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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은 삼경인 제/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다정도 병인 양하야 잠못들어 하노라 -이조년일찍이 뜻을 세워 조정에 나아간 바 없으며 때문에 충간할 임금 또한 없고 그 임금의 노여움을 사서 쫓겨 날 일은 더더욱 없는 오늘의 젊음들에게도 잠들지 못하는 봄밤은 있기 마련. 잠을 같이 자도 꿈은 다르다고, 잠을 같이 못 자도 그 이유는 다 다를 것이다. 잠 못 드는 그 이유만큼이나 다양한 정서와 캐릭터를 가진 당신들이겠지만 대저, 남들 잘 때 못 자는 사람들은 남들이 먹을 때 먹기 싫고 남들이 웃을 때 웃지 못하는 사람들인 법. 한 마디로 당신들은 ‘따’다. (어젯밤 당신이 왜 잠들지 못했는지 생각해보자. 다정하신 모습으로 아버지가 크레파스를 사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도 십중팔구 당신은 약한 사람이거나 예민하거나 우울하거나 고민에 빠진 사람일 것이다.) 저 고려시대 외로운 신하가보낸 700여 년 전의 밤과 당신이 지새운 어젯밤의 정서는 그런 것이다. 그리하여 여기 일지춘심을 어찌하지 못하고 오늘도 다정(多情)을 한하는 이들을 위한 영화를 소개한다.
인썸니아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알 파치노, 로빈 윌리암스/ 2002
죄책감에 시달리며 잠 못 드는 당신이 원하는 영화. 백야기에 접어든 알래스카에 살인사건 수사를 위해 유능한 형사 도머가 도착한다. 도머는 용의자를 추적하던 도중 짙은 안개 속에서 오랜 파트너인 햅을 용의자로 오인 총으로 쏘고 만다. LA 경찰서에서 내사를 받던 중인 도머는 동료가 용의자의 총에 희생된 것으로 가장하고 이를 알게 된 용의자는 도머를 협박해오기 시작한다. 도머는 죄책감과 스트레스, 백야로 인한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그 사고가 단순히 실수였는지 자신이 의도한 것인지 구별하지 못하면서 고통스러워한다. 수사가 종결되기까지 6일간 한 숨도 자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알 파치노의 퀭한 눈에서 동병상련의 정을 느껴 볼 수 있을 듯. 카타르시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보장한다고 해야 할까. 높은 지위와 고귀한 품성을 지닌 주인공이 악의가 아니라 판단착오에 의해 몰락하는 것이라는 비극의 정의에 잘 부합하므로.
파이트클럽
감독 데이비드 핀처/ 출연 브래드 피트, 에드워드 노튼/ 1999
소심하고 약해 보이는 당신 그러나 내면속 냉소와 적개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잠 못 드는 당신의 이야기. 자동차 회사의 리콜 심사관 잭은 오늘도 무료하고 공허한 일상이 주는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러나 출장행 비행기에서 타일러 더든을 만나면서 그의 일탈이 시작된다. 타일러는 갑자기 잭에게 자신을 때리라고 한다. 사람은 싸워봐야 진정한 자신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부터 두 사람은 서로를 치는데 재미를 붙이고 폭력으로 더러운 세상을 정화하겠다는 그들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 마침내는 파이트클럽이 결성된다. 파이트클럽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켜 도시마다 지부가 설립되고 군대 같은 조직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정신적 지주였던 타일러가 갑자기 떠나고, 당황한 잭은 타일러를 찾아 헤맨다. 선배한테 교수한테 혹은 아버지한테 당해서 오늘도 잠이 안 오는 사람, 백화점에서 고급 비누를 사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한다. 제품의 성분과 함량 제조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오니 참고하도록.
당신이 잠든 사이에
감독 존 터틀타웁/ 출연 산드라 블록, 빌 풀먼/ 1995
사람 지치게 만들고 병리적인 영화라면 눈살 찌푸리는 당신에게 맞는 영화. 삶이 너무 버거워서 영화까지 무거우면 견딜 수 없어 로맨틱 코메디만 보는 사람, 오늘도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다 못 잔 사람. 애인하고 전화통화 하다가 날 샌 사람에게 추천하는 영화다. 시카고 지하철의 토큰 판매 부스에서 일하는 루시는 외롭고 가난한 고아출신이지만 밝고 명랑한 아가씨.(신데렐라의 완벽한 조건) 어느 날 루시는 철로에 떨어진 피터를 기차로부터 구해주게 된다. 피터가 혼수상태에 빠진 사이 루시는 그의 가족들에게 약혼녀로 오해받고, 얼떨결에 루시도 그것을 인정해 버린다. 피터의 동생 잭은 그런 루시를 의심하지만 어느샌가 그녀의 매력에 끌리게 된다. (여기까지. 안 봐도 비디오지?)
