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1년 10월
평점 :
'경성'이라고는 아무런 관심도 없던 나에게 경성이 이런 곳이다 하고 활짝 열어 보여준 것은 바로 김재희 작가다. [경성 탐정 이상]을 통해서 나는 그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흡수되어 버리는 마법을 경험했다. 픽션 속에서 시공간을 이동하는 타임슬립을 직접 겪어 보는 느낌이었달까. 그렇게 나는 경성을 배회했고 이상과 구보의 뒤를 쫓아서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을 경험했다. 작가의 경성은 이상을 통한 시리즈가 전부가 아니었다. [경성 여성 구락부]를 통해서 남자들이 모르는 여자들만의 세계를 안내해주었다.
이 책에서는 조금은 더 독특해진 느낌을 받을 수가 있다. 그것은 장르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경성을 배경으로 한 색다른 이야기를 펴냈다면 이번에는 같은 경성을 배경으로 해서 여자들을 중심으로 한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것은 같지만 조금은 더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그것은 바로 '성'이라는 것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을 모아두었다는 것이다. 본문에서도 설명하고 있듯이 여기는 경성 부녀자 성고민상담소였던 것이다. 그런 만큼 남에게 잘 드러내지 못하는 성고민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찬 희탐정, 라라 박사 그리고 선영 총무까지 스물 두살의 패기 넘치는 이 동갑내기들은 공유주택에서 만나서 의기투합을 하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그들의 첫인상이 마구 좋았던 것은 아니다. 찬희와 선영은 일자리를 구하고 있던 입장이었고 라라는 자신이 상담소를 운영하게 되면서 필요한 사람들을 구하고 있던 입장이라 그 합이 딱 맞았던 것이다. 남장을 하면서 힘을 쓰는 일을 하는 찬희는 원래도 탐정 사무소에서 일을 했던 경험이 있었고 그래서 이들 중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에서 잘 대처할 수 있는 인물이어서 어찌 보면 전형적인 탐정 캐릭터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박사라는 호칭답게 모든 사건을 주로 이끌어가는 것은 라라다. 경성이라는 분위기에 들어맞지 않는 그녀의 캐릭터는 성이라는 문제를 가장 잘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새벽만 되는 사라지는 버선. 대체 그 버선은 누가 무슨 이유로 가져가는 것일까. 단지 잠복만으로 범인을 잡아낸 라라와 찬희. 이렇게 간단한 사건부터 심오하고 때로는 많은 생각을 요하는 문제까지 그들 삼총사가 함께 할 때 모든 것은 시원하게 해결 될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 아니길. 다음에는 조금은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여줄 수 있기를 그렇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