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자 요즘 연애
김정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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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두근거림을 느껴본 적이 언제인가? 심장이 안 좋아서 또는 너무 빨리 뛰어 느껴지는 그런 떨림말고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함으로 인해서 느껴지는 그 두근거림 말이다. 결혼을 갓 한 사람들이라면 얼마 되지 않았다고 대답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결혼 한지 오래된 부부들이라면 '가족끼리 왜그래'를 주문처럼 외울지도 모르겠다. 십대에는 공부하느라, 이십대에는 취직 준비, 삼십대에는 살기위한 생존으로 바쁜 요즘, 사십대에는 두근거림을 느끼기에는 너무 현실적이 되어 버렸다.

 

썸이라는 것을 언제 느꼈는지도 모르겠고 데이트라는 것은 어디서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으며 그냥 하루하루 살다보면 그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한달이 되고 일년이 간다. 누군가는 그런 청춘이 허망하다고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살아가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힘이 드는 사회에 살다보니 건어물녀나 초식남이라는 단어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요즘 연애는 무엇일가. 이 책에서는 요즘 연애하는 방식을 짚어주지는 않는다. 어찌보면 에세이같기도 어찌보면 소설 같기도 한 이 책의 내용은 주인공을 필두로 하여 네명의 남자들에 관한 연애관을 보여준다고 할수 있다. 저마다 사랑에 관한 가치관이 다른 남자 네명. 친구관계인 그들을 통하여서 우리는 요즘 연애를 또는 요즘 남자란 어떻다는 것을 재미삼아 볼 수 있는 것이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니 꼭 이 상황에 들어 맞아야 한다고 우기지 말것. 그냥 재미로 또는 참고용으로 보기 좋은 가벼운 글들이다.

 

사랑과 여자라는 큰 두 축이 있을때 사랑을 믿고 여자도 믿는 세운, 사랑은 믿지만 여자는 믿지 않는 태희, 사랑은 믿지 않지만 여자는 믿는 주영과 사랑도 여자도 둘다 믿지 않는 준. 이 네 명의 요즘 남자들은 친구관계다. 연애상담을 하는 태희는 최근에 승무원인 여자친구와 헤어진 상태다. 그를 위로하려고 모인 친구들은 또 다른 여자들관의 만남을 가지기도 하고 여자들은 어떻다 하면서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남자들에게는 사랑과 여자가 가장 큰 기준일까. 어느 쪽을 선택해도 다 만족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여자들은 적어도 이 축을 기준으로는 나누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다. 자고로 여자들이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법이니까 여러개의 변수상황에서 또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 기준대로 나누어진 이들도 마지막에는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여자도 사랑도 믿지 않던 준에게 찾아온 변화. 이 네 명 중에 두명은 결혼을 하게 된다. 누가 누구와 어떤 계기를 통해서 결혼을 하게 될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십대의 파릇파릇한 감정으로 읽어주면 재미나게 읽을 것이라 생각되어지는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오랜만에 두근거림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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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술래잡기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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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장르소설이라 함은 사건이 펼쳐지고 그 사건의 범인을 쫓아서 가는 형사나 탐정이 등장을 하기 마련이다. 작가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두드러지는 캐릭터가 있게 마련인데 요네스뵈의 해리와 코넬리의 해리가 그런 편에 속한다. 이 책에서는 모삼이라고 하는 캐릭터가 등장을 한다. 앞의 두명의 해리와는 다르게 형사보다는 탐정이다. 경찰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자유로울수 있겠지만 형사와 연계되어 같이 일을 하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되겠다. 

 

탐정인 모삼도 뛰어나지만 이 책에서는 또 한 명의 눈여겨 볼 캐릭터가 있다. 무즈선은 법의관으로써 등장을 한다.  집안도 좋고 얼굴도 잘 생긴 그는 실력까지 뛰어나다. 모삼과는 둘도 없이 친한 친구로써 둘 사이의 케미를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하나의 재미라 할수 있겠다. 실력이 뛰어난 그답게 초반에 기억을 잃은 모삼을 도와서 최면을 행하고 약간의 팁을 찾아내기도 한다.

 

기억을 잃은 모삼. 그는 왜 기억을 잃은 것인가. 그 사실을 알기 위해서 이 전의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살해되었다. 그는 그 사건을 보았지만 범인을 확실히 보지 못했다. 그리고 오히려 범인으로부터 당하고 죽을뻔한 위기를 넘기기조차 한다. 그런 그가 기억을 잃는 것은 당연한 사실일까. 모삼은 겨우 몸을 추스리고 길을 나선다. 그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무언가 기억나는 것은 있는 것일까.