아이다호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리버 피닉스, 키아누 리브스/ 1991
마이크는 어머니와 헤어지고 고향인 아이다호를 떠나, 포틀랜드 사창가에서 하루하루를 방황하며 보낸다. 그는 ‘기면발작증’을 앓고 있는데, ‘기면발작증’이란 긴장하면 잠들어 혼수상태에 빠져버리는 병을 말한다. 유일한 친구인 스코트는 그럴 때마다 마이크를 도와준다. 스코트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아버지에 대한 미움 때문에 스스로 가출하여 방황한다. 마이크와 스코트는 서로 도와주고 의지하면서 어느새 신분을 초월한 동성애적 사랑을 키우게 된다. 하지만 스코트는 본래의 부유한 생활로 다시 돌아가고, 그리워하던 어머니를 찾으려 먼 곳을 떠났던 마이크는 결국 그녀를 찾지 못한 채 다시 포틀랜드의 뒷골목으로 돌아오고 만다.
첫사랑
감독 갈문휘/ 출연 금성무, 이유유, 갈문휘/ 1997
왕가위가 제작했고 금성무가 주연한 왕가위표 영화.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어진 옴니버스 형식 가운데 첫 번째 에피소드는 청소부와 몽유병자 소녀의 사랑 이야기이다. 몽유병 환자인 유유가 거리를 헤매는 것을 청소부 가동이 보게 되면서 둘의 만남이 시작된다. 유유는 아침이면 가동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유유를 사랑하는 가동은 그녀가 자신의 몸에 고정시킨 캠코더에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밤의 일을 담아준다. 어떤 시작은 곧 끝일 수도 있다는 말의 의미를 아는 사람, 씨앗이 자라나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이 되는 과정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고 공감하지 않을까. 쥐면 터질 듯 불면 꺼질 듯 예쁜 주인공들이 나온다. 좀 안 생긴 감독이 너무 자주 얼굴을 내민다는 것이 흠.
오픈유어아이즈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출연 에두아르도 노리에가, 페델로페 크루즈/ 1999
세자르는 부모님이 막대한 재산을 물려줘 부자인데다 잘생기기까지 했다. 어느 날 저녁 그의 생일파티에서 친구의 애인인 소피아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러나 옛 애인 누리아가 그 사실을 알게되고 분노에 가득 차 그와 함께 차로 동반자살을 시도한다. 그 결과 누리아는 죽고 세자르는 얼굴이 심하게 망가진다. 그는 소피아를 찾아가지만 거절당하고, 슬픔에 만취하여 길에 쓰러진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보니, 소피아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하고 의사들은 얼굴을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세자르는 더없이 행복하다. 그런데 어느 날 밤 갑자기 소피아가 누리아로 변한다. 누리아는 자신이 소피아라고 주장하고 세자르는 알 수 없는 현실에 헷갈리게 된다.
사랑의 블랙홀
감독 해롤드 래미스/ 출연 빌 머레이, 앤디 맥도웰/ 1999
이기심과 자만심 강한 TV기상 통보관인 필 코너스는 펜실베니아 펑추니아 마을로 성촉절 축제를 취재하러 간다. 취재를 끝내고 오던 길에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다시 펑추니아 마을로 돌아간다.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눈을 떴는데 라디오에선 어제 들었던 멘트가 나오고 있다. 어제 끝났던 성촉절 축제는 다시 준비로 부산한 모습이다. 나중에 필은 자살을 하기에 이르지만 여전히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침대 위에서 잠을 깬다. 필은 리타라는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이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보기로 결심한다.
나이트메어
감독 웨스 크레이븐 / 출연 헤더 랑갠캠프, 조니 뎁/ 1984
꿈속에서만 나타나는 프레디 크루거는 소년소녀들의 목숨을 하나씩 앗아간다. 그 괴물을 피하는 방법은 단 하나, 잠을 자지 않는 것 뿐! 친구들을 프레디에게 잃은 낸시는 과감하게 꿈 속의 괴물을 현실로 끌어낼 궁리를 하게 된다. 수많은 화제와 아류를 양산한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1탄. <스크림>으로 10대 슬래셔 무비의 전설로 떠오른 웨스 크레이븐의 최고작이자 나이트 메어 시리즈 가운데서도 최고작으로 꼽힌다. 저예산의 약점을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세심한 아이디어로 상쇄하고도 훨씬 많은 것을 남긴 공포영화의 교과서다. 참! 조니 뎁의 영화데뷔작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