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내가 죽인 소녀 부크크오리지널 4
장은영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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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와 B, AB와 O. 여기까지만 본다면 누구라도 혈액형을 생각해 볼 것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혈액형. 하지만 여기에 햄버거와 만년필, 회장 그리고 사과까지 더해진다면 으응?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이게 무슨 신기한 조합이야 하면서 말이다. 이것은 별명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저마다 사람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불리운다.

고등학교 독서 동아리 회원인 그들은 이제는 대학생으로 함께 만나 즐겁게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의 작품을 본다. 오늘은 신나게 달리자 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어쩐 일인지 눈이 감긴 채 잠이 들고 만다. 모두들 꽁꽁 묶인 상태로 눈을 뜨게 되는데 복면을 쓴 한 남자는 총을 들고 그들에게 고한다. 살인범을 찾아 내라는 것. 그러면 살려주겠다는 것이다. 대체 이 남자는 누구인가.

여기 있는 너희들 중 누군가는 사람을 죽였다. 살인범을 찾아내지 못하면 너희 모두 저 벽처럼 몸에 바람구멍을 만들어줄 거야.

16p

아무도 올 것 같지 않은 외딴 산장에서 발견된 그들은 딱 봐도 도망칠 곳 없는 상황에 절망한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지 않은가. 살인범만 알아내면 된다. 피해자는 누구인가. 사과다. 동아리 중 유일한 여자 회원이었던 그녀. 수능 전날 학교에서 뛰어내린 자살 사건으로 종결되어 버린 그녀였다. 사과는 정말 누가 죽인걸까. 아니면 그냥 자살인걸까.

사과가 입은 부상은 너무도 상반되어 있어. 범인은 한 사람이 아니야. 사과를 죽인 살인자는 두 명이야.

226p

어떻게 보면 클로즈드 서클 상황이다. 아무도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않는 상황. 외진 곳이기에 사람이 들어올 수 없고 납치되었기에 그들은 나갈 수가 없다. 이 상황에서 지금 벌어진 사건도 아니고 몇년 전에 끝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가능할까. 그것도 아무런 증거도 사건에 대한 정황도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들을 납치한 사람은 자신이 사과의 아빠라고 하면서 사건 파일을 가져다준다. 전문인도 아닌 단지 대학생인 그들이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아니 그 전에 이들 중 정말 살인자는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지금 여기 모인 그들의 목숨 또한 위태로운 것은 아닐지. 오래 전 사건을 해결하기 보다는 당장 내 목숨부터 구해야 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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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 - 오사카 게이키치 미스터리 소설선
오사카 게이키치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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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단편이라면 언제든지 두손 들고 환영하겠다. 그런 생각이 들만큼 꽤 괜찮은 단편들이 빼곡히 모여있는 오사카 게이키치 미스터리 소설선이다. 분명 오래전에 나왔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촌스럽지 않고 지금 읽어도 이상하지 않을 트릭들이 가득하다. 본격 추리소설의 진수라고 꼽아도 무방할 지경이다.

꽉 찬 엔딩들도 좋다. 단편을 별로라 하는 것이 어딘가 무슨 이야기가 전개될만 하면 두루뭉수리 하게 끝나 버리거나 결론을 맺지 않고 열린 결말로 끝나 버릴 때가 많아서였는데 이 작품은 그럴 요소를 아예 차단해놓았다. 에도가와 란포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그리고 노리즈키 린타로가 오사카의 작품을 왜 추켜세웠는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첫작품인 <탄굴귀>는 배경이 특이하다. 탄광을 소재로 하고 있어서 탄광이 많이 사라진 요즘과 그때의 상황이 다름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탄광에서만 쓰이는 전문적인 용어들이 난무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탄광에서 불이 났다.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한 남자가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화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쇄살인. 범인은 누구일까.

< 추운 밤이 걷히고>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친구가 임시 강사로 나가 있고 그 친구네 집에는 아내와 아이 그리고 아내의 사촌이 와 있었다. 그 밤 아내와 사촌은 죽임을 당했고 아이는 사라졌다. 범인은 누구일까.

