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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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는 당연히 남자여야한다. (85P)

[암막의 게르니카].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검은수련].

모두 그림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피카소나 모네의 유명한 그림을 소재로 삼아서 모티브 삼아 만든 이야기도 있고 하나의 그림을 두고 그에 엃힌 이야기를 그린 소설도 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그림을 가지고 다른 시대의 이야기가 얽혀있다. 그 두 시대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60년대와 30년대다. 30년대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60년대에는 나이가 조금 더 들었을 뿐 충분히 생존가능성이 있는 시간이다. 즉 이것은 두 시간대에 모두 존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장르소설 매니아들에게 추리와 유추는 기본이다.

제시버튼의 [미니어처리스트]를 비롯햇어 이번 책까지 그녀의 책은 일반적인 소설이면서도 무언가 장르적인 이미지를 내뿜는다. 그런 존재감이 소설을 질리지 않게 읽히게 만든다. 삶은 달걀에는 언제나 사이다가 짝이었던가 그녀의 책에서는 그러한 숨은 짝이 존재한다.

또한 사회성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전작에서는 나이가 어린 여자를 설정해서 그녀가 집안에서 아무것도 할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이며 결혼선물로 받은 미니어처 집을 꾸미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존재로 설정했다면 이번에는 무려 4명의 여자주인공을 설정해서 다양한 그녀들의 존재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여성적인 차별 뿐 아니라 그중 한명을 흑인으로 설정해놓아 사회적 인종적 차별까지도 은근슬쩍 다루고 있는 점이 상당히 기교적이다.

1967년 런던. 이제 막 영국에서 독립한 트리니나드 토바고 출신의 흑인여자 오델. 그녀는 충분히 공부를 한 학위가 있는 여자이지만 직업을 찾지 못해 오늘도 손님들에게 신발을 판다. 그런 그녀가 미술관에서 일을 할수 있게 된 것은 신의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그녀가 출근하게 되는 미술관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그녀를 그곳에 불러 준 것은 '퀵'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였다. 그녀는 처음부터 오델을 인격체로 동등하게 대해주었다. 그들간에는 어떠한 유대관계가 생기게 될까.

1936년 에스파냐 말라가. 부유한 미술품 거래상인 아버지를 따라서 에스파냐로 이사를 가게 된 올리브. 그녀와 엄마 세라는 처음에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이내 그곳에 적응하며 살게 된다. 그녀들을 도와줄 테레사라는 소녀. 그녀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고용인이지만 올리브만의 비밀을 지켜준다. 이야기속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그녀다.

약 30여년의 간격을 띄고 연결되는 이야기는 내내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내게 뒤통수를 세게 쳐주었다. 장르소설에서 분명 이 사람이 범인이라고 강하게 확신했던 독자들에게 반전을 꾀하는 작가임에 분명한 제시 버튼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까 했더니 심하게 찍혔다. 아주 깊게.

'뮤즈'란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주는 존재를 일컫는 말이다. 보통 우리는 작가를 '남자'로 규정하고 뮤즈를 '여자'로 인정해버리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로댕과 까미유 끌로델처럼 말이다. 미술작품을 거래하는 사람이면서도 자신의 딸의 작품은 인정하지 않았던 아버지. 그 시기를 벗어난 이 현재의 시대에 우리는 더이상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아니면 아직도 그런 편견을 존재하고 있는가.

나는 너무나 오랫동안 남의 인정을 받기 위한 글을 썼다. 스스로 글을 쓰고싶은 충동이 어디서 기원하는지조차 잊고 있었다. 성공과 실패의 기준밖에 존재하는 고요하고 순수한 창작의 동기를 잃어버렸다.(185P)

오델은 비록 미술관에서 일을 하고 있을지언정 자신만의 작품을 쓰기를 원했다. 그런 열정을 잃어버리게 된 것은 남에게 주목받고 싶다는 생각이었을까. 그런 것들이 부담이 되어서였을까. 힘을 빼고 있는 그대로를 서술하는 글이 오히려 그녀에게 더 뛰어난 작품을 남긴 것을 보면 말이다. 뛰어난 걸작은 의도하지 않았을 때 나오는 법이다. 바로 지금, 그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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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라지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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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 서스펜스 + 스릴 + 사랑 + 거짓말 + 복수 = 할런코벤

 

기본적으로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 이름만으로 믿고 보는 작가이다. 이번에 새로나온 [스트레인저]도 이미 리스트에 넣어두었다. 조만간 구입예정이다. 그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얼까. 기본적으로 몇백페이지의 두께를 자랑하는 그의 책은 처음에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손에 잡은 독자들이라면 절대 그 재미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할 것이다.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할 것이다. 절대 일요일 밤에 읽으면 안 될 작품인 것이 당연하다.

