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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니머스 : 경시청 손가락살인대책실
사이조 미쓰토시 지음, 김나랑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어나니머스. 원래 단어의 뜻은 익명이라는 뜻으로 실제로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인터넷 해커들을 집단을 의미하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 속에서는 네티즌들이 사건 정보를 주고받는 사이트인 블라인드 경찰에서 내부 정보를 술술술 흘려주는 작성자 이름으로 쓰인다. 익명으로 밝히는 중요 정보들로 인해서 경찰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치닫는다. 이 어나니머스는 누구일까.
"공통점은 악을 처단한다는 거네요." (275p)
경시청 손가락살인 대책실. 손가락살인이라는 말이 너무 웃기지만 실제로 우리는 지금 손가락 하나로 사람을 죽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악플을 달고 그로 인해서 누군가 상처를 입고 자신을 죽이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자살이 아니라 엄연한 살인이 아니던가. 자살을 하기 위한 이유를 제공했으니 말이다. 그런 것을 막고자 경시청에서는 대책실을 마련한 것이다. 물론 눈에 가시 같은 인재들을 한번에 모아둔 그런 별볼일 없는 부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들은 오늘도 열심이다. 누군가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 누군가의 억울함을 한 명이라도 더 풀어주기 위해서 더이상은 이런 손가락장난으로 인해서 피해자를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고 또 뛴다.
하지만 그런 쓰레기 같은 놈 신상 까발린 게 뭐가 잘못이죠? (141p)
각각 피해자의 이름을 장의 제목으로 삼았다. 첫번째 이야기는 한국에서도 많이 있어왔던 연예인 자살이다. 너무 안타까운 죽음들이 많았기에 이제 더는 이런 이유로 인해서 자산의 하나뿐인 목숨을 버리는 사례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종은 다른 어떤 직종보다도 자살률이 높은 것 같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재능이 출중한 친구들이 여러 이유로 이 세상에서 더 볼 수 없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도 나는 지극히 슬퍼진다. 그들의 연기를, 그들의 노래를, 그들의 퍼포먼스를 계속 보고 싶으니 그대들이여 제발 살아라.
그런가 하면 갑질 영상에 관한 이야기나 소년범, 불륜, 사진합성, 왕따, 납치 그렇게 점점 난이도를 높여가는 것 같더니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어나니머스가 경찰에 전면으로 대놓고 대항하는 이야기로 넘어간다. 어나니머스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굉장히 내부 정보에 빠삭한 사람이다. 경찰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렇게 종합해 봤을 때 여기서 등장한 사람들로 폭을 좁혀 훑어본다면 어느 정도 누구인지 감을 잡을수도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왜이다. 왜 경찰에 반감을 가졌는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이런 행동을 함으로 어나니머스가 얻게 되는 이익은 무엇일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복수인 것일까. 그 모든 것이 풀려나는 순간 어나니머스와 경찰 사이에 쌓인 갈등은 해결될 것이다.
이제 어나니머스는 존재하지 않을까. 아니면 제2 제3의 어나니머스가 또 등장을 하게 될까. 일본 드라마에 특별 출연한 우리나라 배우 심은경으로 더욱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를 소설화 시킨 작품이다. 짧게 끊어지는 이야기가 꽤 매력 있다. 드라마로 보아도 충분히 재미를 주겠다 싶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는 우리나라와 전혀 다르지 않은 실정이고 우리도 그대로 느끼고 있는 것들이 많기에 드라마와 책 모두 공감을 하면서 보고 읽을 것 같다.
"강한 사람은 없어." (60p)
주연을 맡은 가토리 신고의 이야기가 제일 뒤에 편집 되어 있다. 그는 가장 인상에 남았던 대사로 '강한 사람은 없어'를 꼽았다. 나 역시도 그 대사가 가장 눈에 먼저 들어왔다. 이 세상에 강한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마구 공격을 당해도 좋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소리다. 그러니 지금도 악플로 또는 여러가지 가짜 기사들도 사람을 낚는 범죄자들이여 그만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