표제작인 <침입자>에서는 부부와 친구가 산장을 찾는다. 남편과 친구는 화가인데 남편이 방에서 죽었다. 범인은 누구일까. 백요와 꼭두각시 재판, 세 명의 미치광이, 긴자 유령과 움직이지 않는 고래 떼까지 총 여덟 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꼭두각시 재판>이었는데 다른 이야기와는 다르게 법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는 여러 이야기들을 다양한 배경으로 펼쳐놓고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재판 때마다 증인으로 나타나는 한 여자. 그녀는 대체 누구이며 왜 이런 증언을 하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한 편의 길이가 길지 않은 편인데도 내게는 길게 느껴졌다. 그것이 이야기가 지루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워낙 이야기가 촘촘히 전개되고 미스터리 소설에서 있어야 할 모든 요소들이 적재적소에 자리잡고 있으니 한 편의 이야기가 단편이 아니라 중편 이상의 느낌을 받은 것이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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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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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리튼 키, 투명 카멜레온 그리고 얼마전 읽었던 절벽의 밤까지 알게 모르게 나는 미치오 슈스케의 책을 읽어왔다. 그리고 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로 기억에 남았고 추천도 했다. 이 이야기 너무 괜찮다고 말이다. 장르소설인듯 아닌듯 경계선 상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일상 미스터리라고 봐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분명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일 같으면서도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포함되어서 때로는 사건도 일어나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은 더욱 재미가 있다. 맞다. 그야말로 딱 읽는 재미를 확실히 주는 그런 소설이다.

바로 며칠전 읽었던 [절벽의 밤]은 추리적인 요소가 강했다. 사건이 일어나고 그 뒤를 추적하는 형사가 있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뚜렷이 나뉘어졌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한 장의 사진이나 그림으로 재미를 더했다는 것인데 그에 비하면 이 책은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하다. 사건은 일어나되 소소한 사건이다. 피철철 목댕강을 미치오 슈스케에게 기대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게임이 끝나면 관객은 집으로 돌아가는 법이야.

132p

가사사기 중고상점. 스물 여덟살인 히구라시 마사오가 가사사기와 함께 운영하는 상점이다. 설립한 지 2년째, 적자낸지도 2연째이다. 하기야 그렇게 말도 안되는 물건을 높은 값에 사들여가지고 오니 망해도 진작 망하지 않은게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히구라시 마사오는 절에 갔다가 쓰레기 처리비용을 아끼느라 자신을 부른 게 아닐까 싶은 물건을 사왔다. 휴.

가사사기는 늘 머피의 법칙을 책을 끼고 다니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한 문장을 말한다. 그게 꼭 맞아 떨어지리라는 법은 없지만. 그는 사건이 발생하면 자신이 김전일이나 홈즈가 된 것마냥 내가 다 해결할게를 외친다. 정작 그 모든 속내를 파악하고 가사사기가 저지른 해결까지 처리하는 것은 바로 히구라시다.

계절별로 네 개의 이야기들이 반복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히구라시가 절에 가서 물건을 사오고 후회를 하고 가사사기가 법칙을 외치고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덤비고 히구라시가 모든 것을 마무리 하고. 그 모든 합이 딱 맞아 떨어져서 반복적인 이야기인데도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그 패턴이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이때쯤이면 등장해 줘야 하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나타나는 미나미 나미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등장해서 무슨 마스코트인가 했지만 알고보니 사건 하나로 엮인 사이였다. 그렇게 세 명의 합이 보기 좋다.

고양이가 사라지고 청동상이 불에 타고 나무가 엉망이 되었지만 그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히구라시 마사오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중고 상점은 언제까지나 정상 영업 중일 것이다. 뭐든지 매입하고 비싸게 사서 싸게 판다는 그들의 슬로건이 영원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들에게 물건을 파는 중도 아들과 함께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그들에게 물건을 팔아줬으면 좋겠고.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이 다정한 이야기. 이건 수상한 중고상점이 아니라 다정한 중고상점으로 바궈야 할듯 싶다. 아무래도 말이다.

