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페셜]이상한 Mr. Jim Jarmusch를 조사하면 다 나오는
| 이상한 Mr. Jim Jarmusch를 조사하면 다 나오는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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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도넛이 아닌 ‘커피와 담배’를 들고 나타나 어떤이에게는 낯설고 속 쓰릴 이름, 짐 자무쉬는 1984년 ‘천국보다 낯선’으로 칸영화제 신인감독상과 로카르노영화제 대상을 수상하며 미국 독립영화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이다. 그 느낌으로 ‘할리우드보다 낯선’ 영화 만들기를 계속,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칭송받던 그만의 스타일이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익숙한 얼굴 빌 머레이와 함께 얼마 전 극장을 찾은 ‘브로큰 플라워’로 이른바 ‘재기’에 성공하기 전까지 말이다. 여기서 잠깐, 담배 하나 물고 생각에 잠겨보자. 그는 영화를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이라고 말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런 끔찍한 영화를 만들게 된다면 감독을 그만 둘 거란다. 매너리즘이 하나의 전략이고 신념인 셈인데, 그렇다면 ‘재기’란 말을 쓰기도 이상한 것 아닌가. 또 그렇다면, 커피 한 잔 따르고,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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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convers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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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시 감독이 만약 바로 위에 있는 제목을 읽는다면 또다시 ‘끔찍한’이란 형용사를 사용할지 모른다. 그는 요즘영화를 가리켜 텔레비전의 언어를 빌려와 장난을 친다고 얘기한다. 짐 자무시 식의 대화는 조금 다르다. 그는 반응에 초점을 맞춘다. 저마다 넘치는 사연, 넘치는 독자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유행어나 보편적인 문장을 사용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간다고 상상해보라. 맞다, 엉뚱한 얘기들이 터져 나온다. 또 정반대로 완벽하게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것으로 채워진 장면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는 이 일상적인 것이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리고 있는 인생에서 정말 몇 안 되는 드라마틱한 순간들은 짐 자무시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천국보다 낯선’이 주목받은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정지된 카메라 앞에 두 사람이 등장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다 혹은 침묵 사이에 어색하게 박혀버리는 궁색한 인사말을 나누고는 사라진다. 이어지는 2, 3초간의 암전, 다시 대화장면이 등장하는 식. 한마디로 그의 인생과 영화는 대화라는 형식으로 짜여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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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Americ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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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시는 미국사람이다. 그는 오하이오 주 애크런이란 마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 시카고로 이사했고,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문학을 전공한 후, 타고난 천재들만 모인다는 뉴욕대 영화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모든 창작자들이 그렇듯 그도 자신의 얘기를 풀어놓는 것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미국’은 빠질 수 없는 소재가 됐다. 그래, 짐 자무시가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간단하다. 별로 안 좋아한다. ‘천국보다 낯선’의 젊은 남녀는 천국일 것이라 꿈꾸던 미국 여기저기를 방랑하지만 그들이 지독히도 답답해하던 현실은 변하지 않고 무료한 카드게임, 텔레비전 시청과 별 다를 것 없는 생활이 반복된다. 조니뎁 주연의 ‘데드맨’에서는 더하다. 미국과 미국인은 인디언의 땅을 뺏은 총 밖에 가진 것이 없는 괴물로 묘사된다. 하룻밤동안 4개 나라, 각기 다른 택시운전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지상의 밤’ 뉴욕 에피소드에서처럼, 그는 이방인과 함께 그들에게 미국을 경고하는 미국인을 등장시키는 방법으로 폭력과 비인간성이 흐르는 거리를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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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musi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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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시의 영화들에는 깜짝 놀랄만한 캐스팅들이 많이 있는데, 내로라하는 음악인들도 그중의 하나다. 재즈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어내는 대단한 두 명의 뮤지션 탐 웨이츠와 존 루리의 이름은 그의 초기작들에서 빠지지 않고 찾을 수 있다. 