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줄로 사로잡는 전달의 법칙
모토하시 아도 지음, 김정환 옮김 / 밀리언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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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반드시 옆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서 보아야 하는 필독서다. 그만큼 일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책이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를 하더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어떻게 해야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지를 아주 잘 알려준다. 그게 어디 말에서만 통용이 될까.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일본의 연출가다. 그래서인지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 그것이 아주 논리정연해서 뇌리에 쏙쏙 들어와 박힌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에 덕지덕지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다. 


같은 물건을 보더라도 보는 눈에 따라서 다르게 보인다. 그것을 광고하는 입장에서는 어떨까. 가급적 좋게 보이되 거짓은 말하지 말아야 한다.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은 덮는다. 훌륭한 전략이다. 어떤 단어를 선택해서 사용하는가, 그것이 바로 포인트다. 저자는 '흔들기'와 '받기'라는 기법으로 사람의 주의를 끄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흔들기에서 설명을 했다면 받기에서는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것을 배치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반복 배치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똑똑한 방법이다. 이런 모든 방법은 일을 할 때도 유용하지만 일상생활에서도 물론 활용 가능하다. 


또한 글에서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 지금 대개의 방송들은 모두 자막 처리를 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그런 자막을 쓰는데서도 사람들 눈에 잘 들어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문에서는 느낌표나 밑줄 또는 띄어쓰기 등을 적절하게 활용하라고 알려주고 있는데 이런 기법들은 책을 광고하는 카피를 쓰거나 띠지에 들어가는 문구를 쓸 때도 사용할 수 있는 쓸모가 여러가지로 많은 그런 팁이다. 물론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아주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사람들 눈에 확 띄면 주목을 받기 마련이고 집중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말을 할 때 어떤 느낌으로 끝내는가도 중요하다는 것을 영어 교재 독해에서 본 적이 있다. 그냥 지나가는 표현으로 읽고 말았는데 본문에서도 같은 표현이 나온다. 타인이나 자신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지 않는 것 그것은 곧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 그것은 곧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잘 이해시킬 수 있고 나아가서는 내가 하는 일의 실적과도 연결될 것이다. 함께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던가.


언제부터인가 '~인 것 같다'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냥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면 '~이다'라고 하면 되는데 굳이 거기에 말을 붙여서 ~인 것 같다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책의 법칙에서는 필요 없는 말을 배제하라고 알려주고 있다. 최대한 간략하면서도 적확한 표현으로 다른 생각을 할 여지를 없애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에서 알려주는 마지막 법칙이다. 


총 27개의 법칙을 통해서 알려주는 이 표현들은 모두가 다 하나도 빠짐없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일을 하는 저자의 능력은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런 종류의 실용서를 읽으면서 이렇게 많이 공감해 본 적도 처음이지만 이게 만약 강연이었다면 필기도구를 지참해서 하나하나 다 적어야 할 정도로 중요한 법칙들이었다. 이 책이 내 손에 있는 이상 나는 이제 누구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필독을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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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피리 - 동화 속 범죄사건 추리 파일
찬호께이 지음, 문현선 옮김 / 검은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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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께이의 소설들을 좋아한다. [망내인]이나 [13.67]같은 정통 사회파적인 작품들이었다. 묵직하고 무겁고 두껍고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들이었다.그런 느낌을 좋아해서 이번에도 역시나 작가의 이름만으로 선택한 작품이었다. 표지가 색다르다. 기존의 찬호께이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동화적인 캐릭터가 묘사되어 있어서 왠지 모르게 우스꽝스러운 느낌도 든다. 