스릴러에는 보통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로 경찰이나 형사들이 많이 나오는 편이지만 할런 코벤의 소설은 그렇게 특정 직업군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반적인 평범한 사람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경찰에게 맡겨두도 충분한 일을 직접 자신이 해결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경찰의 오해를 받아서이기도 하고 경찰과 다른 노선을 추구할 때도 있다. 그들은 독자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예외없이 그 모든 노선들은 결말이라는 피날레로 이끌어진다. 그 끝을 보는 재미란 이루 형언하기 힘들다.

여기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고향집에 돌아온 젊은이가 있다. 윌. 그는 여자친구 실러와 함께 왔다. 이곳에 오니 그때 사건이 생각난다. 자신의 전 여자친구를 죽이고 도망친 형. 가족들과 사람들은 모두 형이 죽었다고 했지만 엄마는 죽어가면서 한마디를 남겼다. 너희형은 살아있단다.

아버지는 엄마가 정신이 없어서 그런말을 한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기어코 증거를 찾아낸다. 형의 사진. 그것도 얼마전에 찍은 사진이다. 엄마 말대로 형은 살아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형은 왜 무슨 이유로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있는 것일까. 형이 정말 그 여자친구를 죽인 것일가. 형이 진범이라서 그 이유로 경찰들을 피해 숨어다니고 있는 것일까.

사건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엄마의 죽음으로 집에 다녀온 그 날 그녀가 사라졌다. 실러. 지금의 여자친구. 그녀는 왠지 잠을 못 이루는 듯 보였다. 금방 돌아온다던 그녀는 새벽까지 돌아오지 않고 바깥을 보며 생각을 하는 듯 했고 그 이후로 없어졌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사서함으로 넘어가버리고 우리가 같이 살았던 그 집에는 그녀의 흔적이 사라졌다. 그녀의 행적을 좇아 조사를 하면 할수록 더욱 의문점만 늘어간다. 그녀는 대체 누구였을까.

윌의 형 켄과 윌의 여자친구 실러. 사라져 버린 그들. 그들은 제목 그대로 영원히 사라질 수 있을까. 그들이 사라지고 싶어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사라짐으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것은 또는 이익을 얻는 것은 누구일까.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일일까.

스릴러 영화나 소설에서 가끔 등장하는 증인 보호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있다. 강력한 사건인 경우 반드시 필요한 증인. 하지만 그들이 복수를 당할까 두려워 증언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서 그들의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 주는 시스템이다. 이름이나 직업은 말할 필요도 없고 사는 곳과 사회보장번호까지 모든것을 새롭게 바꿔서 새로운 한 사람이 태어나게 만들어준다. 악인들이 선한 사람들을 찾아내서 복수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소설에서는 번번히 그 시스템이 구멍이 난다. 분명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노출이 되어 버린다. 실제로는 어더할까. 아무리 자신의 모습이 사라진다고 해도 그들은 감시 아닌 감시를 받게 될 것이다. 자신들을 보호해준다는 이유로 말이다. 평생 감시를 받고 살아야한다면 자신이 보호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나 할까. 가장 좋은 것은 어떠한 일에도 연유되는 것을 막아야하겠지만 평범한 삶을 산다는 것 조차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영원히 사라지다. 가끔씩은 영원히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 내 모습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면 나는 지금의 삶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스릴러 소설 한 편이 주는 생각의 힘,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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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미래 - 편견과 한계가 사라지는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라
신미남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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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커리어 체인지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역량과 력이 탄탄하게 준비된 사람에게는 오히려 자신을 성장시키고 더 큰 전으로 이끌 반가운 기회가 될 것이다.  

미래는 분명 지금껏 우리가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무기는 국가도, 사회도, 부모도,직장도 아닌 오직 나 자신임을 억하길 바란다. (135 P)

- 성공한 여자가 독한 것일까 독해져야만 성공하는 것일까.

