고전문학, 읽어야 할까...
그런데 자꾸 여기저기서 고전을 읽으라 한다.
인문학을 공부하라한다.
대체 왜??
고전 문학이라는 영역을 정의내리기도 어렵다.
과거에 쓴 책이면 다 고전인가?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알 수 있게된다.
고전에는 인간의 삶, 생각,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이 책에는 오랜 시간 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전해져 내려온 80개의 고전 문학을 맛볼 수 있다.
말 그대로 맛을 보는 것이다.
고전문학 울렁증이 있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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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울대에서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모스크바에서 유학까지 다녀온 후 서울대에서 러시아 문학, 소설 창작을 강의하고 있는 저자가 쓴 책이다. 저자는 고전문학을 좀 아는 분이다.
책을 읽어보니 공부 잘하는 대학교 선배같은 언니가 짚어주는 고전문학 가이드라고 보면 될 듯하다.
언니의 개인적 감상이 별로 많이 섞이지 않고, 친절히, 조곤조곤 어려운 책들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저자 자신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저자가 사족으로 설명해주는 작가들의 외모, 성격 배경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몇 번이고 읽어보려고 시도했으나, 어려워서 덮어버렸던 여러 종류의 고전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읽었던 저자가 쉽게 해설해주는 이 책을 읽으니 뭔가 쾌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마담 보바리> 귀스타프 플로베르
시골의사 아내인 마담 보바리의 불륜이야기. 비참한 여주인공의 최후. 1857년에 쓰여진 사랑과 전쟁이다. 그런데 '4주 후에 봅시다'가 없이, 그냥 비극이다. 그 비극이 그 당대의 현실이었다고...
마담 보바리는 잡지에 연재될 당시부터 물의를 일으켰고,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작가, 출판업자, 편집자 모두 법정에 섰단다.
플로베르는 남성우월주의에 빠진, 오만하고 방탕한(혹은 그런 척한) 독신자였다고... 플로베르 전기를 집필한 사르트르도 <마담 보바리>를 좋아하지 않고, 플로베르도 좋아하지 않지만 <마담 보바리>를 대단한 책으로 평가한다.
"그는 내 마음에 들지도 않고 우수꽝스럽지만, 그러나 <마담 보바리>를 썼다. 내 관심을 끈 것은 뚱뚱하고 키가 큰 그 둔한 인간과 그 걸작의 대조였다." (장폴 사르트르, <대담>)
이 책을 읽고보니 고전이라는 것은 여러 인간상을 드러내는 것 같다.
요새 트렌디한 심리학 서적에서 말하는 우울, 불안, 공황, 경계선 성격장애... 딱딱 개념화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몇 백년 전, 몇 십년 전의 인간이나 지금 우리나 똑같은 인간 군상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 인간의 부조리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않는 것들을 보여주고, 지금 나타나는 우리의 모습(가령, 속물 근성같은 것들) 그 당대의 현실속에서도 나타난다
고전을 대체 왜읽는지 궁금했는데 저자의 해설을 읽다보니, 어느정도 알 것같다. 그러고보연 성경도 이천년 전의 글인데 여전히 읽힌다. 고전은 어떻게 보면 성경보다도 훨씬 이후에 쓰여진 현대적인 글들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고전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다.
이 책은 국문과 학생이 아니라면 엄두도 내기 힘든, 그러나 몇백년을 거슬러 사랑받아온 거장들의 작품들에 대한 해설과 감상이 담겨있어 그 고전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주는 것 같다.
감히 읽어보는 걸 시도조차 못하겠는 책들을 와인 테이스팅하듯 맛배기로 맛볼 수 있는
그리고 맘에 드는 와인을 고르듯 내가 읽어볼 고전들을 찾아낼 수 있는 팜플렛과도 같은 책
고전문학 울렁증이 있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