꽤 긴 작가의 후기가 편집되어 있다. 이렇게 긴 후기는 낯설다. 작가는 자신이 작품 속에서 어떤 동화를 차용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원작이 어떤 동화였는지도 밝혀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마지막 이야기는 직접 그 장소를 자신이 가보고서야 작품을 완성했다니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관심 정도를 파악할 수가 있겠다. 작품에 대한 정보를 미리 보고 싶지 않다면 나중에 읽어도 좋겠지만 나는 이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읽었기에 오히려 작가가 언급한 부분이 어디였나를 찾아보면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민중의 마음. 특히 교육받지 못한 백성들의 마음은 한두 마디 말에 흔들리기 쉽네. 그들은 어떤 관념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인 뒤에는 철썩같이 믿어. 이건 양날의 검과 같거든. 잘 사용하면 자네 의견에 쉽게 동의하도록 만들 수 있지. (293p)


총 세 개의 이야기다. 작가인 호프만 선생과 그의 하인인 한스가 주인공이다. 호프만 선생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작품의 소재를 얻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워낙 기이한 일들을 경험해 왔기에 한스도 그러려니 하는 편이다.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콩나무 맞다. 그 이야기가 그대로 현실에서 재현된다. 그리고 그렇게 나무를 찍어서 거인을 죽인 아이는 이제 체포되어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살인죄로 말이다. 아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호프만 박사다. 


첫번째 이야기를 읽다보면 마지막 하멜른의 이야기가 언급된다. 시간 상으로 역순인 것이다. 마술 피리 사건을 해결한 박사라는 언급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분명하다. 그렇다면 마술 피리 사건을 제일 앞에 편집하는 것이 시간 순대로 읽기에 더 낫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의문은 마지막 이야기를 읽으면서 해결되어서 상당히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숨가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처음 시작 부분이 아니라 이렇게 마지막에 놓여야 맞는 것이었다 하는 생각을 한다. 작가나 편집자의 편집센스가 돋보이는 배치였다. 다 계획이 있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잭과 콩나무 사건을 해결한 호프만 박사는 <푸른 수염의 밀실>이라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갑작스럽게 그들 앞에 나타난 한 여자로 인해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 책 속에 나오는 세 개의 동화는 이미 잘 알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어떻게 그 동화들을 미스터리한 사건에 녹여 내는가가 궁금했다. 작가도 이미 언급했듯이 푸른수염이야기에서는 이미 살인사건이 전제되어 있어서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지막 마술 피리까지 각 이야기 속에서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동화들을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 속에 숨겨져 있는 다른 동화들을 생각해 보는 것도 이 이야기를 읽는 다른 재미다.



바그너 씨는 고집이 대단해서 베저강이 피로 변하고 우박이 쏟아지며 메뚜기가 덮치거나. 마을 모든 집의 장자가 해를 입지 않는 한 타협하지 않을 겁니다. (394p)


모든 것이 동화만 들어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마지막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성경구절까지 인용하고 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서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는 애굽에 열 가지의 재앙을 내렸다. 그런 출애굽기의 내용을 인용해서 성경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상황이 어떠한지 그 잘 느낄 수 있도록 해두었다. 천재적인 표현방법이다. 역시 작가들의 능력은 놀랍다. 책은 읽을수록 일고 싶은 책이 늘어난다고 말들 한다. 그것은 이 책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나온 모든 동화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내가 어린 시절에 단지 이야기만 이해하고 넘어갔던 그 내용들을 지금 다시 읽는다면 어떤 느낌으로 읽힐지가 궁금해진 것이다. 찬호께이는 또 다른 동화 속의 범죄사건 추리파일을 기획하고 있을까? 아직 아니라면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부탁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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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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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이라고는 아무런 관심도 없던 나에게 경성이 이런 곳이다 하고 활짝 열어 보여준 것은 바로 김재희 작가다. [경성 탐정 이상]을 통해서 나는 그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흡수되어 버리는 마법을 경험했다. 픽션 속에서 시공간을 이동하는 타임슬립을 직접 겪어 보는 느낌이었달까. 그렇게 나는 경성을 배회했고 이상과 구보의 뒤를 쫓아서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을 경험했다. 작가의 경성은 이상을 통한 시리즈가 전부가 아니었다. [경성 여성 구락부]를 통해서 남자들이 모르는 여자들만의 세계를 안내해주었다. 