 

[여자의 독서]에 이어서 [여자의 미래]까지. 다산북스에서는 여자 시리즈를 기획한 듯 하다. 그만큼 여자라는 존재가 세상에서 중요하게 생각되어지고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여자의~' 를 붙여야할만큼 아직까지도 여자라는 존재가 비교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뜻일게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볼수 있는 그런 스타일의 여자가 아니다. 그저 평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여자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공과대학생이었고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했으나 미국에 가서 공부를 했다. 그것뿐이면 그녀의 능력이 대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녀는 박사과정을 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웠다. 미국의 회사에서 일을 하며 편안하게 보낼수도 있었겠지만 창업을 하며 스스로 개발에 도전했고 이제는 합병을 거쳐서 사장 자리에 있다.

여자라는 존재는 어렸을때는 그저 남학생, 여학생으로만 나뉘겠지만 자라면서부터는 확실하게 입지가 바뀐다. 결혼을 하면 더욱 그러하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이며 며느리인 것이다. 남자 또한 누군가의 남편이며 아빠이며 사위이겠지만 그 위치는 또한 극렬하게 차이가 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엄마의 존재를 생각해보면 더욱 잘 알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그녀는 자손이 많은 집에 맏며느리였다. 당연히 제사가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스스로 해냈다. 일에서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완벽할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하는 그런 여자이고 싶었던 것이겠다. 자신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저 평탄하게만 살아왔다고 할수 있을지 몰라도 그녀가 해온 발자취를 뒤돌아보면 누구나 할수있는 그런 일은 아니다.

그만큼 그녀는 '독한 여자'라고도 할수 있다. 여자가 일에서 성공을 하려면 독해져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비단 여자뿐 아니라 남자 또한 성공을 하려면 한번쯤은 독해지지 않고서는 절대 이루지 못할 것이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 또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누구나 한번쯤은 독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 또한 설명하고 있다.(168P)

그러나 원형탈모까지 일어날 정도로 힘들었다는 그녀의 글을 보면서, 울면서 그녀를 잡는 아이들 떠어놓는 독한 엄마가 되어야했다는 것을 보면서 다른 여자들은 다른 엄마들은 약간의 자괴감을 가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일하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는 그녀. 

모든 엄마들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엄마들 또한 일을 하고 싶을 것이다. '경력단절녀'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런 환경에서 단절을 선택할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일하는 엄마가 무조건 최고인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가 아이들을 키울수 없을 때 엄달들은 대안책을 생각해닌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이모님'이다. 저자 또한 이 선택밖에 없었다. 아이들을 잘 돌봐줄수 있고 아이들과 잘 맞으면서도 자신들의 가정에 잘 지낼수 있는 이모님을 만났고 아이들이 '큰이모'라고 부르는 존재가 있었기에 그녀 는 이 모든 일을 해낼수 가 있었을 것이다. 조부모와 부모 다음으로 아이들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큰 이모님의 존재. 

누군가는 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하지만 그녀의 결론은 하나였다. 아이들이 크기까지 약 10년, 자신이 일을 계속했을때는 40년. 그 비교를 했을때 지금의 비용은 충분히 감당해낼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선택은 지금으로 본다면 성공으로 보이지만 누군가의 가치기준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서 저마다의 성공의 느낌은 다르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적절히 섞으면서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저자의 글은 잘 읽힌다. 그러면서 현재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앞으로의 미래는 누구에에게나 똑같이 다가온다.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똑같이 다가올 미래지만 그 둘의 차이만큼이나 미래를 준비하는 내용도 달라야 할 것이다. 여자라면, 엄마라면 한번쯤은 읽어보고 자신의 과거를, 자신의 미래를 살펴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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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잠 재의 꿈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0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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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경쟁지를 제칠 수 있다면 뭐든 할거야.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좋아.(317P)

주는대로 받아쓴다면 기자라 자칭할 자격은 없다.(176 ​P)

제목이 주는 의미가 애매해서 지금까지 미뤄왔던 책이었다. 작가의 [아임소리마마]를 읽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 또 미뤄오기도 했었다. 한 작품만으로 작가를 다 평가하기란 무리라는 것을 [잘린머리에게 물어봐]에 이어 이번 책까지 두번째 느끼고 있다. 이제까지 미뤄둔 내 자신에게 괘씸함을 느꼈다. 그만큼 재미나게 읽히는 책이다.