 

첫번째 사건을 던져 주므로 모삼의 실력을 가볍게 평가해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은 본격적인 이야기가 그 이후로 펼쳐진다. 범인은 대놓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모삼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자신이 어떤 사건을 저지를테니 너가 막아볼수 있으면 막아보라는 식이다. 사건이라고 하 면 분명히 누군가가 죽는 것이고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모삼과 무즈선은 열심히 뛰어다닌다. 

 

범인 L은 단 하나의 단서만을 제시한다. 하나의 증거와 그리고 도전장. 그것만으로 이 콤비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가. 그리고 이 사건의 범인을 잡는다면 그 사람이 과연 범인일까. 증거와 함께 주어진 제한시간. 누구나 정해진 시간이 있으면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 이 천재콤비는 어떻게 사견을 해결할까.하나의 단서를 제시하며 3일안에 사건을 해결하라고 한다. 주어진 단서라고는 달랑 한쌍의 잘려진 손. 그것을 가지고 그 시체가 누구인지 어떻게 어디에서 죽은 사람인지 사건을 풀어나갈 수 있을까.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듯하게 쉬운 문제와 어떻게 해도 어렵게만 꼬여가는 사건을 적절히 배분함으로 인해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활약상들이 숨돌릴 새 없이 읽어내리게 만든다. 계속적으로 연결되는 범인L과 모삼. L은 어디까지 모삼을 괴롭힐 것인가. 과연 그는 무슨 이유로 이렇게 모삼을 괴롭히는 것인가. 중국 장르소설, 쉽게 잘 읽힌다. 느슨한듯 좀체 늘어지지 않는다. 쫀쫀하게 탄력감이 느껴지는 한편의 장르소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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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 모중석 스릴러 클럽 1
제임스 시겔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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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살아가면서 자신이 쳇바퀴처럼 돌고 있는 일상생활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십대때는 일종의 반항으로 드러날수도 있고 때로는 친척집이나 친구집으로 뜬금없는 가출을 해보기도 한다. 이십대때는 배낭여행이라는 개념으로 방학을 맞이해서 많이들 떠나고는 한다. 그러나 삼십대가 되고 자신의 직업을 가지게 되면 휴가라는 개념 외에는 전혀 탈선을 할수 없는 반복적인 생활에 잡힌다. 그것이 인생이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게 되면 더하다.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를 위해서 가능한 많은 것을 해주고 싶고 그러다보면 더 많은 일을 하고 그러다보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더 줄고 결국 탈선이라는 단어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단어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는 조그마하게 자리잡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단어는 말이다.

 

때로는 그 탈선을 빌미로 해서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이 너무나도 좋았다면서 여행서적을 내어 놓고 여행작가로 직업을 바꾼 경우도 간간이 본다. 질투나는 일이긴 하지만 그것 또한 그들의 과감한 선택이으로 인한 것이니 선택하지 못한 자신을 탓해야 할 것이다. 탈선이 단 한번이고 좋은 쪽이라면 좋겠지만 간혹 어긋난 탈선을 보일때가 있다. 좋지 않은 친구들과는 만남이나 마약이나 불륜같은 것들이 아마도 그런 쪽이지 않을까. 또한 그 탈선으로 인해서 연쇄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나비효과처럼 걷잡을수 없이 커져버린다면 당연히 그 탈선의 중심지인 자신조차도 조금은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여기 그런 주인공이 있다. 광고일을 하는 찰스. 업계에서는 인정받는 사람이다. 당뇨로 고생하는 딸이 있고 부인이 있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던 그는 단 한번 다른 여자에게로 눈을 돌리므로 인해서 점점 새로운 사건으로 빠져들어만 간다. 하나의 체인이 풀리면 다른 체인들까지도 차례대로 풀리는 그런 형국이다.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애쓰지만 그럴수록 연결된 체인은 빠른 속도로 풀려만 간다. 속수무책이다. 그는 어떤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중반 이전에 트릭을 알아차렸다. 어떤 추리나 스릴러에서도 범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나였지만 왠지 모를 짬찜함이 계속 남았고 그것이 딱 들어맞았다. 내가 생각한 플롯이 그대로 들어맞으므로 인해서 더 읽어가는 재미가 생겼다. 나도 아는 걸 왜 그는 모를까 하면서 타박을 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풀려버리면 너무 쉽게 끝나는 것이 아니냐며 작가를 무시하기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숨겨진 반전이 있는 것을 간과했다. 어느 상한선까지는 내가 생각한 트릭이 그대로 맞았지만 그 나머지 과정을 풀어가는 것까지는 생각지 못한 나의 불찰이었다. 조금 더 그 이후까지 내다 보았어야 했다. 알파고는 앞으로 몇백수까지 생각해서 둔다고 했던가. 나 또한 그래야만 했었다. 구성이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풀릴 것이라는 것까지도 예상했어야 하지만 이야의 재미에 빠져서 그만 헤어나오지 못했던 탓이다.

