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의 무덤 모중석 스릴러 클럽 50
로버트 두고니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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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은 무덤이 없다. 화장을 했고 강에 뿌렸다. 웃기게도 난 그 강이 어딘지 모른다. 결국 난 동생이 떠난 지 이십 년도 넘었건만 동생이 떠 내려간 곳을 한번도 찾지 않았다. 아니 찾을 수가 없다. 모르니까. 그냥 생각만 한다. 하늘나라에 잘 있겠거니. 트레이시 형사는 나와는 다르다. 아니 그녀도 동생의 무덤이 없다는 점에서는 같으려나. 그녀의 동생은 이십 년 전에 사라졌다. 그 후로 두 번 다시 그 아이를 보지 못했다. 동생은 없는데 동생을 죽였다는 범인은 잡았다. 그는 감옥에 있다. 트레이시의 동생인 세라는 어디에 있는 걸까.



난 스스로를 속였어, 실은 단 하루도 세라 생각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거든. (161P)


세라가 살아온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에는 그 아이의 온 마을의 아이였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 수 있다. 그 아이는 사람을 놀래키는 재주가 있었으며 실제로 그 때문에 놀라기도 했지만 친구의 병문안을 갈 만큼 마음이 따듯한 아이였고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도와줄 만큼 넓은 마음을 가진 아이였다. 돈이 모자란 데 타이어를 내어주는 장면에서는 옛날 부족한 돈을 가지고 사탕을 샀던 동화책의 이야기를 연상케 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수 있다. 세라니까. 



세라가 피터에게 컬러링 북을 가져다준단다. 팝콘 사 먹을 돈을 모았다면서 말이야. (95P)


그 아이는 트레이시가 사격 대회에서 일등을 하고 프러포즈를 받는 날 사라졌다. 예약해 둔 시간에 맞추려고 서둘렀고 세라 보고 혼자서 집에 가라고 했다. 차 키를 주었고 고속도로로 가라고 했다. 십 대였다. 완전 어리지도 않은 나이라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트럭만 남겨 놓은 채로 아이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대체 세라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아니 누가 세라를 데리고 간 걸까. 아니 무슨 이유로 세라를 데리고 간 것일까.



우리의 사법제도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 유명한 법률가 윌리엄 블랙스톤 경의 말처럼, 무고한 죄인 한 명을 만들기보다는 범법자 열 명을 놓치는 편이 낫습니다. (353P)


트레이시는 학교 선생을 했고 지금은 형사가 되었다. 굵직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동생을 찾고 싶어서 자신의 진로를 틀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만약 세라가 발견된다면 그것이 죽었던 살았던 그 모든 일을 자신이 가장 먼저 알고 싶어서 그런 직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을까.



때로는 질문의 답을 찾지 않는 편이 낫단다. (254P)


이야기는 딱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스릴러물과 법정물이다. 세라의 행방을 찾아서 조사를 하는 것이 전반부이고 그때 당시 범인으로 잡혀서 감옥에 들어가 있던 그 사람에 관한 재판이 후반부이다. 물론 종반부에는 법정 신이 끝나고 다시 스릴러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여기에는 숨겨진 반전이 도사리고 있었어 내내 믿고 있던 독자들의 머리통을 아주 세게 친다. 아니 친다라는 말로는 그 강함이 어울리지 않는다. 갈겨준다. 이 표현이 조금 더 맞을 듯 하다. 의심을 했어야 한다. 장르소설을 읽으면서 놓쳐서는 안되는 긴장감을 클라이막스가 지나면서 안도했던 탓이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거의 실수를 바로 잡고 다시 되풀이되지 않게 하는 것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374P)


이런 전개를 통해서 보다 박진감을 추구하며 보다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변호사라는 작가의 전직이 말해주듯이 뛰어난 법정 신 묘사와 더불어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싸움까지 놓치지 않아 더욱 날카롭게 서린 검을 연상케 한다. 최근 법정 스릴러를 본 적이 없었다. 이 작가라면 온전히 법정물만 낸다 해도 충분히 빠져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댄이라는 변호사이자 친구가 합류하면서 더욱 그런 재미는 용솟음 친다. 형사와 변호사의 결합은 언제나 옳은 법이니까. 트레이시는 동생의 무덤을 찾았을까. 아니면 동생을 찾았을까.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형사가 되었다는 카피 문구가 머리 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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