짐 자무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펑크 로커 이기 팝, 개러지 음악을 연주하는 미스터리한 그룹 화이트 스트라입스, 독특한 힙합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그룹 우탕 클랜을 자신의 카메라 앞에 세운다. 관객은 이렇게 뮤지션과 직접 대면하거나 등장한 인물들이 뮤지션에 대해 얘기하는 것으로 음악을 접한다. 짐 자무시의 인물들이 대화 다음으로 즐기는 것이 바로 음악 감상. 그들은 저마다 미쳐있는 가수를 한 명쯤은 가지고 있다. 특히 ‘미스테리 트레인’의 배경인 멤피스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녹음실 등 그와 관련된 관광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멤피스를 찾은 사람들은 엘비스를 좋아하거나 싫어한다. 좋아하는 이들은 그를 ‘로큰롤의 왕’이라고 부르고, 싫어하는 이들은 그의 위대함을 잘 알지 못한다. 개봉을 앞둔 ‘커피와 담배’ 두 번째 에피소드 ‘쌍둥이’에서도 대화의 핵심소재로 엘비스가 등장하는데, 흑인음악을 모방한 별 것 없는 백인 가수로 묘사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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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journ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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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앞 둔 ‘커피와 담배’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진행되지만, 그의 다른 영화들은 한 곳에 머무는 법이 없다. 그의 졸업 작품이자 장편 데뷔작‘영원한 휴가’는 한 곳에 머물기를 거부한 젊은이가 떠도는 풍경을 응시하고, 결국엔 그가 더 나은 삶을 위해 파리로 떠나는 배 위에서 바라보는 점점 멀어져가는 뉴욕의 모습 위에 엔딩 크레디트를 올린다. 천국이라던 미국을 찾아 떠나온 ‘천국보다 낯선’을 거쳐 어이없이 죄수가 된 세 남자의 탈옥여행 ‘다운 바이 로’, 일자리를 찾아 기차에 오르는 ‘데드맨’, 멤피스를 향하고 또 떠나는 사람들의 ‘미스테리 트레인’, 사랑했던 여인들을 추적하는 최근작 ‘브로큰 플라워’까지 그는 떠나고, 떠나고, 또 떠난다. 짐 자무쉬 감독은 여행을 통한 대단한 성취를 얘기하지 않는다. 그는 명확한 목적지를 제시하지 않고 다시 길 떠나는 이들, 그러면서 그 길 위에서 계속적으로 삶을 깨닫고 살아가는 이들을 비춘다. 대화가 그의 형식이라면 떠나는 도중의 길은 그의 배경이다. 그의 영화가 대부분 흑백인 것도 새로운 시각적 자극, 설레임으로의 여행이 아닌 지속돼온 삶에 대한 깨달음, 또 다른 일상으로의 여행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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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mon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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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시 감독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창작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상업적인 의도도 개입되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바로 이런 점이 그를 독립영화계에 머물게 했다. ‘지상의 밤’ 로스앤젤레스 에피소드에서 연신 담배를 피워대는 택시 드라이버 위노라 라이더는 잘 나가는 할리우드 캐스팅 매니저로부터 ‘스타로 만들어 줄 것’을 제안 받지만 “You know”를 섞어가며 덜렁덜렁 내뱉는 대답 속에 철학이 있다. 그녀는 정비공을 꿈꾸고 있으며, 그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한번 정한 정비공이라는 목표가 흔들리는 것이 싫어서 다이아몬드를 박스 채로 얻을 수 있는 여배우 자리를 거절한 것. 이는 짐 자무시의 인생관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목이다. 그는 후배감독들이 작품의 질을 제작비로 판단하는 경향을 꼬집으며 앞으로도 계속 완벽히 독립된 영화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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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peop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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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엔가 하루 날 잡고 그의 영화들을 순서대로 보기 시작하면, 봤던 얼굴들이 나오고 또 나온다. 위에서 언급한 뮤지션들을 제외하고도 그가 좋아하고 그를 좋아하는 배우들,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와 그의 아내 니콜레타 브라스치, ‘브로큰 플라워’의 모든 것 빌 머레이, 위대하리만치 독특한 인상의 소유자 스티븐 부세미가 그의 영화를 충분히 매력적인 것으로 만든다. 사실 그의 결정적인 인연은 배우를 캐스팅하기 이전의 일이다. 그는 대학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떠난 파리 여행 중, 세계적인 거장들을 가장 많이 품었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찾는다. 그곳에서 로베르 브레송과 장 뤽 고다르, 오즈 야스지로에게 빠져들고 문학에서 영화로 방향을 바꾼 것. 대학원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이는 ‘자니 기타’ ‘헤어’의 니콜라스 레이 감독이었다. 짐 자무시 감독은 당시 강의를 맡았던 그의 조수로 일하면서 앞으로의 작품에 바탕이 될 것들을 습득하게 된다. 그리고 1982년, 빔 벤더스 감독의 ‘사물의 상태’ 조감독으로 참여하면서 오랫동안 그의 흑백배경을 함께 창조해나갈 촬영감독 로비 뮐러와 조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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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1991&Sfield=&Sstr=&page=2&cate_news=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