 

분명 찰스가 주인공인데 감옥인 아티카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위도우즈는 왜 나오는 것인지 생각해야만 했었다. 약간은 느슨한, 누구나 쉽게 캐치해낼수 있는 구성이지만 작가의 숨겨진 반전이 탁월했던 한편의 스릴러였다. 모중석스릴러클럽에서 왜 첫 책으로 이 책을 선택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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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온 스노우 Oslo 1970 Series 1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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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쌤~~~ 이건 배반입니다. 배신입니다. 이렇게 얇은 책을 내시다니요. 얇다고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다들 얇다고 했으니까요. 그래도 어느 정도는 될 줄 알았죠. 요쌤이시니까요. 6백 페이지는 기본으로 넘기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2백 페이지도 안 되는 이야기라니요. 기다렸는데 너무 하세요~

 

기본적으로 스릴러라는 장르는 책이 두껍다. 한두명이 죽는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사상자는 기본이요 스케일이 크면 전 세계적으로 누비고 다니는 주인공들 때문에 이야기가 복잡할수 밖에 없다. 전반에 걸친 배경 설명이라던가 인물소개는 기본이다. 시리즈로 연속되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이 주인공이 어떠한 삶을 살아 왔는가에 대한 반복적인 설명도 빼놓을 수 없다.

 

때로는 오래전 역사까지 인용된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페이지수는 많아지고 책은 두꺼워진다. 그러나 그 두꺼움을 사랑한다. 아마도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두꺼울수록 좋다! 를 외칠수도 있겠다. 분권은 사절이다. 두꺼운 책이 팔목이 빠질 정도로 들고 보는 재미란 말로 이루 형언할 수가 없다. 그 팔아픔이 조금씩 줄어들어 마지막 페이지를 향할 때 쯤이면 시속 200을 넘는 속도로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가독성은 필수여야만 하는 것이 이 스릴러 장르이다.

 

그중에서도 요네스뵈라는 작가는 독보적으로 방대한 이야기를 요리조리 잘 엮여서 독자들 앞에 선보이고 있다. 그런 요네스뵈의 새로운 작품이다. 그런데 이 책, 이전의 그의 책과는 다르다. 아주 많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두께부터 기존 책의 삼분의 일 밖에 되지 않는다. 그 모든 원인은 옮긴이의 말을 필수적으로 읽어야만 한다.

 

요네스뵈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납치'라는 제목의 책의 영감을 받는다. 크라임소설 작가, 톰 요한센이 납치된다는 이야기이다. 주이공이 작가이니만큼 당연히 그가 쓴 소설이 존재한다. 소설속의 주이공이 쓴 이야기가 바로 이 책 [블러드 온 스노우]와 [미드나잇 선]이다.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얇은 페이지가 이해된다. 요네스뵈는 한술 더 떠서 그 작가를 실존하는 인물로 만들어서 그의 책 두권과 함께 자신의 책 '납치'를 출판하려고 계획했으나 법에 저촉된다는 소리에 무산되었다. 그러나 그의 책 '블러드온 스노우'는 그대로 우리 손에 들어왔고 '미드나잇선' 궁금해진다.

 

같은 작가가 쓴 작품이긴 하나 이 책은 엄연히 톰 요한센이 쓴 작품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기존 요네스뵈의 작품과는 다르다. 그의 작풍이 아닌 것이다. 약간은 빈 듯한 부분이 보이는 것이 장점이다. 느슨함을 자랑하고 있고 사건도 그렇게 많은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방면의 대가답게 이해하지 못할 장면은 그 하나도 없다. 장면장면이 약간은 허세를 띠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요소오요소에 적당한 인물들과 배경을 배치해 둠으로 인해서 시각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하얀 눈밭, 붉은 피. 확연한 대조를 이루면서 사람들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요네스뵈 만의 장점이다.