이 책에서는 조금은 더 독특해진 느낌을 받을 수가 있다. 그것은 장르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경성을 배경으로 한 색다른 이야기를 펴냈다면 이번에는 같은 경성을 배경으로 해서 여자들을 중심으로 한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것은 같지만 조금은 더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그것은 바로 '성'이라는 것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을 모아두었다는 것이다. 본문에서도 설명하고 있듯이 여기는 경성 부녀자 성고민상담소였던 것이다. 그런 만큼 남에게 잘 드러내지 못하는 성고민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찬 희탐정, 라라 박사 그리고 선영 총무까지 스물 두살의 패기 넘치는 이 동갑내기들은 공유주택에서 만나서 의기투합을 하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그들의 첫인상이 마구 좋았던 것은 아니다. 찬희와 선영은 일자리를 구하고 있던 입장이었고 라라는 자신이 상담소를 운영하게 되면서 필요한 사람들을 구하고 있던 입장이라 그 합이 딱 맞았던 것이다. 남장을 하면서 힘을 쓰는 일을 하는 찬희는 원래도 탐정 사무소에서 일을 했던 경험이 있었고 그래서 이들 중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에서 잘 대처할 수 있는 인물이어서 어찌 보면 전형적인 탐정 캐릭터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박사라는 호칭답게 모든 사건을 주로 이끌어가는 것은 라라다. 경성이라는 분위기에 들어맞지 않는 그녀의 캐릭터는 성이라는 문제를 가장 잘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새벽만 되는 사라지는 버선. 대체 그 버선은 누가 무슨 이유로 가져가는 것일까. 단지 잠복만으로 범인을 잡아낸 라라와 찬희. 이렇게 간단한 사건부터 심오하고 때로는 많은 생각을 요하는 문제까지 그들 삼총사가 함께 할 때 모든 것은 시원하게 해결 될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 아니길. 다음에는 조금은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여줄 수 있기를 그렇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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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 (벚꽃에디션)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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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비밀 정원, 나라 없는 날, 고요한 밤의 눈, 칼과 혀,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까지 꽤 많이 읽어왔다. 1회 수상작인 난설헌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리뷰들을 읽어보면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내가 읽었던 작품들 중에는 살짝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있었고 약간은 상업적인 주류에서 한발 뒤로 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도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작품들에 비해서 이 플라멩코 추는 남자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에 조금도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그만큼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작품이라는 소리다. 


심사평에 보면 처음에는 수상작을 고르지 못했다고 했다. 그들이 보기에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들이었다는 소리다. 마지막 세 작품 중에서 이 작품을 선택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선택에 만족한다. 그들이 선택하지 않았다면 이 책은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리라. 혼불수상작 치고는 그렇게 두껍지 않다. 3백 페이지가 되지 않는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더 빨리 읽힌다는 느낌이 든다. 


이 가독성에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첫째로 이야기 자체가 어렵지 않다. 꼬아 놓거나 하는 부분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또 밋밋하지마는 않다.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서 어찌 굴곡이 없을텐가. 중간 중간 극적인 요소를 만들어 주어서 들쭉 날쭉 파도를 타는 듯한 느낌으로 읽힌다. 둘째로 현실성이다. 어디선가 이런 남훈 씨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분명 드는 것이다. 그만큼 이 주인공은 실존 인물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작가는 십 대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살아계셨다면 어땠을까 하는 느낌으로 이 이야기를 썼다고 했다. 실제로 아버지는 계시지 않지만 이 남훈 씨라는 존재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보통은 이렇지 않을까 싶을만큼 보편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더 몰입해서 읽는 재미를 가져다 준다. 


