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잠 재의 꿈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0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난 경쟁지를 제칠 수 있다면 뭐든 할거야.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좋아.(317P)

주는대로 받아쓴다면 기자라 자칭할 자격은 없다.(176 ​P)

제목이 주는 의미가 애매해서 지금까지 미뤄왔던 책이었다. 작가의 [아임소리마마]를 읽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 또 미뤄오기도 했었다. 한 작품만으로 작가를 다 평가하기란 무리라는 것을 [잘린머리에게 물어봐]에 이어 이번 책까지 두번째 느끼고 있다. 이제까지 미뤄둔 내 자신에게 괘씸함을 느꼈다. 그만큼 재미나게 읽히는 책이다.

[미드나잇저널]과 마찬가지로 사건은 일어나지만 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형사나 경찰이 주인공이 아니라 이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가 주인공이다. 기자가 프로파일러의 역할을 하며 범죄자 추정이며 용의자까지 다 밝혀내고 있다. 매일 사건을 대하는 일간지 기자와는 다르게 주간지 기자인데 그래서 조금은 더 느긋하게 사건을 바라보는 것도 있겠다.

무라노젠조, 무라젠이라 불리는 주간지 기자. 그는 지하철을 타고가다 폭탄사고를 당한다. 그야말로 특종거리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계속적으로 언급이 되는 폭탄협박범의 소행이라 생각하고 이번에야말로 그의 흔적을 제대로 잡았다고 생각하며 사건 취재를 맡게 된다.

경찰과 일간지 기자와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정보를 캐가며 사건에 접근하는 무라젠. 일간지 기자들은 아무래도 주간지 기자들을 기자로 생각지 않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 일단 무시하는 것이다. 또한 경찰도 마찬가지다. 자극적인 소재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것이면 무엇이든 파고드는 주간지의 특성상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일리는 있다 싶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의 일이니 최선을 다할수밖에.

온갖 루트를 통해 사건을 조사하던 그에게 또다른 임무가 떨어진다. 자신의 조카 찾기.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형의 전화를 받고 자신이 동생처럼 키운 조카를 찾으러 나선다. 돌아오는 길에 그는 조카와 또 한명의 여고생까지 구출 아닌 구출을 해서 나오게 되는데 이 또한 사건이 되어 버린다. 용의자로 몰려버린 그는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1.폭탄협박범을 찾아야 한다. 그는 계속 협박을 해오고 있으며 알려진 연예인에게 협박장을 보냈다. 기차를 타고가다 시간이 되면 바깥으로 돈을 던지라는 그 협박이 실제로 가능한 것인가. 그 시점에 그 부근에 경찰들을 깔아놓고 돈다발을 가지러 가는 사람을 체포하면 끝일텐데 이런 불가능한 일을 믿고 또 진을 펼치는 경찰들은 바보인가.

2.자신의 집에서 하루 재워준 여고생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의 집에서 마지막으로 있었으니 그가 용의자로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그는 결코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 모든 알리바이를 총동원해서 그녀의 행방을 찾아야한다. 불행한 가정에서 살아온 그녀, 그녀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녀를 죽인 사람은 누굴까.

3.그의 집에서 죽은 여고생과 같은 모델회사에 있었던 다른 여고생의 죽음. 그저 자살로 무마되고 넘어갔지만 같은 회사 같은 모델 번호만 다른 약통. 무언가 연결된 냄새가 난다. 무라젠은 이 사건까지도 파헤치게 된다. 과연 그녀의 죽음속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1963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는 도어버튼만 누르고 문을 닫으면 잠긴다는 것이 최신식이라고 하는 등 지금과는 너무나도 많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수사방식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자들이 접근할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니 지금과 비슷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이 사건현장에 가도 어느정도까지만 알수 있고 경찰이 공표하는 것 외에는 알아낼수 있는 방법이 잘 없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그 주인공들도 나와 같은 입장이라는데 동조를 하며 공감을 하고 같은 입장에서 더욱 빠져들어 읽게 된다. 지극히 읽는 재미를 몽창 안겨다 주는 이야기. 그때나 지금이나 사건유형이 비슷한 것에는 참담함을 금할수 없지만 말이다. 왜 사람은, 악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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