 

사람들을 처리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나. 오늘도 역시 보스의 명령에 따라서 한 건을 해치웠다. 그런 나에게 새로운 임무를 준다. 자신의 부인을 없애라는 것. 무조건적으로 돈을 받으면 일을 하는 나이지만 그런 명령에는 순응할 수가 없다. 그의 부인을 죽이고 나면 그 다음 타겟은 자신이 될 것이 눈에 그려지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명령을 따르지 않을수도 없다. 이미 세부적인 사항을 다 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하지 않더라도 보스는 누군가를 시켜서 그 처리를 명령할 것이고 그렇게 되어도 내 목숨은 이미 그의 것이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나 자신의 안녕을 구할 것인가. 오로지 이 한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일이 계획되어진다. 부인을 조사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나. 정확한 시점, 정확한 장소를 정해야 한다. 나는 과연 이 일을 제대로 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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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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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사 엘사에게

주글 수밖에 없어서 미안해. 주거서 미안해. 나이 먹어서 미안해.(540p)

한순간 방심했다가 눈물폭탄을 맞이했다. 이런. 이 작가의 스타일을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책을 강구하지 못한 탓이다. 실컷 웃고 떠들게 만들다가 어느 순간 미친듯이 눈물이 떨어지게 만드는 글을 쓰는 힘이 있는 작가라는 걸 잠시 잊었다. 전작 [오베라는 남자]에서 이미 당한 케이스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에서 같은 패턴으로 당하고 말았다. 어쩔수 없없다.

 

할머니와 손녀가 주인공일 거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이렇게 초반부터 이별로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세대를 초월한 두 여자간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그렸을 줄로만 알았는데 표지에 나와있는 엘사의 독무대였다. 그러나 깜찍하며 당돌한, 그러면서도 학교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해서 매번 달리기를 하는 일곱살 꼬마녀석의 뒤에는 할머니가 계심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불의를 참지못하고 자신이 하고픈 말은 반드시 하셔야 하며 자신의 손녀인 꼬마숙녀 엘사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지, 설사 그 일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일단은 자신의 손녀편을 들어주실거라는 것을 말이다.

 

할머니와 엄마와 아빠의 자리를 대신한 엄마의 파트너와 그외 여러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 사람들이 많은 만큼 각종 에피소드들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리고 할머니가 여기저기 숨겨두신 일종의 보물찾기로 인해서 엘사는 더 많은 세상을 보게 되고 더 많은 할머니의 흔적을 발견한다. 할머니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도록 일부러 그런 일을 만들어 놓으신 걸까.

 

할머니가 살아 생전에 자신이 해야 될 일들을 엘사를 시켜 전하게 하심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할머니가 엘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들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해주고 싶었음이 아니었을까. 자신이 지극히 사랑했던 손녀에 대한 사랑을 그렇게 표현하고 싶으셨던 것이 아니었을까.

 

세상에 완벽한 슈퍼 히어로는 없어요, 엄마.괜찮아요.(509p) 할머니는 엄마에게 완벽한 히어로는 아니셨다. 오히려 빈 공간을 많이 보여준, 아니 엄마의 자리에 있지 못했던 엄마였다. 그것이 불만이었던 엄마는 할머니와의 사이가 좋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엄마 역시 너무 바쁜 생활 때문에 엘사와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때가 더 많다.

 

그렇지만 엄마가 그렇게 바쁠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가 엘사를 완벽히 커버해줄 수 있다는 것을 엄마가 믿고 있었음이 드러내주고 있다. 그 어느 누구도 완벽한 수퍼히어로는 없다. 그러나 수퍼히어로는 아니어도 어떤 순간에도 내 편이 될 수 있다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을때가 있다. 어린아이라도, 어른이라도 그것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미모바스가 무너지면 미레바스가 무너지고, 미레바스가 무너지면 미아마스가 무너지며, 미아마스가 무너지면 미아우다카스가 무너지고, 미아우다카스가 무너지면 미플로리스가 무너지기 때문이다.(383p) 이 암호를 이해하고 싶은가. 직접 알아내시라. 깰락말락나라의 사람들. 할머니가 늘 해주시던 이야기는 실제로 존재하는 나라였다는 것을 할머니가 계시지 않은 지금에야 엘사는 알아버렸다. 그 모든 왕국의 이야기들이 주인공들이 바로 옆에 있었다는 것도 말이다. 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행복했던 엘사는 영리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할머니가 그렇게 살아왔던 것을, 할머니가 그렇게 행동했던 것을, 할머니의 의도를.

 

얼마 되지 않은 시간 사이에 엘사는 이별을 두 번 겪게 되지만 이별이 있으면 만남도 있는 법. 그녀는 새로운 만남들로 인해서 앞으로 또 즐거운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표지속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모습 그대로 똘망똘망한 모습을 잃지 말고 새로운 친구와 가족들과 함께 영원히 잘 살아가고 있기를 바라본다. 요런 조카녀석 하나 있으면 참 심심하지 않고 재미날 것 같은데 말이다. 너무 똘똘해서 고모 취급도 안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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