[미드나잇저널]과 마찬가지로 사건은 일어나지만 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형사나 경찰이 주인공이 아니라 이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가 주인공이다. 기자가 프로파일러의 역할을 하며 범죄자 추정이며 용의자까지 다 밝혀내고 있다. 매일 사건을 대하는 일간지 기자와는 다르게 주간지 기자인데 그래서 조금은 더 느긋하게 사건을 바라보는 것도 있겠다.

무라노젠조, 무라젠이라 불리는 주간지 기자. 그는 지하철을 타고가다 폭탄사고를 당한다. 그야말로 특종거리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계속적으로 언급이 되는 폭탄협박범의 소행이라 생각하고 이번에야말로 그의 흔적을 제대로 잡았다고 생각하며 사건 취재를 맡게 된다.

경찰과 일간지 기자와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정보를 캐가며 사건에 접근하는 무라젠. 일간지 기자들은 아무래도 주간지 기자들을 기자로 생각지 않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 일단 무시하는 것이다. 또한 경찰도 마찬가지다. 자극적인 소재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것이면 무엇이든 파고드는 주간지의 특성상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일리는 있다 싶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의 일이니 최선을 다할수밖에.

온갖 루트를 통해 사건을 조사하던 그에게 또다른 임무가 떨어진다. 자신의 조카 찾기.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형의 전화를 받고 자신이 동생처럼 키운 조카를 찾으러 나선다. 돌아오는 길에 그는 조카와 또 한명의 여고생까지 구출 아닌 구출을 해서 나오게 되는데 이 또한 사건이 되어 버린다. 용의자로 몰려버린 그는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1.폭탄협박범을 찾아야 한다. 그는 계속 협박을 해오고 있으며 알려진 연예인에게 협박장을 보냈다. 기차를 타고가다 시간이 되면 바깥으로 돈을 던지라는 그 협박이 실제로 가능한 것인가. 그 시점에 그 부근에 경찰들을 깔아놓고 돈다발을 가지러 가는 사람을 체포하면 끝일텐데 이런 불가능한 일을 믿고 또 진을 펼치는 경찰들은 바보인가.

2.자신의 집에서 하루 재워준 여고생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의 집에서 마지막으로 있었으니 그가 용의자로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그는 결코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 모든 알리바이를 총동원해서 그녀의 행방을 찾아야한다. 불행한 가정에서 살아온 그녀, 그녀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녀를 죽인 사람은 누굴까.

3.그의 집에서 죽은 여고생과 같은 모델회사에 있었던 다른 여고생의 죽음. 그저 자살로 무마되고 넘어갔지만 같은 회사 같은 모델 번호만 다른 약통. 무언가 연결된 냄새가 난다. 무라젠은 이 사건까지도 파헤치게 된다. 과연 그녀의 죽음속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1963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는 도어버튼만 누르고 문을 닫으면 잠긴다는 것이 최신식이라고 하는 등 지금과는 너무나도 많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수사방식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자들이 접근할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니 지금과 비슷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이 사건현장에 가도 어느정도까지만 알수 있고 경찰이 공표하는 것 외에는 알아낼수 있는 방법이 잘 없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그 주인공들도 나와 같은 입장이라는데 동조를 하며 공감을 하고 같은 입장에서 더욱 빠져들어 읽게 된다. 지극히 읽는 재미를 몽창 안겨다 주는 이야기. 그때나 지금이나 사건유형이 비슷한 것에는 참담함을 금할수 없지만 말이다. 왜 사람은, 악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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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The Gorgon's Look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0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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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라도 작가의 작품을 읽어서 다행.

 

미안합니다, 작가님. 그동안 외면했어요. 단지 [녹스머신]  딱 한권의 책으로 당신을 판단했어요. 어려울 줄 알았죠. 재미없을 줄 알았죠. 이때까지 그래서 작가이름만으로 외면한 작품들도 좀 있어요. 이 책 한권으로 그동안의 모든 오해가 다 풀려서 다행이에요. 정통추리는 이렇게도 재미난 것을 모르고 살았었네요.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

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주인공의 이름과 동일시 한다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일단은 동일시 함으로 이해서 독자들이 좀더 몰입해서 읽을수가 있게 된다. 자신이 주인공인냥 직접 현장에 뛰어 들어서 직접 체험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 너무 주관적인 입장이다보니 객관적인 면이 도외시 되는 경향 또한 있다. 