세번째로는 독특한 소재다. 이 남훈 씨라는 주인공은 굴착기 기사다. 보통의 소설에서 흔하게 보이는 주인공의 직업은 아니어서 그 점이 매력적이다. 그는 굴착기를 팔려고 한다. 한마디로 자신의 일에서 은퇴를 하겠다는 소리다. 그러면서 살 사람을 요리조리 따져본다. 자신의 신체의 일부를 내어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 후에 그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종의 버킷리스트를 이루기에 돌입한다. 처음에는 언어 배우기다. 그가 선택한 것은 스페인어다. 그렇게 스페인과 그와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스페인의 고유명사라 불리는 플라멩코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와 체를 겸비한 그런 남자가 된다. 스페인화 되는 것이다. 요리도 못하던 그가 스페인 요리를 만들어 대접을 한다. 그렇게 전반적으로 스페인에 관한 소재를 잡아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면서 독특함을 유지한다. 


마지막으로는 현실성이다. 이 글에는 코로나로 인한 상황이 어떻게 변했다는 것이 나온다.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이다. 물론 그런 배경에는 코로나 종식도 포함되어 있어서 지금의 상황과는 다르지만 그 또한 언젠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거워진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남훈 씨처럼 스페인에 가보고 싶어진다. 비록 그처럼 플라멩코를 추지 않고 보기만 하겠지만 뭐 어떠랴. 그것 또한 나의 재미인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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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의 덫
김명조 지음 / 문이당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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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당의 책을 정말 오랜만에 본다.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는 작가에 비해서 오히려 출판사의 명성을 보고 선택을 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띠지에는 엄청난 글귀가 적혀져 있다. 미국은 존 그리샴, 한국에는 김명조가 있다. 존 그리샴이 누구이던가.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법정 소설의 대가가 아니던가. 나는 아직까지도 많은 책을 읽어오고 있지만 존 그리샴의 법정 소설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작가를 대신할 수 있는 한국의 작가라. 처음 보는 작가에 대한 기대감이 살짝 높아지기도 한다.


시체가 한 구 발견된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증명을 할 수 있는 다른 유류품들은 발견되지 않는다. 시신은 물을 떠내려 오다가 다리에 걸렸다고 했다. 별다른 방어흔도 남아있지 않다. 그렇다고 다리에서 집어 던진 것도 아닌 듯 하다. 결국은 범행 장소가 따로 있고 거기서부터 시체가 떠내려 왔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사건을 맡은 형사 유진하. 그는 이곳 출신이 아니다. 강력반 형사로 잘 나가던 그였지만 상관의 지휘보다는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바를 우직하게 따라가는 그런 성격이었다. 결국 그는 좌천되고 말았다. 그 직후 맡은 사건이 바로 이 사건이다. 대충대충 하라는 모양으로 봐서는 자살 사건으로 처리하라는 뉘앙스를 가져다 준다. 진짜 그들이 바라는 대로 이것은 자살 사건일까.


사건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적당히 자극적인 요소를 여기저기 배치해 두고 주인공이 이곳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과 자신의 팀원들과 친하지 않다는 것을 내세워서 거의 혼자 사건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잡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느 정도 새로움보다는 그럴 것이다 하는 생각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사건이 다 해결된 것인가 할 때부터 다시 시작이다. 작가는 자신이 내세우고 싶었던 것을 그제야 내놓은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든다. 


사건이 해결되고 유진하는 좌천 기념 파티를 벌이지만 자신이 해결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함을 피력하고 오히려 이 사건을 다시 더 파고들게 된다. 영미문학에서 독자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특징을 그대로 닮아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희생자도 나오게 된다. 만약 그가 위에서 원했던 대로 그냥 사건을 덮어 버렸다면 그런 희생자는 등장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그 사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짐으로 말미암아 더 큰 대어를 잡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독불장군 성격을 가진 형사를 보는 것이 희귀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에 살짝은 제동을 걸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에게 파트너가 생긴다면 약간은 달라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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