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은 올빼미 농장 (특별판) ㅣ 작가정신 소설향 19
백민석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5월
평점 :
작년말 큰 택배박스 하나를 받았다. 당연히 주소는 동호수가 크게 적혀져 있으니 확인을 했고 당연하다는 듯이 오픈을 했었다. 일단 주문은 한 것이 없었고 년말이니 만큼 한해동안 고마웠던 누군가가 선물을 보낸거라 생각하고 의심도 해보지 않았다.
며칠후 걸려온 인터폰, 그 택배박스를 찾는 거였다. 알고보니 쇼핑몰에서 주소를 잘못 쓴 거였다. 그제서야 이름을 확인해보니 우리 이름이 아니었다. 워낙 택배가 집에 많이 오니 벌어진 일이었다. 이런 식의 일들은 자주 일어나는 법이다.
여기 이와 비슷한 사건이 하나 더 있다. 분명 자신의 집으로 제대로 배달되어온 한통의 편지. 아무 생각없이 읽고 났더니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주소는 맞지만 자신에게 온 편지가 아닌 것. 이럴때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그냥 버리던가 아니면 반송함에 넣을 것이다. 여기 이 편지를 잘못받은 주인공은 반송함에 넣는 대신 자신이 편지를 모아두는 박스에 던져 두었다.
자신의 일을 하며 시간이 흘렀다. 또 한통의 편지가 날아온다. 지난번 편지가 동생이 형에게 쓴 편지라면 이번에는 그 엄마가 쓴 편지였다. 궁금증이 생긴 나는 동생이 보낸 편지속에서 언급된 농장이름을 기억하고 [올빼미 농장]이라는 곳을 찾아가 보기로 결심한다. 가깝지도 않은 강원도 고성. 달랑 편지봉투에 적힌 주소 하나만으로 찾을수 있을까?
그래도 '농장'이라고하니 어느정도 규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주위에 가서 물어보면 다들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대가 의심으로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한순간에 무너져내린 기대감. 생각보다 농장을 찾는 일은 어려웠다. 주위의 사람들이 모를뿐만 아니라 그나마 찾아간 읍사무소에서도 정확하게 모른다는 것이다. 단지 주소를 바탕으로 약도를 그려줬을 뿐. 나는 차를 주차해두고 걸어서 그곳을 찾아가보기로 결심한다. 내가 그곳에서 찾은 것은 기대했던 그 농장이 맞을까.
다른 책에 비해 얇고 작은 책은 가지고 다니기 편하게 효율성을 높였다. 학교 다닐때 들고 다니면서 보던 문고판을 연상시킨다. 가방 어디에 넣어도 거부감없이 들어갈 포켓사이즈이기도 하다. 자극적인 이야기 없이 흘러가지만 충분히 호기심은 발동한다. 제대로 된 소재를 선택해서 읽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시킨 덕분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우리는 작가가 의도한대로 올빼미 농장을 찾아서 전진할 것이며 그곳에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를 찾아보게 될 것이다.
작사를 하는 주인공이 쓴 가사를 읽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를 주는 덤과 같은 존재이다. 끊임없이 기억하려고 노력했던 그 자장가의 가사마저도 그러하다. 실제로 그 자장가가 어떠했는지 그가 가사를 주었던 여고생 신인가수 해아리의 목소리로 듣고 싶어졌다. 가냘픈듯 몇시간을 노래해도 끄덕없다던 그 아이의 목소리로 말이다.
나와 함께 끝없이 동행하던 "인형"의 존재에 대해서는 읽는 사람들마다 더욱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어진다. 이 책을 독서토론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꼭 한번쯤은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존재가 바로 이 '인형'일 것이다. 주인공과 인형, 나와 인형은 어떤 관계였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