제3자의 입장이 아니라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좀 더 넓은 의미의 전능한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없어서 보이는 단면이 좁아진다는 것이다. 꼭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고깔대작전'과 같다. 실제로는 넓은 세상이 있지만 그것을 보지 못하고 고깔속의 작은 동그라미로만 보는 것이다. 당연히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미쓰다신조의 작가시리즈는 '나'라는 일인칭시점을 사용하고 있다. 작가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으며 직업 또한 작가로 등장을 한다.

이 책에서는 그것과 약간 다르다. 작가가 좋아하는 엘러리퀸의 이미지를 그대로 땄다. 엘러리퀸 또한 작가 이름과 등장인물이 같고 이 책 또한 그러하지만 미쓰다신조의 시리즈와는 다르게 '나'라는 대명사를 사용하기보다는 린타로라는 이름을 사용해서 약간은 객관성를 띄는 것처럼 보인다. 노리즈키 린타로의 직업 역시 작가이다. 그러면서 아버지인 경찰의 임무를 도와주는 탐정이기도 하다.

탐정이기는 해도 일단 전문가가 아니므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점들이 속속 보인다. 무언가 허술하고 빠뜨리는 부분이 자꾸 생기며 그로 인해 피해가 발생을 한다. 단순하게 그저 실수로 넘기기에는 조금 큰 피해이다. 물론 작가는 그것을 노리고 주인공을 배치한 것도 있을것이다. 뒤편에 실어 놓은 작가 인터뷰를 보면 더욱 잘 알수 있다.

홈즈같은 천제 탐정이 아니어서 생길수 있는 문제들은 일반독자들이 읽으면서 자신 또한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음을 느끼며 동감하게 된다. 앞서 말한 작가와 주인공이 동일시 되었을때의 장점에 속한다. 그러나 답답한 면이 없잖아 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 분명 보고 지나가야 할 것도 빠뜨리고 오히려 독자들이 챙겨서 '너, 이런거 잊어버렸어.' 하고 챙겨줄 정도면 조금 심각하긴 하다. 그런 약한 부분이 있는 것이 작가가 노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유명조각가가 병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다. 그 조각가의 동생은 알려진 번역가다. 장례식이 끝난후 그는 개인적으로 추리소설 작가인 노리즈키 린타로를 만나기를청한다. 경찰에도 알릴수 없는 그 집안의 문제는 무엇일까. 오래전 자신의 아내를 대상으로 '모녀상'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던 그가 자신의 딸을 모델로 삼아서 그와 똑같이, 자세만 조금 다른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남겼다는 조각을 보니 머리부분만 잘렸다. 처음부터 만들지 않은 것이 아니다. 완전히 만들어진 조각상에서 누군가가 목을 베어 간 것이다. 생각할수록 기이하다. 누군가 앞으로 이러한 일이 생길 것을 예언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작품의 주인공인 딸의 목숨 또한 위험한 것이 아닐까. 그들은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린타로를 이용해서 누가 이 작품의 머리를 가져갔을지 알아내기를 원한다.

그는 경찰의 도움을 받지 않고, 즉 아버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이 사건을 풀어낼 수 있을까. 이 조각상의 모델인 딸은 무사할까. 정통 추리소설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가기에 무리없이 읽으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고 순수하게 주인공을 따라서 사건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이 놀랍다. 쉽게 풀어나가면서도 부분적인 면면을 놓치지 않는다. 단 하나의 사건이지만 잘 연결해서 지루하지 않게 구성해두었고 마지막에 나타나는 사건의 결과 또한 생각지 못했기에 더욱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다리는 약간의 틈만 남긴 채 모으고 있었다. 양 무릎은 각도를 달리 해서, 왼쪽 다리는 앞 쪽 바닥을 딛고 있고, 오른쪽 다리는 반쯤 뒤로 빼서 발끝을 세우고 있었다. 오른쪽 허벅지와 장딴지의 라인은 예각을 이루고 있었고, 화살촉처럼  꽉 죈 발끝 라인은 움직임이 없는 포즈에 악센트를 주고 있었다. (123p)

장마다 이어지는 루돌프 비트코어의 [조각의 제작과정과 원리]를 읽는 것은 또 하나의 색다른 즐거움이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조각을 어떻게 만드는지 전혀 모르고 지나갔을테니 말이다. 루브르에서 많은 조각상들을 본 것이 기억난다. 그들은 눈을 감고 있었던가 뜨고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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