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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양장) - 개정증보판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자, 일단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위대한 개츠비]라는 작품을 읽었나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분명 미니북으로 가지고 있지만 기억속에 남아 있지 않아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하기 전에 다른 작품보다 유달리 두꺼운 이 책. 번역자가 이정서 작가이다. 카뮈의 [이방인]의 번역을 하나하나 오류를 설명하던 책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작가이다. 그렇다면 이 책 또한 그러하다.
고전이기 때문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번역본들이 존재한다. 그 모든 것 중에서도 가장 많이 팔린다는 번역과 가장 원본에 충실하다는 번역을 자신이 번역한 것과 비교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비난의 여지가 있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니 이제라도 바로 잡아주는 것이 좋다는 생각도 든다.
'책'을 읽을때는 아무래도 작가의 영향을 많이 받게된다. 한국인의 모국어인 한글로 적혀진 글을 읽을때는 상관없지만 자신이 알지 못하는 외국어로 쓰여진 작품을 읽으려면 반드시 번역자의 손을 거쳐야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번역자는 원문을 그대로 번역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의역이 필요한 부분도 있고 여러가지 단어들 중에서 가장 이 이야기에 적합한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책을 볼 때면 번역자가 누구인지 보는 편이다. 내가 이미 읽어왔던 작가거나 인정하는 작가라면 믿고 보는 편이지만 처음 보는 작가인 경우 의심을 가지고 보기 마련이다. 어떻게 이야기를 번역을 했는지 두려움과 기대를 느끼면서 말이다. 원서를 몇권 거지고 있다. 원서로 본 책들도 있다. 해리포터는 전권을 원서로 읽었고 다빈치코드도 원서로 읽었다.
그 중 해리포터 1권과 다빈치코드는 호기심에 번역본과 비교해서 읽어본 적이 있다. 해리포터는 내가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읽은 것이고 다빈치코드는 정말 하나하나 대조해가면서 보았다. 원서에는 분명 존재하는 문장이지만 번역본에는 빠져 있는 문장도 눈에 띄었다. 왜 빠뜨린 것인지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직접적으로 물어볼 생각은 못했다. 만약 내가 번역을 한다면 어떤식으로 번역을 할까 하는 생각은 해본 적 있다. 상당히 어렵고 고된 작업임에는 틀림없다.
67군데의 오역을 지적한 '역자노트'는 다른 책과가 이 책의 차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다. 가령 paralyzed라는 단어는 '마비된'이라는 뜻으로 대부분의 단어책에서 나오고 나 또한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본문에서의 쓰임은 다르다.' 술에 취한 상태'를 뜻하는 용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이 책의 이야기나 흐름을 파악해야지만 알수 있는 장면임에 틀림없다.(305p)
번역에는 크게 '직역'과 '의역'의 두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문장 그대로 쓰여진 그대로를 옮겨놓는 것이 직역이라면 의역은 그 문장을 읽은 번역자의 의도대로 약간은 돌려 말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의역이 되면 그것도 곤란한다. 원작의이 의미를 훼손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미니북의 번역은 어쩌면 조금은 심한 의역이 아닐까 할 정도로 많이 지적당하고 있다. 적어도 이 작가에 의하면 말이다. 그런데 그 증거가 명확하니 반발할 수 없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번역본만 읽는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 원서와 비교했을 때 문제가 되기도 한다. 번역본은 작가가 만들어내는 작품이 아니다. 엄연히 원서가 존재하고 그 원서에 바탕을 둔 채로 옮겨야 하는 것인데 원서에서는 적혀져 있지 도 않은 문장을 쓴다거나 아예 다른 뜻으로 바뀌어 버리면 곤란하다. 읽는 사람들이 모를 것이라고 해서 그런 식으로 번역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그저 잘 읽히는 문장이 아닌 원작가가 의도가 그대로 남아있는 번역서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모든 부분이 작가의 말이 다 맞다는 것은 아니다. Mr. Mumble을 다른 번역자들은 '멈블씨'라는 단어를 쓰고 있으나 작가는 '아무개씨'라고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맞는 지적이다. 그러나 다른 번역들이 '머리를 염색하셨네요.' 라고 쓴 표현을 굳이 '머리를 물들였군요.' 라는 표현으로 바꿀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원서에서는 'dyed your hair'라고 쓰고 있고 우리가 흔히 말할때도 '나 머리 염색했어.'라는 말을 쓰지 '머리 둘들였어.'라는 표현을 잘 쓰지는 않는다. 여러가지 지적들 중에서 유일하게 공감하기 어려웠던 부분이었다.(331p)
번역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주인공들이 말하는 의도나 그들의 관계, 말하는 투, 반말인지 존대말인지 여부, 두가지 이상을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일 경우 의미의 선택, 전체적인 맥락. 아에 새로 쓰는것이 더 나을정도로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푸줏간 소년]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마침표 하나 없이 그저 단어와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던 책. 원서가 어떠했는지 정말 궁금했는데 원서도 그와 똑같이 마침표도 하나 없었다. 원사와 같은 맥락으로 같이 번역되어 온 책. 그 작가님의 책을 믿고 읽게 된다.
독자들은 번역자들은 믿고 책을 읽는다. 그만큼 번역자들의 역할은 막중하다. 한번이라도 더 생각하고 쓰고 있겠지만 더 좋은 작품을 내어주길 바라 마지 않는다. 쓰다보니 역자노트에 치중한 서평이 되고 말았다.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내용은 각자가 이해하는 것으로 하면 되겠다. 주인공 개츠비가 왜 위대한지 궁금하지 않은가. 제대로 된 번역으로 읽어볼 기회다. 원서에 충실한 번역 말이다. '번역이 반역'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