+ 갑자기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라는 만화가 보고 싶어졌다. H2라는 야구만화를 참 좋아했었는데 터치는 낯설다. 가사사기 중고상점에 가서 사와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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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맨
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 지음, 양혜진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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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중간고사가 끝나고 한창 날씨가 좋을 5월쯤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수트케이스를 꺼내고 어디론가 비행기를 타고 다녀오는 것이 일반적인 루틴이었다. 적어도 3년 전까지는 그랬다. 처음에만 해도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 단지 한 사람이 발견되고 치료가 되고 그렇게 잠잠해질 줄 알았다. 우리의 일상은 아주 작은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유일한 권고는 집에 머물라는 것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명백하다. 남자들은 집에 머물다가 죽을 것이다.

59p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온 모든 과정을 그대로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놓았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만큼 작가도 각종 기사라던가 자신의 경험으로 아주 많은 것을 보고 들었을 것이다. 그 모든 이야기들이 이 소설에 그대로 녹아 들었다. 스웨덴인은 면역에 있어서 안전하다는 소문도 그랬고 싱가포르 정부가 시민과 외국인 모두의 이탈을 금지했던 것도 그랬다. 사람들을 만나지 말고 거리를 유지하고 집에 머물르라는 것도 지극히 이보다 더 자세할 수는 없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현실 그대로를 반영했기에 지금도 아직 완전하게 우리는 그것이 끝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기에 더욱 섬짓함을 자아낸다.

내 이메일이 응답받지 못한 채 흘러가는 일분일초마다 백신은 점점 더 늦어진다. '역병'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더 심해질 일만 남았다. 그런데 모두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53p

물론 현실과 다른 점이 존재한다. 소설 속에서의 공격 대상은 오로지 남자뿐이다. 의사였던 어맨더는 위험을 가장 먼저 감지하고 자신의 가족들을 챙기는 한편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다. 그것을 무시해 버린 남자가 문제다. 자신이 죽는 것은 모른 채로 말이다. 오로지 남자만 공격하고 열이 오르다 죽어버리는 증상을 가지고 있지만 치료제도 없거니와 어떻게 전염이 되는지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관한 것도 전무하다. 어맨더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단지 집에 있는 것 말고는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인터뷰를 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말이다.

이야기는 세계 곳곳의 여자들을 대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자신을 중심으로 한 세계가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를 고민하고 이 어려운 시기를 타개할 방법을 찾아낸다. 남자들이 주요 대상이기 때문에 전면에 설 수가 없다. 이분법적으로 여자는 우위에 있고 남자는 열세하다는 것을 그리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남자 아니면 여자 여자 아니면 남자뿐인 이 세상에서 한쪽이 공격을 받으면 모든 타개책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다른 하나가 아니던가. 그렇게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이 인류라는 종족은 유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삶을 박탈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은 알지만 지금 내가 합리성까지 갖추기란 무리다.

252p

아들이 있고 남편이 있는 그리고 아버지가 있고 할아버지가 있는 가정들은 모두 공격의 대상이 된다. 집집마다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성경 속에 나오는 역병에 돌아서 모든 장자가 죽었던 그때의 사람들의 상황과도 닮지 않았을까. 딸이 있거나 여자 혼자 사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반발감이 덜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나만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든 고통을 당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를 가진 사람을 보면서 아이를 가지기 힘든 사람들이 부러워하기도 하고 질투도 하고 시기 어린 생각을 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틈은 서로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손쓸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은 것이 변해버린 지금, 우리는 어떻게든 예전의 삶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347p

작가는 이 문장을 쓰기 위해서 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닐까.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모든 것을 극복하고 다시 우리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그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고전의 진수로 꼽는 [페스트]에서도 결국은 사람의 일상으로 삶으로 돌아가듯이 말이다. 엔드 오브 맨. 남자들의 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Man이라는 단어가 인류 전체를 가르키는 말로도 사용이 되곤 하니 이것은 비단 남자들만의 끝은 아닌 것이다. 이 세상에 딱 두종인 남자와 여자가 공존하지 않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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